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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변호사 첫 배출부터 현재까지 변호사 증가 추이
여변호사 첫 배출부터 현재까지 변호사 증가 추이 ⓒ 우먼타임스
서울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까지 10명에 불과했던 여성변호사는 1999년에 겨우 1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여성변호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2003년 8월 현재 279명의 여성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집계)가 활동중이다.

전체 변호사 6153명(대한변호사협회 집계) 대비 5% 남짓한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여성변호사 수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 또한 가정법률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여성변호사들은 남성변호사들의 ‘양’을 능가하는 ‘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움직임은 여성변호사들이 양성평등 인식 확산에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변호사들은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조직해 시민법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성폭력, 이혼, 보육, 재산 등의 문제로 신음하는 여성들을 위해 무료로 상담을 해주고 있는 것. 이 센터에는 고순례, 조배숙, 이명숙, 강명선, 최윤희, 김수진 등 총 24명의 여성변호사가 번갈아 활동하면서 여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남성들이 독차지했던 금융, M&A, 증권, 조세, 특허 등 기업간 분쟁과 의학, 환경, 지적재산권, 엔터테인먼트 등 세분화된 전문분야에도 여성변호사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포항제철의 뉴욕증시상장을 이끌었던 심인숙 변호사, 현대자동차가 국제축구연맹과 스폰서를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황보영 변호사, 유동화증권거래의 물꼬를 텄던 이미현 변호사가 그 예.

가정법률부터 기업간 분쟁까지 종횡무진

여성법조인들의 변호사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사법부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의뢰인에게 직접적으로 ‘능력’과 ‘자질’을 평가받을 수 있는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차별적인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사법연수원 수료 후 판·검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변호사 개업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아울러 저연령화 추세도 여성변호사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성과 함께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해야 하는 대형 로펌에서 여성변호사들의 능력은 더욱 인정을 받고 있다. 김&장법률사무소는 이지수, 최윤희, 조윤선, 차선희, 이두희, 김연미, 심희정, 김재희, 이선지 변호사 등 가장 많은 여성변호사가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도 법무법인광장의 노소라, 강정혜, 김민희, 김인숙, 김세연, 이두아, 김유진, 오현주 등의 여성변호사와 법무법인태평양의 황보영, 이선숙, 하주현 등의 여성변호사, 그리고 법무법인세종의 박효진, 강율리, 조영희, 등의 여성변호사도 국내 대형 로펌을 이끄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노동법률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최윤희(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예전에는 여성변호사가 개업을 하면 이태영 여사까지 참석해서 식사를 함께 했어요. 그래도 한 상이면 충분했지요. 그런데 어느덧 많은 여성인력들이 변호사계에 자리하고 있네요. 여성변호사들의 활약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라면서 여성변호사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여성변호사들의 비약적 성장이 계속 이어져 국내 법조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양성평등 인식을 확신시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물로 본 여변호사史
이태영에서 강금실까지 정부·정계 개혁 견인차


고 이태영씨는 여성변호사 역사의 첫 단추를 꿴 인물이다. 1952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태영씨(현 민주당대표 정대철씨의 어머니)는 남편인 정일형씨가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판·검사 임용을 거부당해 변호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여성변호사의 명맥은 황산성, 강기원씨가 이어나갔다. 11대 국회의원과 환경처장관을 지낸 황산성 변호사와 노동부 고용평등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 여성특별위원장에 이어 현재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장 활동을 하고 있는 강기원 변호사는 여성변호사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여성변호사 1.5세대로 분류되는 임숙경, 조배숙, 추미애, 김영선, 강금실씨의 활약도 한국현대사의 의미 있는 획을 그었다. 22회 사법고시 합격 동기인 임숙경, 조배숙씨는 서울지검 입성 후 변호사로 나서 여성변호사들의 활약을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추미애, 김영선씨는 정치계에 입문해 각각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인물은 현 법무부장관 강금실씨. 여성최초 형사단독 판사, 여성최초 법무법인 대표, 여성최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등 ‘여성최초’의 역사를 써온 강금실씨는 또 다시 국내최초로 여성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서 참여정부의 개혁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국민참여수석을 맡고 있는 박주현씨도 대한변호사협회 이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회복지 위원장 출신이다. 법조계의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여성변호사들이 다가올 미래에 또 어떤 의미를 새겨넣을지 기대된다. / 우먼타임스 최희영기자

