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추진세력이 지난 4일 사실상 분당을 선언하면서 정치권 세력개편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구주류는 5일 개별 그룹에서 '상호배제' 방침을 분명히 하며 단계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국민참여통합신당 창당주비위원회(주비위)'는 오는 6∼7일 자체 워크숍을 거친뒤 오는 8일 창당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통합연대·개혁당·신당연대 등이 주도하는 개혁신당추진위원회도 내부 실무조직을 구성하고 통합당사 물색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주비위는 4일 탈당계를 제출한 31명 외에 송석찬·김태홍 의원 등이 합류함으로써 세결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비위는 5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향후 신당준비위원회 발족까지 대략적인 일정을 확정하고, 워크숍을 통해 탈당 시기 등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창당주비위는 당내 구주류와의 논의 단절을 거듭 강조하면서, 오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창당 로드맵 등 세부적 일정과 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구주류쪽 박상천 최고위원도 '정통모임' 소속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주비위 해체를 촉구하는 한편 '당 정상화 대책기구'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특히 정통모임 의원들은 주비위 소속 의원들을 '동충하초(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풀이 된다는 뜻 - 편집자 주)' 등에 비유하며 맹비난하는 등 격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김원기 위원장 "폭력사태는 구주류쪽에 의해 계획적으로 일어난 사건"
김원기 주비위 위원장은 이날 운영위원회의에서 "국민참여통합신당 주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내일과 모레 계속해서 일정과 정책방향 등을 논의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며 신당창당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구주류쪽을 향해 "어제의 폭력사태는 기득권에 집착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쪽에 의해 계획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데 대해 묵과할 수가 없다"며 구주류쪽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60∼70년대에나 있었던, 아니 그때에도 있기 어려운 일이 오늘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주비위 구성을 '윤리위 제소감'이라고 비판한 박상천 의원을 향해서도 "그런 말 자체가 적반하장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비위는 당내 중도세력을 포함한 외부세력의 참여폭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인 세불리기 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의원이 지난 4일 김근태 의원을 포함한 6명이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힌 데 이어, 박양수 의원은 "전국구 의원을 제외하고 원내 의원만 43명이 될 것"이라며 세확산을 확신했다.
김원기 위원장은 "중도파나 그런 분들이 계속해서 우리와 같이 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특히 경륜있는 전문가 그룹을 먼저 나서서 참여시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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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연대·개혁당·신당연대 9월말 개혁신당창당준비위 발족
한편, 통합연대·개혁당·신당연대 등 외부개혁세력 3자연대도 이날 같은 시각 같은 호텔 2층에서 회의를 갖고 이달 말까지 발기인대회를 거쳐 개혁신당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창당 주비위원회와는 개혁신당 창당준비위 구성 이후 본격 통합협상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대는 오는 7일 신당창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그룹에서 1명씩 추천한 3인의 공동대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개혁당은 김원웅·유시민 등 현역 의원이 아닌 여성 인사를 대표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추진위 기획실무는 유시민 의원이, 조직실무는 안영근 의원, 대외협력실무는 김부겸 의원, 대변인은 김영춘 의원이 맡기로 했다. 또한 여성참여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여성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키로 했으며 추진위 발족 이후 통합사무실을 개설하기로 이 자리에서 합의했다.
김영춘 대변인은 민주당 독자신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민주당이 나와서 당밖에 준비위를 언제 추진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당밖에 나오면 그때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중도파 6인 신당주비위·정통모임 해체 촉구 | | | 김상현·한화갑·조순형·추미애·강운태·김태식 등 | | | |
| | | ▲ 중도파 의원 4명이 5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구주류 양쪽의 모임을 모두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성규 기자 | 김상현·한화갑 고문 등 민주당 중도파 의원 6명은 5일 오전 11시3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신주류 쪽의 신당창당 주비위원회와 구주류 쪽 정통모임의 해체를 강력히 요구하며 당의 단합을 호소하고 나섰다. 강운태·추미애·조순형·김태식 등 당 중진급 의원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가세했다.
