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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수이 여관 로비
긴수이 여관 로비 ⓒ 박도
오후 7시 20분. 미나미츠가루(南津輕)의 긴수이(錦水) 여관에 도착한 시간이 밤이었지만, 설핏 훑어본 여관이 예사가 아니었다. 로비도 정원도 실내 인테리어도 품격이 고급이었다. 객실도 하나의 작품처럼 실내 분위기와 청결도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긴수이 여관 전경
긴수이 여관 전경 ⓒ 박도
우리 측 인솔의 책임을 맡은 김 계장이 "일본인들은 어떤 일이든 시작과 마지막에 의미를 두어 그 나름대로 형식을 갖추기를 좋아합니다. 오늘 저녁은 이번 행사의 마지막 밤이므로 이번 일정을 돌아다보고 평가하는 모임과 아울러 우리 일행을 환송하는 모임이 있습니다"고 하면서 객실에서 짐을 풀고 몸을 닦은 후 저녁 8시까지 2층에 있는 연회실로 모이라고 했다. 나는 배정된 객실로 가서 짐을 내려 놓은 후 샤워를 하면서 김 계장이 특별히 부탁한 답사의 요지를 머릿속에 그렸다.

8시, 연회실에서 이번 행사의 마무리 환송 모임이 있었다. 연회실은 다다미방이었는데 2열로 서로 마주 보게 좌석을 배열했다. 내 옆자리 왼편은 개그맨 김광회씨, 오른편은 KBS 구성작가 김효석씨가 앉았는데, 낮에 본 혼탕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됐다.

김광회씨는 아직 미혼인데 아무튼 일녀의 풍만한 알몸과 음부를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본다는 것이 쇼킹한 일임에는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는 넌센스 퀴즈를 냈다. 여자 목욕탕에서 갑자기 불이 났을 때, 가장 현명한 사람은?

1) 유방을 가리고 나오는 사람
2) 음부를 가리고 나오는 사람
3) 얼굴을 가리고 나오는 사람

내가 2)번 답이라고 했더니 그는 3)번이라면서 그 이유는 얼굴을 가리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의 답이 맞아 보였다.

환송 모임의 사회와 통역을 맡은 김 계장
환송 모임의 사회와 통역을 맡은 김 계장 ⓒ 박도
마침내 환송연이 시작됐다. 이 날 모임의 사회도 우리말과 일본어 모두가 능통한 김 계장이 맡았다. 오기와라씨의 제의로 건배를 한 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들이 짤막하게 한 말씀씩 소감을 피력했다.

나에게는 우리 측을 대표해서 이번 행사에 대해 총괄적으로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세 주제로 나누어 말했다. 내가 한 마디 하면 곧장 김 계장이 일어로 번역했다.

일본의 인상

1) 일본의 기타도호쿠 지방은 눈의 천국이었다.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보았다. 두고두고 엄청난 기타도호쿠의 눈을 잊지 못할 것 같다.

2) 일본인의 친절에 탄복했다. 동서고금 친절은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약이다.

3) 일본인의 문화사랑에 감명 받았다. 예를 들면 이와테현 곳곳에서는 미야자와 켄지의 갤러리, 유적지, 시비가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이런 풍토였기에 일본이 두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나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타도호쿠 지방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낙설주의 입간판
기타도호쿠 지방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낙설주의 입간판 ⓒ 박도
4) 일본인들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재해를 극복하여 이를 축제로 승화, 발전시켜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그들의 상술에 감탄했다. 오이라세 계류에서의 자연 보존 상태와 겨울 내내 내리는 눈을 축제화해서 관광 상품화하는 일 등은 한국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5) 일본인의 근면함, 특히 열심히 일하는 노인들의 모습에 감명 받았다. 우리 일행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시켜준 운전기사 이즈미야씨와 안내인 아이코씨 그리고 오쿠야마 여관주인, 이밖에도 나이 드신 어른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6) 일본 공무원들의 성실함에 감명 받았다. 이번 여행 중 우리를 안내한 여섯 분의 공무원들을 유심히 살펴본 바, 소문대로 ‘일본을 지탱하는 힘은 공무원’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7) 일본은 외래문화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거기다가 일본 혼을 불어넣어 새로운 문화로 재창조하여 다시 원조국으로 되파는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카메라, 전자제품 등이 그러하다.

8) 어린 아이들에게 일본 고유의 전통 계승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는 점과 겉으로 보기에는 외래문화에 동화된 듯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점이었다.

9)'일본'이라는 공동운명체에 일본 국민들이 일치단결하는 무서운 저력을 보았다. 이 무서운 힘이 청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이웃나라를 침략한 원동력이었음을 알았다.


히로사키 성에 쌍인 눈
히로사키 성에 쌍인 눈 ⓒ 박도

히로사키 성 전경
히로사키 성 전경 ⓒ 박도

히로사키 성의 야경
히로사키 성의 야경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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