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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니들 자꾸 그러면…확… (모션)" (SBS, '뷰티플 선데이')
"누가 머리도 나쁘면서 몸까지 나쁜지…."(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밤마다 잘해주지도 못해서…." (MBC, '코미디하우스')

지상파 TV 3사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가학성과 선정성에 관한 문제점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2와 SBS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이 MBC에 비해 정도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게임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방송 3사 모두 가학적 장면의 빈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송종길 박사가 25일 오후(2시~5시) 문화연대 주최로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지상파방송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점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방송 3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가학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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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 가학성 ' 개선돼야"

남녀간에 신체의 특정 부위를 쓰다듬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빈번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과 2003년 7월, 8월 각 1주씩 방송 3사가 내보낸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이성 또는 동성간에 신체의 특정 부위를 쓰다듬는 등의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과 언어의 사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 신체의 곡선이 훤히 드러나는 몸에 찰싹 달라붙는 옷을 입은 백댄서를 카메라가 필요 이상으로 클로즈업(KBS2, '뮤직뱅크')하거나 재연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남자의 뒷모습 나체를 여러 차례 풀샷으로 처리(SBS, '손범수 진양혜의 심심남녀')한 경우도 있었다.

자료제공 : 문화연대
자료제공 : 문화연대 ⓒ 석희열
선정적 장면의 발생빈도를 방송사별로 2002년과 2003년을 비교한 결과 단위시간 10분당 KBS2는 0.68건에서 1.18건으로 증가했으며, SBS도 0.65건에서 0.81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MBC는 0.44건에서 0.40건으로 조금 줄었다.

선정적 장면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송 3사 모두 전반적으로 신체노출과 선정적 동작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기간이 여름인 7월과 8월로 출연자들의 의상이 수영복 등 노출이 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출연자의 외모에 대한 조롱 SBS, KBS2, MBC 순으로 많아

출연자 또는 진행자가 다른 출연자 또는 진행자에게 위협이나 협박, 조롱, 무시, 따돌림 등의 표현을 통해 의도적으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나 불편을 유발하는 가학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석희열
방송 3사 모두 출연자의 어설픈 행동에 대해 진행자가 심한 핀잔을 주거나 출연자들끼리 서로 상대방의 외모나 신체적 약점을 비하하는 등 조롱조로 표현하는 경우가 잦았다. SBS(303건), KBS2(300건), MBC(226건) 순으로 많았다.

게임의 벌칙으로는 출연자를 직접적으로 때리거나 밀거나 부딪치도록 하는 등의 폭력적 가학(KBS2, '개그콘서트')이 행해지는가 하면 혐오동물을 머리 위로 떨어뜨리거나 이상한 음식을 먹게 하는 등의 엽기적 가학(SBS), 고공낙하 등과 같이 출연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도록 하는 공포적 가학(KBS2, '토요대작전') 등이 있었다.

선정적 장면과는 달리 가학적 장면의 발생빈도를 단위시간 10분당 비교한 결과 지상파방송 3사 모두 2002년에 비해 2003년에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석희열
이를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KBS1은 0.05건에서 0.49건으로, KBS2는 1.20건에서 1.81건으로 늘었다. MBC는 1.02건에서 1.41건으로, SBS 역시 1.03건에서 1.40건으로 조금 늘었다.

출연진에 대한 교육과 사전 대본심의 기능 강화해야

송 박사는 "사회 문화적 변화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에 대한 사회적 용인의 폭이 커졌다고 해도 왜곡된 성적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출연자에 대한 가학적 표현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것은 오락성과 교양성 여부에 상관없이 바람직한 프로그램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선정성과 폭력성, 가학성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또 그 의도성이 느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방송 제작자뿐 아니라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대본에 대한 사전 심의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BS 예능국 오강선 책임프로듀서는 "이러한 담론과 비판은 바람직하고 건설적인 것으로 새로운 방향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지적을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연예 종사자들의 전문성 강화와 기획사의 권력 독점 견제 필요

지상파방송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가 25일 오후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지상파방송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가 25일 오후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 석희열
원용진 서강대 신방과 교수는 연예산업과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관계 및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그동안 연예산업과 방송사간 관계는 주로 어두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PD와 기획사들간의 검은 거래 등 부정적 시비가 많았다"며 "
이제는 과거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털어내고 긍정적인 동반자적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연예산업 발전과 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연예산업 종사자들의 전문성 강화 △거대 엔터테인먼트사의 배타적 독점성 견제 △연예산업의 다양화 △연예인 발굴에 관한 투명성 보장 △방송 프로그램의 연예인 의존도 낮추기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 외주제작 확대 △연예산업의 수입 분배에 관한 투명성 보장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윤혜란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사무국장은 "연예오락프로그램의 파행적인 발달의 책임은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 등 연예 기획사들에게도 있지만 방송 제작자들에게 책임이 더 크다"면서 "방송사와 연예 기획사에게 골고루 책임을 물으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의 방송현실은 외부 프로덕션의 이름만 빌려온 무늬만 외주인 경우가 많다"며 "끼워팔기 등 외주제작 과정에는 복마전이 존재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주 교수는 "실력이 없는 연예인이 실력 있는 사람에 빌붙어 TV에 얼굴이 자주 비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기획사의 끼워팔기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이럴 경우 PD가 외압에 시달리고 있거나 누군가와 결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감시를 당부했다.

하윤금 한국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외국의 경우 연예인들도 자신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우리나라도 연예인들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어느 한쪽으로 권력이 지나치게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예인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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