이들은 '당내 분열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당무회의가 폭력사태로 얼룩진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정상적인 회의진행이 불가능함에도 강행처리를 추진한 측에도 문제가 있지만, 폭력은 어떠한 이유와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신·구주류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민주당 내의 신당창당주비위 구성은 분열주의 노선이자 또다른 지역주의의 시작으로 즉각적인 활동 중단을 요구한다"며 신당추진모임과 정통모임의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한 뒤 "이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민주당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책임을 분열주의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상현 고문은 기자들에게 "신주류의 당내 주비위 구성은 동반자살에 다름 아니"라며 신주류 측을 강도높게 비난했으며 한화갑 고문도 "지역주의를 오히려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이성규 기자 | | | | |
구주류 정통모임, 주비위 맹비난... '당 정상화 대책기구' 추진
민주당 신주류가 주비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독자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구주류쪽 정통모임 의원들은 5일 주비위 해체를 촉구하는 한편 '당 정상화 대책기구'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주비위 결성은 '당내 당'을 만들어 당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당 공식기구를 무력화시키는 해당행위"라며 "신당주비위의 해체를 요구하며, 불응시 주동자를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당주비위가 해체되지 아니할 경우, 이에 가입한 의원·지구당위원장 등의 탈퇴를 요구하고 불응시 '사고지구당'으로 지정하겠다"며 "신당주비위에 참여하지 않는 당직자를 중심으로 전면적 당직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정통모임이 추진하는 '당 정상화 대책기구'는 △탈당을 최소화하는 다각적 대책강구 △전면적 당직개편을 위한 의견 수렴 △당의 개혁 및 인적확충방안 협의 등의 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들은 당 개혁기구를 구성해 당헌 개정 작업 등을 벌이고, 인재영입기구를 구성,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대폭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원내대책위를 확충해 효율적인 정기국회 대책을 강구하고, 정기국회 후 전당대회를 개최해 지도부개편과 총선대책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 최고위원은 특히 이상수 사무총장 등 신주류 당직자 5인의 사표와 관련 "정대철 대표에게 수리하라고 하겠다"며 "당연히 당직을 맡길 수 없고, 사표를 안냈더라도 주비위에서 활동하고 거기에 중점을 두는 분들은 당직에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정통모임 의원들은 기자들과 만나 신주류 의원들의 주비위 구성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이윤수 의원은 "합의한다고 하다가 합의가 안되자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바로 주비위를 구성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사기꾼 같고, 우리를 전부 속인 것"이라며 신주류 의원들을 비난한 뒤 "오는 12월에 (신주류가) 또 합치자고 할까봐 걱정된다"고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유용태 의원은 "우리가 순진했던 것"이라며 자조했고, 박상희 의원은 "(신주류 의원들이) 나가겠다고 하지만 정말 나갈 용기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경천 의원은 "동충하초당이라는 비유가 적절한 표현같다"며 "(신주류 의원들은) 멀쩡한 나무 안에서 나무를 파먹으면서 겨울을 보내는 동충하초의 '동충'과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용태 의원이 "그럼, 겨울 버러지야"라며 가세했다.
이윤수 의원도 이상수 사무총장을 겨냥 "15억원이나 세를 낸다는데 (사무총장이) 다 까먹고, 게다가 빚까지 지고 빠져나갔다"며 "보증금까지 다 까먹은 것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 돈을 어디다 갖다놓고 말이야"라고 공격했다.
다음은 박상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당 정상화 대책기구' 구성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다.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지도자급으로 만드는 방안과 실제 일하는 사람 중심으로 만드는 방안이 있다. 정대철 대표도 지도자급 모임으로 만들게 되면 참여할 수 있다."
- 정통모임은 해체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가.
"탈당을 사주·종용하는 사태가 계속되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쪽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빼갈 조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사태를 보면서 민주당 본류임을 자임하며 점잖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당내 세력으로서 활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신주류의 당 깨는 작업이 끝나는 대로 정통모임도 해체할 것이다."
- 정통모임을 민주당 본류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민주당을 지키려는 사람이 민주당 본류다. 그들이 주비위를 만들지 않았으면 신주류이지만, 그들이 주비위를 해체하지 않는 한 우리가 실질적으로 본류다."
- 주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주비위에 발을 들여놓으면 늪과 같아서 발을 뺄 수 없다. 주비위에 참여하면 신당창당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 창당준비위로 바뀌게 되면 탈당을 해야 한다. 주비위에 참여하는 것은 탈당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