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반. 도서관을 찾아온 은혜의 손에는 빨간 초콜릿 상자가 들려 있었습니다. 저를 보자 처음에는 쑥스러운 듯 몸을 꼬아 상자를 감추더니 이내 초콜릿 상자를 저에게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맛이 없어도 맛있게 드셔야 해요. 솜씨는 없지만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그럼 이 상자도 네가 만들었니?"
"예."
"이 구슬 같이 생긴 것들은 어떻게?"
"집에 있는 것들을 모아다가 본드로 붙였어요."
저는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초콜릿 제조법을 모르는 저로서는 공을 얼마나 들여야 그런 작품이 나올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잘 익은 붉은 포도주 빛이 나는 상자에 크고 작은 구슬들을 어디선가 떼어 본드로 정성스럽게 붙이고 있었을 아이의 모습이 영상처럼 떠오르면서 그만 코끝이 찡해지고 만 것입니다.
저는 그날 교사로서, 혹은 한 사람의 이웃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지만, 저에게 돌아온 것은 크고 아름다운 마음의 선물이었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과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저는 차츰 생각을 고쳐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은혜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날 밤, 저를 위해서 정성스레 초콜릿을 만들고 상자에 예쁜 구슬을 붙이고 하면서 '나'를 위한 행동보다는 '남'을 위한 행동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사랑하는 제자의 인생 여정에 그 이상의 선물이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