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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 정부가 들어선 때부터 작은 정부를 표방해 왔지만 결과는 항상 그 반대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정부는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대책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민방위재난본부를 독립시켜 소방방재청을 신설한다고 했다, 정부조직에 또 하나의 기구가 추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법제처와 국가보훈처의 장을 현행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기로 하고, 이같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늘 9월20일부터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번 김대중 정부 때에도 여성표를 의식하여 일개 지역의 구청보다도 규모가 작은 여성부를 만들고 그 책임자를 장관급으로 앉혔을 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켰다.
정부조직이라는 게 중요하기로 말하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너도 나도 그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능률이 오른다고 주장하다 보면 아무리 말단 부서라도 중앙조직으로 확대개편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조선 오백년사를 통하여 사농공상의 계층의식이 국민의 정서에 이어져 내려져 유형의 관습 탓으로 유교사상이 아직도 뿌리박힌 우리 국민들, 특히 공직자들은 업무의 당위를 주장하는 명분, 또한 명분에 걸맞는 계급과 서열 그리고 체면과 권위를 중시했다.
이러한 정서와 사기진작을 통한 통솔적 측면의 충성심 유도와 일부 계층을 향한 인기영합주의를 염두에 둔 정치 지도자들이 합작해서 만들어 낸 잘못된 풍토가 공직사회의 직급인플레를 부채질했다.
직급의 상향조정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결재 라인의 복잡화로 업무능률적 측면에서 볼 때 국민보다 공직사회를 염두에 두는 권위적 사고의 체질화와 직급이 부풀려진 만큼 대우해야할 각종비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공직사회는 행정구역이 개편되거나 군에서 시로 승격되면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없어도 될 국이나 과를 신설하고 신설된 수만큼 정원을 늘리고 직급을 올리는 재미를 톡톡히 본다.
이러한 일은 기초단체뿐만이 아니다, 도에서 광역시로 분리 승격을 하면 정부조직법에 있는 각 부처는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기관간 유기적 업무협조를 이유로 너도 나도 앞다투어 광역시에 지방청을 설치하고 승진인사를 단행함은 물론 국영기업체도 덩달아 지사 혹은 사무소를 개설하여 직제를 넓혀나간다.
감사원이 지난 1월에 교육행정조직에 대한 실태를 감사한 결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방기구 조직법에 따라 설치를 하였으므로 불법은 아니지만 제주교육청은 관할구역 학생 수가 7만6806명으로 인천시 북부교육청의 20만348명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데도 기초단체별로 각각 한 개씩의 교육청을 설치하여 인건비 포함 막대한 운영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몇 년 전에는 전남 지방 어느 기초단체의 인구가 이십년 전으로 후퇴했음에도 지방조직법에 따라 공무원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국회에서 거론된 일도 있었다.
정부기구가 일반 기업처럼 생존의 법칙이 적용된다면 절대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나랏돈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공직자들의 위기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소방방재청을 신설하지 않아 재난대처에 미흡했으며 법제처나 보훈처가 차관급이라서 입법이 미비했거나 보훈대상자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부가 없어서 여성들이 성차별을 받았고 교육부장관이 부총리가 아니라서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예전에는 5급사무관이 맡았던 군수나 시장이 요즘은 2급인 부이사관 직급으로 격상되어 직급에 필요한 운전직 공무원이나 비서, 판공비 등을 직급에 맞추어 집행할 뿐만 아니라 장관 1명에 차관1명이면 족할 교육부 같은 곳에서는 국립대총장만 하면 대부분 차관급 대우를 해주어 1개 부처에 차관급이 몇 명인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것도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각종위원회의 난립,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회 의원들의 유급화 요구가 한발 더 나아가 보좌관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직급이 높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공직자라면 나라가 발전하더라도 더디게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사기를 높여줘야 일을 하는 게 공직자라면 대다수 국민들은 어디에서 사기를 보상받을 수 있는가. 국민은 국민으로서의 대접을 받으려 존재하는 것이지 공직자 사기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상향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공직사회의 직급인플레와 정부조직 인플레는 우리 국민 모두 관심을 가져야할 사항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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