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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 마을에 젊은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착하고 부지런한 두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을 했지만 가진 땅도 없고 재산도 없어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심한 흉년이 들어 세 식구의 끼니를 이어가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젊은 우리야 풀뿌리에 나무껍질이라도 견딜 수 있지만, 어머님께 어떻게 그리 해드릴 수 있겠소. 아랫마을 최부자 집에서 젊고 힘센 머슴을 구한다고 하니 내가 가야겠소."
이렇게 해서 금슬좋은 두 내외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두막집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남편이 머슴살이로 가면서 최부자 집에서 미리 얻어온 곡식을 아껴 시어머니에게는 죽을 끓여드리고 자기는 부엌에 숨어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삶아 끓여 먹어가며 끼니를 때웠습니다.
산속을 다니며 먹을 것이 될 만한 것들을 구해 나르고, 빨래며 집안청소, 텃밭을 일궈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정성을 다해 시어머니를 모셨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에게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구박을 일삼았습니다.
시어미한테 죽을 끓여주고 며느리 혼자 부엌에 숨어서 밥을 해먹는다느니, 산속에 가서 새서방을 만나고 다닌다느니, 시어머니의 구박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습니다.
시아버지의 제삿날이었습니다. 머슴살이 하는 남편은 주인이 보내주지 않아 집에 오지 못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단 둘이서 제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배고프다고 재촉을 하는 시어머니에게 죽 한 그릇을 쑤어 상에 올려 바치고 며느리는 제사를 모시기 위해 꼭꼭 간직해두었던 쌀 한 줌으로 제사밥을 짓다가 밥이 다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 몇알을 입에 넣었습니다.
자신에게 죽을 쑤어주고 부엌에서 며느리 혼자 밥을 해먹는다고 의심을 하던 시어머니는 솥뚜껑 여는 소리가 나자 문구멍을 뚫고 부엌을 훔쳐보다가 며느리가 밥알을 입에 넣는 것을 보자 쫓아나왔습니다.
"너 이 년, 시어미한테 죽 쒀주고 혼자 숨어 밥해 쳐먹는 것도 모자라서 조상님께 바칠 젯밥에 먼저 입을 대?"
시어머니는 부엌 바닥에 있던 부지깽이를 주워들고 며느리에게 모진 매질을 해댔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온갖 일에 지쳐 쇠약해져 있던 며느리는 매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며느리가 뜸이 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입에 넣었던 밥알 두 알이 입술에 묻어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묻힌 무덤에서 이듬해 며느리의 입술빛을 닮은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에는 흰 밥풀 두 알이 묻어 있었습니다. 며느리의 슬픈 이야기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 꽃을 '며느리의 한이 서려 피어난 꽃'이라고 해서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불렀습니다.
고부갈등이 사회갈등의 중요한 몫을 차지했던 시절의 정서를 바탕으로 생겨난 설화입니다.
며느리를 살해한 시어머니의 역할을 자본가들이 대신하고 있는 지금, 가난에 쫓겨 아이들을 안고 뛰어내린 어미의 무덤에서는 내년 이맘때 어떤 꽃이 피어날까요? 그리고, 우리들은 그 꽃을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할까요?
| | 며느리밥풀꽃 | | | |
| | ▲ 2003년 7월 23일 지리산에서 촬영 | ⓒ김해화 |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한해살이풀.
분류 : 현삼과
분포지역 : 한국(전역)·일본·중국
서식장소 : 산지의 숲가장자리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마주나면서 갈라지며 높이가 30∼50cm이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가 5∼7cm, 폭이 1.5∼2.5cm이며 좁은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 모양의 바소꼴로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둥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잎자루는 길이가 7∼10mm이다.
꽃은 7∼8월에 붉은 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포는 녹색이고 잎 모양이며 자루가 있고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돌기가 있다.
화관은 길이 15∼20mm의 긴 통 모양이고 끝은 입술 모양이다. 아랫입술의 가운데 조각에 2개의 흰색 무늬가 있다.
수술은 2개가 다른 것보다 길다. 꽃받침은 종 모양이고 4갈래로 갈라지며 털이 있다.
열매는 삭과이고 길이 8mm 정도의 달걀 모양이며 10월에 익는다. 종자는 타원 모양이고 검은색이다. 변종으로 털며느리밥풀(var. hirsutum) 등이 있는데, 털며느리밥풀은 꽃받침에 긴 털이 있고 포에 가시 모양의 톱니가 많다. 한국(전역)·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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