30대 여변호사 돌풍
대형로펌 중추역 법조계‘여성신화’ 창조

30대 여성변호사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20대 초반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여성인재들이 대형 법무법인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이들의 활약이 “국내 법조계를 이끄는 거센 물결”이라는 것이 변호사계의 중론이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인 박순덕(35) 변호사는 여성인권상담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가정법률상담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30대 여성변호사다.

또한 매춘여성 인권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정(35·자하연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여성특별위원회와 가정법원에 변호위원을 맡고 있는 김수진(37·김수진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낮은 데로 임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연미(31·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00년 12월 ‘금융마술’로 불리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국내 경제계에 도입시킨 장본인이다.

또한 국민의 정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에서 여성최초 행정관 역할을 맡은 바 있는 강선희(37) 변호사, 1992년 사법연수원 수료 뒤에 곧바로 변호사를 개업해 활약하고 있는 강정혜(39·법무법인광장) 변호사의 활약도 법조계에 부는 ‘30대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치과의사출신 전현희 의료전문 변호사, 공정거래 관련분야의 ‘터줏대감’ 김자영 변호사, 국제무역 분야에서 활약하는 김영경 변호사 등 30대 여성변호사들은 대형 로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법조계의 ‘여성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여성변호사들의 능력과 자질은 대형 로펌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면서 “남성변호사들을 능가하는 여성변호사들의 ‘열정’때문에 여성변호사 스카우트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30대 여성변호사들이이끌어낸 ‘젊은 바람’은 해외법률시장개방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법으로 봉사하는 삶, 여성고용분야 위해 일하고파”
[인터뷰] 노동법계 최고권위자 최윤희 변호사

최윤희(40·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내 노동법률분야의 최고권위자다. 현직 변호사 중 유일하게 노동법 박사학위를 딴 최 변호사는 ‘노동’과 ‘여성’을 하나로 생각한다.

“노동과 고용의 문제에서 여성을 빼놓을 수 없어요. 비정규직 불평등의 문제가 곧 여성의 문제인 것처럼. 지금은 법무법인 소속이기 때문에 기업의 노동법률문제에 매달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법률지식을 여성고용분야에 적용할 생각입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갖가지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변호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법정에서 올바르게 전하는 것일 터.

“의뢰인도 ‘사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해야죠. 변호사는 단순히 돈을 받고 서비스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내가 맡은 사건은 ‘작품’입니다. 내 인생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작품’인데 어떻게 함부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최 변호사의 반문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 안에 ‘희생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이 결국 ‘노력’과 ‘열정’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희생’이라고 믿는다.

“물론 돈 많이 버는 직업입니다. 그만큼 더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돈 벌려면 딴 거 해야죠. 그래봐야 월급쟁이잖아요. (웃음) 돈 벌려고 변호사 한다는 건, 옛날 얘기죠.”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최 변호사는 더더욱 ‘희생’을 강조한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봉사’의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법무부, 노동부 등에서 ‘돈 안 되는’ 자문위원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법’으로 ‘봉사’하는 수밖에 없어요. 여성변호사회에서 무료상담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변호사는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받은 만큼 사회에 되돌려주는 게 ‘상식’이죠.”

최 변호사와 같은 여성변호사가 더욱 많아질 듯하다. “후배를 양성하는 것은 선배들의 당연한 몫”이라고 말하는 최 변호사의 말이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처럼 ‘희생’을 ‘상식’으로 생각하는 여성변호사들은 막힌 사회에서 숨죽이며 흐느끼는 여성들의 숨통을 뚫어주기 위해 지금, 이 시간도 법정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 우먼타임스 최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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