민주당 신주류가 신당창당 3원칙을 채택한 다음날이 2일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가 당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지역대결구도를 조장하고 옹호하려는 인사들과 함께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공식 재천명했다.
김 대표는 개혁당 홈페이지(www.kppr.org)에 올린 편지에서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이 채택한 3원칙에 대해 “전당대회를 앞둔 전략적 고려를 염두에 둔 것이란 이해도 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전략의 수준을 넘어선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지역주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기지 않고 드러나 있어 듣기에도 우울하다”며 “간판 바꿔달고, 일부 수혈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새롭게 보아줄 리는 없습니다. 전국정당화의 전망이 없는 신당을 만들 필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대표는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비관적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내년 총선을 전국정당을 지향한 개혁신당과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한나라당과의 대결구도로 이끌어갈 때만 승산이 있다”고 개혁신당 창당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지역주의 정치세력은 국민통합의 장애물”로 규정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우리 개혁당은 이 과제를 안고 갈 것입니다. 몇 명의 국회의원을 만드는데 연연하지 않고 한국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우리는 가시밭길을 가겠다”며 민주당과의 결별을 선언한 뒤 “258일후, 내년 4월 15일, 우리 개혁당은 외롭고 비장하게 전장에 나선 황산벌의 계백장군처럼 장렬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김원웅 대표가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전문이다.
전국정당화, 전망 없는 신당 왜 만드나?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이 민주당 해체불가 등 3원칙을 채택했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둔 전략적 고려를 염두에 둔 것이란 이해도 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전략의 수준을 넘어선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주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기지 않고 드러나 있어 듣기에도 우울합니다. 이런 류의 신당은 선거 때마다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간판 바꿔달고, 일부 수혈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새롭게 보아줄 리는 없습니다. 전국정당화의 전망이 없는 신당을 만들 필요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 또한 비관적입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이후 몇 년간 있어왔던 여러번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전패를 했다는 경험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내년 총선이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지역구도로 치러지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 입니다. 내년 총선을 전국정당을 지향한 개혁신당과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한나라당과의 대결구도로 이끌어갈 때만 승산이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의 전진이란 메시지를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이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가는 길은 길이 아닙니다. 한나라당 수구세력이 가장 원하는 길입니다. 자기의 작은 이익에 매달려 적에게 가장 이로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지요? 지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인 호남인들을 또다시 볼모잡아 지역주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려는 자들의 비열함입니다. 신당은 만들되 분열은 안된다고요? 영남은 영남끼리, 호남은 호남끼리 자기들끼리 만 모여 있으면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입니다.
민주당이 지금의 행보로만 갈 수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호남표 결집으로 몇 명의 배지를 다는 대가로 민주당은 망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만 망하는게 아니라, 노무현 정부도 망하고, 대한민국도 망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세우려는 민족자존의 계기를 포기하고 패권적 외세에 우리 민족의 운명을 맡기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지역주의 정치세력은 국민통합의 장애물입니다. 해체하여야 합니다. 스스로 해체하든지 해체시켜야 합니다. 지금 정치개혁의 과제는 당파적 과제를 넘어서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우리 개혁당은 이 과제를 안고 갈 것입니다. 몇 명의 국회의원을 만드는데 연연하지 않고 한국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일을 할 것입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걸겠습니다. 승부사의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우리는 가시밭길을 가겠습니다. 열악한 정치 환경이 예상되지만, 우리 당은 개혁당의 길을 갈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지역대결구도를 조장하고 옹호하려는 인사들과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258일후, 내년 4월 15일, 우리 개혁당은 외롭고 비장하게 전장에 나선 황산벌의 계백장군처럼 장렬한 싸움을 벌일 것입니다.
