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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자와 6월 2일자 미국판 뉴스위크 주간지에는 미국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의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실렸다.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제이 매듀스(Jay Mathews, 1945년생)는 70년대 워싱톤 포스트 홍콩지사장으로 있으면서 중국전문 리포터로 필명을 날리기 시작하여 80년대 엘에이 지사장으로 미국 공립교육 전문가로서 저술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우주선에 승선할 40명의 미국저널리스트 중에 한 명으로 선정되어 있는 제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공립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하기도 했다.(1998, 타임사간, Class Struggle: What’s Wrong and Right with Americ’s Best Public High Schools)

그 주목할 만한 기사는 제이가 분석한 결과물의 성격을 띠는 미국 공립 고등학교 순위(The Top High Schools, 5월 24일자 뉴스위크) 기사와 미국 100대 우수고교 (The 100 Best High School in America, 6월 2일자 뉴스위크) 분석기사이다.

학교등수 매기기는 나 자신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어린 학생들이 너무 공부에 얽매이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여 별관심이 없었지만 내 아들이 며칠 전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예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 해 전, 몇 개의 취업기회 중에 매사추세츠 주정부 공무원으로도 임용이 될 기회가 있어 살 집을 알아보러 보스톤 근교의 '뉴톤', '웨슬리' 등지를 돌아보다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방 2개짜리 목조건물이 40만불을 넘어가는데 이유는 단 하나 공립학교 학군이 좋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다른 주 정부와 몇 곳의 연방기관 등에 동시 임용대상이어서 교육환경의 차선책으로 매그넷 프로그램 (Magnet Program)이 잘 되어 있다는 플로리다 잭슨빌의 연방공무원 자리를 선택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고 어느덧 나의 자랑스런 아들은 3년간의 중학교 영재과정(Gifted Program)을 마치고 9학년, 바로 미국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것이다.

중학교때는 매그넷 중학교 중 2곳이 영재과정을 운영했는데 고등학교는 한 곳 (Paxon School for Advanced Studies, Jacksonville Fla.)만이 운영되어 그곳에 다니기 시작하여 나는 아들의 개학 후 줄곧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어설퍼보이는 그 학교가 그 유명한 제이 (Jay)의 기사에 등장하는 미국 전체 3위의 공립고등학교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함께 시내 슬럼가에 위치하여 매그넷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또 다른 이웃학교가 2위. 하도 놀라운 일이라 직장에서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둔 동료들에게 떠벌리지 않을 수 없었던 내게 더욱 충격을 준 것은 이들의 반응이었다.

바로 나만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 공부 이외에 돈을 들여가며 각종 예체능 분야의 클럽활동 등을 통해 자식들의 경력을 화려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각종 체육클럽에 가입하여 주별 미 전역 클럽대항 토너먼트가 한 달이 멀다하고. 4~5팀이 줄곳 참가하여 우승, 준우승 등을 번갈아(?)가며 하고.

특히 조정클럽 같은 경우는 이 무서운 미국 학부모들의 치밀함까지 엿볼 수 있다. 가입비만 몇 만불, 주 전체에 3곳 정도의 클럽이 매학기 경기를 치르고. 졸업때는 대부분의 멤버들이 스탠포드, 하바드, 예일 등에 조정경기 특기생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입학을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디즈니월드에서는 내셔날보드쉽의 각종 대회가 클럽 위주로 열린다는 것도 이 동료들이 주는 기막힌 정보들이다.

문득, 자녀들을 무작정 공부만 시킨다는 뉴욕, 엘에이 교민들, 공부보다는 대를 이어 세탁소, 구멍가계를 물려주겠다는 소신파 교민들이 떠오르고 이 치밀한 미국 주류의 학부모들과 비교가 되어 머리가 멍해진다. 이들이 하는 양을 보니 연봉 10만불짜리 잘 풀린 소수계 학부모조차도 쫓아가기가 까마득하다는 느낌이다.

최근에 미국 내 소수계 중에 한국계 미국인의 학력 수준이 가장 바닥이라는 인구통계국의 발표가 떠오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국은 그 자체가 하나의 축소판 세계촌이다. 이 작은 세계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교육적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무작정 나의 아들을 풀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긴장이 된다.

도대체 누가 미국에서는 학벌과 상관없이 능력대로 대접받고, 어느 곳에 살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아이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성장한다고 입에 침을 튀겼던가.

하루 빨리 한국정부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여 미국 속에서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지니며 조국인 한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늘 입으로 그 예를 훔쳐보는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처럼 말이다.

참고로 뉴스위크지에 실린 제이 (Jay)의 미국 공립학교순위를 이곳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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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연구소 연구원 근무하다 버지니아텍에서 농공학을, 브라운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으며 노스이스턴 공대 환경공학석사와 로드아일랜드대학 토목환경공학박사를 취득했다. 플로리다주 리 카운티 공무원을 시작으로 미연방공무원으로 국방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다. 2003년 한국정부로부터 5.18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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