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사는 홍재석(49)씨와 홍씨의 두 아들 현표군(고1) 진표군(중2) 등 일가족 3명이 '진행형 근육이완증(근육디스트로피)'이라는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형제의 어머니 차영미씨(39)마저도 뇌병변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컵조차 들 수 없는 장애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족이 살고 있는 13평 아파트가 홍씨 앞으로 되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은 물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온 가족의 장애로 살림은 팔순 어머니가 도맡아 하고 있지만 홍씨의 '혼자벌이'로 생활고까지 겪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실정이다.
현표군 형제가 이 병의 증세를 보인 것은 모두 어릴 때부터. 그러나 가족들이 이 병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형 현표군이 5살 때 인대를 늘리는 수술을 받은 것이 이들 형제의 병력 전부다.
현표군은 이미 사지 소아마비에 ‘까치발’로 걸어다닐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다. 당장 휠체어에 의존해야 할 판이다. 보도블록조차 남의 도움 없이는 보행이 어렵다.
진표군도 병세가 계속 진행되며 악화돼 형과 비슷한 ‘까치발’로 걸어다니고 있다.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차바퀴에 깔려 발가락이 골절된 적도 있다.
하지만 경제 형편이 어려워 병원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살림은 홍씨의 막내 동생인 순용(38·파주시 문산읍)씨와 형제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 홍씨도 언어장애까지 겹친 선천적인 이 병의 환자다. 14살 때 중학교를 그만두고 파주읍에 위치한 한 금고 생산직에 입사해 30년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까치발’로 걸어야 하는 불편한 몸에 힘든 일을 할 수 없어 한달 벌이가 기껏해야 1백만 원 안팎이다.
홍씨는 "아이들이 걷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속 시원하게 진찰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홍씨에게는 ‘자신의 불행을 대물림 받은’ 아들들이지만 큰 희망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절망적이지 않고 밝은 성격에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표군은 대학에서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전공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막내 진표도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