2003. 8. 2
개혁국민정당
대표 김 원 웅
<1신 : 1일 : 저녁 8시10분>
'도로민주당' 된 민주표 신당...외부세력, 강력 반발
민주당 신주류의 신당 창당 프로그램이 사실상 '도로민주당'이라는 결론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민주당은, 과거 간판만 바꿔달고 외부세력을 수혈하는 정도의, '새천년민주당 창당 방식'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지난 4월 26일 제기된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주장이 수개월간 지리한 공방 끝에 별 성과없이 끝나 앞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명분으로 내세운 지역주의 극복이 한낱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은 1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60여명의 원내외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1)민주당 해체 불가 (2)이념정당 지향 불가 (3)인적청산 불가 등 3원칙을 채택하고 전당대회 승리를 위한 바닥다지기 작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전당대회와 총선 승리를 위해, 구주류 쪽이 줄곧 주장해 왔던 세 가지 협상안이 모두 수용된 셈이다.
이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정동채 신당추진모임 홍보위원장은 "통합신당의 목표는 총선의 제1당이 되는 것이며, 분열없는 통합신당만이 1당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주류의 협조 없이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동채 위원장은 '이런 식이라면 도로 민주당, 리모델링과 다를 게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알아서 판단하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천정배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해체 불가라는 선언은 통합신당이라는 의미로 본다"면서 "그 속에는 민주당의 법통 계승·발전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지 해체는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신당추진모임이 구상하고 있는 신당 창당 방식은 이른바 '새천년민주당식 신설합당'으로 보인다. 이 방식이 채택될 경우 민주당의 해체는 사실상 무의미한 단어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이 창당한, 간판만 바꿔단 외부신당에 민주당이 흡수·합당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주류 쪽은 외부개혁세력과는 당밖에 구성되는 신당추진기구에서 결합해, 개혁이라는 콘텐츠 강화에 진력하자는 쪽으로 현재 구상하고 있다. 신당추진모임 측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 신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 민주당이 합당하는 방식이 된다면 민주당 법통과 자산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해체라는 주장도 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체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천 의원이 주장했던 헤쳐모여식 신당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미 통합신당쪽으로 정리된 지 오래"라며 "8월까지 당내 신당논의가 매듭지어지면 외부에 신당추진위를 발족시키고 거기에 민주당과 외부개혁세력이 통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만 승리한다면 향후 당밖에 만드는 신당추진기구에 구주류 쪽 의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단 8월까지 당내 신당 논의가 마무리되면 9월부터 외부개혁세력과의 교섭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민주당 신주류의 구상이 그들의 스케줄대로 맞아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외부개혁세력의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신주류가 현실적 이유를 근거로 사실상 개혁신당 포기를 선언한 데 대해, 개혁신당 창당을 추진해왔던 외부개혁세력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목소리는 어디에 갔느냐고 비판하면서 "우리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전국 정당화의 전망이 없는 신당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끝까지 지역주의의 끈을 잡고 금배지를 달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외부세력 수혈하고 간판 바꾸는 방법을 한다는 것에는 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천년민주당식 신당 창당'에 대해 "선거 때마다 해왔던 낡은 기법"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하기 힘들고 궤멸적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강경 신주류 세력이었던 이른바 '천신정'을 향해 "자기 정치생명을 걸지 않고 세상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느냐"며 강력혀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문화를 바꾸겠다, 인적청산을 하겠다는 주장을 할 필요 없이 나와서 우리와 함께 하면 된다"면서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그동안 지역주의 혁파를 위해 노력한 분인 만큼 당파적 연고보다 시대적 과제가 우선"이라고 말해, 탈당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탈당파 5인으로 구성된 통합연대는 지난 7월 31일 "국민 다수는 개혁신당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 '도로 민주당'이 아닌 개혁신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며 민주당 신당 논의와 관계없이 독자신당을 추진해 갈 뜻을 분명히 했다.
신당연대측 반응도 마찬가지다. 허정규 공보담당은 "그간의 지지부진함과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적 열망을 훼손한 것에 대해 먼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자신들의 신당논의에 모든 프로그램을 맞추지 말고 국민적 대의에 맞춰라"고 충고하고 "이제는 민주당과 결합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