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송아무개(42)씨는 초기 W사의 영업 활동기간 팀장이나 지부장이 되려면 최소 5000만원에서 1억의 매출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부에서는 이 매출을 일단 본인이 달성하고 이후에 직원이 되어 나올 고수익으로 갚아나가면 된다고 했고 카드와 사채 쓰는 법들을 알려주었다. 결국 송씨는 무리한 방법을 써서 매출을 달성하였으나 이것은 모두 본인 빚으로 전락했고 남편으로부터 이혼 당했다. 송씨의 피해금액 무려 1억5000만원이며 현재 단칸 지하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또 다른 W사 피해자 문아무개(성남시 중원구. 42)씨는 수습기간동안만 매출을 채우면 직원이 될 수 있다는 업체지부의 설명에, 친인척 집을 돌며 열심히 제품구매를 부탁했다. 주변 사람들은 고가인 제품가격 때문에 구매를 꺼려했고 문씨는 이들에게 '본인이 직원이 되면 모두 갚아주겠다'며 설득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판매행위로 문씨는 그 달 본사로부터 문봉상장까지 수여받고 승급하였으나 이후에도 여전히 직원은 될 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당판매를 계속해야 했다. 문씨의 피해금액은 3000만원.
문씨는 현재 업체의 공식사과와 판매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수개월 째 W사 본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문씨의 바램은 이 피해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개선되어 더 이상 본인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업체는 이 기간동안 구체적인 시정노력은커녕 오히려 문씨를 상대로 법원에 시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YMCA시민중계실이 수집한 W사 피해사례)
국내 정수기 제조및 판매1위 회사인 W사의 신방판 영업이 사실상 불법피라미드 영업행위이며 이로 인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 12명이 11일 이 회사를 방판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W사는 방문판매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영업은 다단계 판매로 사실상 불법 영업행위를 해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YMCA도 이날 이들의 피해내역을 검토해 본 결과 W사의 영업이 방판법에 근거한 사실상의 무등록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행정 고발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간사는 "신방판업체의 대표격인 W사는 판매원이 80만명(누적 등록 회원수)에 이르는 방문판매업체로 이미 97년부터 YMCA등 소비자단체에 불법다단계판매방식 여부에 대한 문의와 피해상담을 야기해왔다"면서 "현재 안티 사이트에 가입한 피해자 숫자만도 3000명이 넘으며 이들은 1인당 평균피해액수가 500~100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방판과 다단계의 차이?
신방판 업체란 다단계판매의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방문판매업 신고를 하고, 실질적인 판매조직 구축은 다단계형태를 취하는 것으로서,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형태를 말한다.
특히 작년 방판법 개정이후 등록이 취소된 상당수의 불법 영세 피라미드 업체들이 신방판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그 수가 증가추세에 있다. 최근 심각한 취업대란과 맞물려 직원채용을 매개로 서민들을 유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신방판업체가 양산되는 근본적 원인은 다단계판매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규제조항을 두고 있는 방판법이, 정작 방문판매에 대해서는 업체등록과 회원가입, 부담행위, 보상보험 등 상당부분을 판매업자의 자율에 맡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피라미드 업체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YMCA 시민중계실의 김희경 간사는 "법망의 허점을 악용한 신방판 업체에는 순차적, 단계적인 판매원 조직을 통한 후원수당이 존재해 다단계와 아주 유사하지만, 판매원 명칭을 부장, 상무로 부르며 후원수당도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도록 위장하고 있어 당국에서도 쉽게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같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판매형태로 인해 신방판의 판매원으로 가입한 소비자들은 사실상 다단계와 똑같은 피해를 겪고 있으나, 당국은 이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부장 이상도 직원 아닌 일개 판매원"
YMCA에 따르면 W사의 경우, 고소인들은 대개 벼룩시장 등의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구인광고를 보고 업체 지부를 방문, '3개월 수습기간동안만 영업을 하면 직원으로 승진된다'는 말에 판매원 계약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 피해자들은 승인되지 않은 제품비교실험, 반복적인 성공사례 등의 주입식 교육을 거쳐 앞으로 받게 될 고수익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2단계만 승급하면 본사 직원이 되어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부장 이상의 직급은 직원이 아닌 일개 판매원에 불과했으며, 사업설명회에서 들은 고수익 보장도 모두 거짓이었다고 YMCA측은 밝히고 있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 따른 W사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상황을 보면 타사에 비해 매우 비싼(80~380만원 정수기 등) 제품을 주로 본인이 구매하거나 친인척에게 판매하였으며, 초기 매출 이외에도 다음단계 승급을 위해 계속 투자를 반복했다.
또 사채나 신용카드 등 무리한 자금 융통을 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상당한 빚은 물론 가정파탄, 인간관계파괴 등으로 일반적인 불법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피해를 본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관련 김 간사는 "W사의 경우 에이전트-팀장-지부장-상무-처장-전무-부사장 직급이 모두 판매원으로 이들은 사실상의 다단계조직"이라며 "이들은 각각 본인라인 매출에 대한 후원수당을 받고 있으며 신규판매원을 모집해 독려하고 조직을 확장해 가는 것이 이들의 주요업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보호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위 사례가 다단계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방판영업으로 인한 소비자피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각 구체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해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피해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간사는 또 "소비자들도 일반 생활정보지의 구인광고가 이같은 불법다단계영업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별한 주의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W사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방판업체"
이와 관련해 W사측은 "이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해명자료를 낼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W사의 한 관계자는 "YMCA측은 모든 직급이 후원수당을 받고 있어 다단계조직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우리회사는 에이전트와 팀장만 판매를 하고 있으며 후원수당도 이들 이외에는 수령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부장, 상무 등은 판매교육, 실적 관리 등 실질적인 매니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판매나 화장품 영업구조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수많은 판매조직가운데 회사방침과 달리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문제 있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업무계약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지만 도의적으로 W 브랜드를 사용해 팔고 있기 때문에 업무해약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조직이든 100% 완벽할 수 없으며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상을 했고 몇몇은 접촉을 통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문판매법에 의하면, 3단계 이상의 후원수당이 발생하는 방식은 사실상의 다단계판매로서(제2조 제5호), 이같은 영업형태를 취하고도 다단계업체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7년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규정돼 있다.(제13조, 5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