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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다 호수의 겨울 이야기
도와다 호수의 겨울 이야기 ⓒ 박도
18: 00, 마침내 ‘도와다호의 겨울 이야기(十和田湖 冬物語)’가 시작됐다. 요란한 북소리로 막이 열렸다. 북은 일본에서 전통적인 행사나 축제에 약방의 감초 격으로 빠지지 않았다.

곧이어 이 지방의 전통 악기인 츠가루 샤미센이 연주되자 관람객들이 금세 열광했다. 눈으로 만든 야외 계단 객석에서는 따끈한 일본 정종과 와인이, 행사장 언저리에는 온통 먹을거리 축제도 열렸다. 특히 자연의 눈을 화면처럼 만들어 거기다가 그림을 비쳐주는 장면과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빼앗을 만했다.

축제의 마무리 불꽃놀이
축제의 마무리 불꽃놀이 ⓒ 박도
오가에서 ‘세도마쯔리(柴燈祭)’를 보면서도 느낀 바지만, 일본보다 문화의 역사가 훨씬 오래고 깊이가 있는 우리나라가 오늘에 와서는 고유문화 계승과 그 보존이 일본보다 훨씬 뒤져 보였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고유문화를 스스로 천시하고 소홀히 한 데서 오는 결과이리라. 옛 것을 그대로 재현시키는 것이 문제가 있다면, 현대감에 맞게 재창조하여 민족 문화를 꽃 피우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계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였다.

사실 나는 일본에 오기 전에는 일본은 남의 문화 모방에 천재적으로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그들은 외래 문화를 과감히 수용함과 아울러 거기다가 자기네 고유의 문화를 잘 접목시켜서 새로운 일본 문화로 만든 게 엿보였다.

취재 도중 눈 집(가마쿠라) 앞에서 김 계장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헤어보니 꼭 19년 만에 만난 셈이다. 1984년 3월, 그는 고교 신입생이었다. 입학식을 마친 후 출석 순번 정하기와 좌석 배정할 때, 남학생 순번은 쉽사리 정했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서로 첫 번은 하지 않으려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내가 김자경 학생에게 “선생님은 첫 번호 학생을 제일 똑똑하고 예쁜 학생으로 정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뒷걸음치던 걸 체념하고 그만 첫 번호가 되었던 기억이 새로웠다.

졸업 후에도 해마다 새해인사(연하장)를 빠트리지 않았던 예의 바른 학생이 이제는 일본 여행에 둘째가면 서러운 전문인(마니아)이 되어 이번 취재 길에 사제 동행하게 되었다.

20년 만에 이국의 눈 집(가마쿠라) 안에서 만난 사제지간
20년 만에 이국의 눈 집(가마쿠라) 안에서 만난 사제지간 ⓒ 박도
나는 이국의 눈 집 안에서 걔네 동기들과 18년 전 1학년말 종업식 날 헤어질 때 읊었던,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 시구를 다시 읊조렸다.

20: 30, 축제가 끝난 후, 행사장에 마련된 야외식당에서 조개, 오징어, 대게 등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먹으면서 국수(소바)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먹는 요리는 어느 나라가 원조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맛보던 것과 같았다. 다만 양념(소스)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비슷한 게 너무나 많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비슷하지 않은 게 별로 없을 정도였다.

거리 풍경도, 일간지의 1면부터 끝 면까지 한글만 빼면 일본신문과 구별치 못할 정도요, 스포츠 신문이나 주간지 여성지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정당의 이름조차 일본의 정당 이름과 비슷해서 혼돈할 정도다. 이는 수천 년 전에는 우리가 일본에게 문화를 전수시켰고, 일제 36년을 비롯한 최근 한 세기는 일본의 문화가 무차별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도와다 겨울 이야기 마지막 불꽃
도와다 겨울 이야기 마지막 불꽃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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