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렬(尹興烈, 62세, 대한치과의사협회 고문) 박사가 오는 18일 전세계 150개국 75만 치과의사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세계치과의사연맹(FDI) 회장에 정식 취임한다.
지난 5일(토) 갑작스런 모친상으로 인해 8일 뒤늦게 출국한 윤 박사는 이번 제91차 FDI 호주 시드니 총회에서 취임함으로 라트나네산 현 회장에 이어 2년간 FDI를 이끌게 된다.
지난 2001년 9월 FDI 콸라룸프르 총회에서 유럽의 강력한 후보(벨기에 미셀아덴)를 상대로 68%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윤 박사는 이로 인해 한국의 치과의료기술의 수준까지도 인정받는 한편, 그 역량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였다.
윤 박사는 출국 전 인사에서 "치협 회원은 물론 그간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대한민국 치과의사의 명예와 긍지를 가지고 FDI 회장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박사는 총회 취임식에서 "전세계 구강건강증진 및 발전을 위한 노력과 세계 치과계에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포부가 담긴 취임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인 최초 FDI회장에 취임하게 되었는데, FDI란 어떤 단체인가요?
"FDI, 즉 세계치과의사연맹은 1900년에 프랑스에서 설립한 103년 전통의 국제기구로서, 현재 전세계 150개국 75만명의 치과의사들로 구성되어 전세계 치과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규모면에서는 WHO 다음가는 규모의 보건의료단체로서, 현재 유럽,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5개 산하지역기구를 두고 있으며 치의학 연구와 각종 정책개발을 통한 저개발국가의 구강보건향상 프로그램 운영, 구강암 퇴치 및 금연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당선되고 나서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나요?
"FDI는 타 국제기구와 달리 103년 전통에 기초한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회장단 회의도 바로 그러한 것 중 하나입니다. 차기회장은 현 회장 및 세명의 재무이사와 함께 회장단회의를 구성하는 일원이며 여기에서 고유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현 회장과 함께 차기회장도 그 직함으로 2년간 직무를 수행하는데 그간 제가 고안한 금연 씰을 FDI 공식 씰로 인정받아 지난 세계 금연의 날 때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현 회장을 도와 영국에 있던 본부를 프랑스 볼테어퍼니로 이전하였고, 더불어 세계 각국의 치과의사 총회에 참석하는 한편, 개도국을 방문 정부고위당국자에게 구강보건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왔습니다."
-선출당시에 매우 극적이었다고 들었는데….
"네. 경쟁한 아덴 후보는 FDI 사상 첫 여성 출마자로서 지난 97년 서울총회에서 FDI 상임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FDI 유럽지구 여성지위연구회 회장이기도 합니다. 여성 치과의사들의 지지와 유럽지구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마하였는데, FDI 회원국의 투표권은 해당국의 치과의사수와 GNP의 규모에 비례하는 FDI 규정상 유럽지역기구 국가가 전체 투표권의 61%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발생한 9·11사태로 저와 절친한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가진 미국 대표가 불참하게 되어 걱정했었습니다. 또한 현 회장이 말레이시아 출신이고, 전임 회장도 일본 출신이여서 아태지역에서의 연속 회장배출이라는 반감과 현 FDI 아·태지구 회장이 한국출신이라는 점 등 모든 여건이 매우 불리하였지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68%라는 득표율은 어쩌면 저에 대한 전세계 여러 사람들의 기대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유럽 국가의 반이 저를 선택했던 것은 더욱 의미있는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갑작스런 모친상으로 예정보다 출국도 늦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취임전이라 슬픔이 더욱 크시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라도 준비를 많이 못하셨을 것 같은데, 그동안 취임 준비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특별한 준비는 없었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대로 차기회장이라는 직분으로 2년동안 회장단 업무를 수행하는 FDI의 특성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회장이 되면 실제 FDI를 이끌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의 회의를 참석하고 주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체력이나 건강이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하지 못하면 회장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거와 같지요. 그래서 건강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과 이번 91차 시드니 총회 회의안건을 검토한 것 외에 달리 생각나는 것은 없군요."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총회에는 약 66번의 크고 작은 회의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 회의의 거의 모두를 참석해야 하는 것이 회장의 업무중 하나입니다. 취임식이 끝나면 10월에 중국, 이란, 크로아티아, 미국 및 일본의 각국 총회에 참석해야 합니다. 11월에는 뉴욕, 인도, 케냐 등 5번의 각국 총회가 있으며, 12월에는… 너무 많아서 일정을 다 말씀드리기 어렵겠습니다. 현재 계획된 것은 그렇습니다."
-세계치과의사연맹 회장으로서의 각오나 중점을 두시는 사업이 있다면 ?
"먼저 이 자리를 빌어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모든 회원, 그리고 국민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으며 성공한 회장으로 남도록 노력하고, 특히 뛰어난 한국인으로서의 명예와 긍지를 가지고 한국 치과수준과 위상을 알리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세계치과의사연맹 회장으로서 무엇보다도 세계 치과계에서의 불균형 해소와 전세계 특히, 개도국의 구강보건수준 향상에 노력하고자 합니다. 개도국을 방문하여 해당국 정부고위 담당자와 만나 구강보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관련 인프라 및 정책의 수립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이를 위해 현재 조성중인 개발도상국 기금을 더욱 확대하여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103년 FDI 역사상 최초로 한국어도 FDI 공식언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재규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구강보건상태가 한국의 5·60년대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북한도 방문하여 구강보건의 중요성을 알리고 북한 주민을 돕는 방법도 강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