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가 언제인가부터(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오마이뉴스>에 국정원 간부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 게재되어 큰 파문이 일었던 이른바 '사진파문' 이후로 생각된다) 급격히 권력에 밀착하면서 논조가 편향되고 있다. 2003년 9월 27일자 톱기사로 다룬 "이상한 '3권 불균형'의 나라"라는 칼럼 역시 그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칼럼은 "나라가 이상해져가고 있다"라고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물론 3권분립의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국회가 하는 일을 보면 본업은 제쳐두고 온통 행정부를 견제하고 공격하는 일 뿐인 것 같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면서 동시에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공격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본업 중 하나다. 그런데 칼럼은 국회가 입법만하면 됐지, 왜 본업도 아닌 행정부를 견제하려 하느냐고 주장한다. 이런 해괴망칙한 말이 어디 있는가. 바로 앞에서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당연한 듯이 말해놓고, 뒤에서는 또 그것은 본업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칼럼을 쓴 이가 스스로 보아도 낯뜨거운 논리적 모순일 것이다.
이어서 칼럼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회 다수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한나라당에 찍힌 장관은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이미 김두관 장관이 그만두었지만,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한나라당은 그 순서를 이미 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두관 장관의 해임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명분없이 다수당의 횡포를 부렸다는 평가에 대하여 적어도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 중에서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 국회내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그러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냉엄한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은 누가 만들었는가. 국민이 만든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정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아니다. 어쨌든 각각 지역구민이 뽑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원망하고 싶다면 그 당의 국회의원들을 뽑아준, 그들 뒤에 있는 각 지역구민들, 국민들을 원망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수구니 보수니 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들을 뽑아준 국민들의 과반수가 수구고 보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치적 상식을 외면한 채, 아무리 그들을 원망하고 비난한들 그것은 과녁을 잘못 겨눈 화살쏘기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그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원망하기에 앞서 노 대통령에게 정치력 부족의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자기 당인 여당은 물론 상대 당인 야당까지도 아우르는 정치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뒤이어 "이상한..." 칼럼이 하필 이 시기에 나온 진짜 이유가 나온다.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것은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벌써 한나라당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장관 한 명을 쫓아내었고,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원장 임명을 거부하였다. 이유가 있긴 있다. 노 대통령과 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마침내 신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신당이 창당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시점에 국회에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노 대통령과 신당에 대한 커다란 타격이다. 또 노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좌절감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장은 정치와 독립되어 있는 자리같으면서도 또한 정치와 아주 밀접한 자리다. 비근한 예로, 감사원장은 비록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서도 소신껏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문적인 식견이나 실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소신있게 감사원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느냐도 감사원장에게는 매우 필요한 자질이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뽑은 바 있는 학자 출신의 윤성식 지명자가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의 외압 등에 맞서 과연 얼마나 소신있게 감사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할 수 있을지는 검증된 바 없으며, 이미 태생적으로 그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것이 중론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또한 정치의 장인 국회의 행위는 하나 하나가 모두 정치적인 의미를 담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감사원장에 적합한 인물이 이 나라에 오직 한 사람 뿐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인데 특정인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다고 해서 큰 문제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번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국정의 난맥상을 보이면서 날이 갈수록 지지도가 하락하는 노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질책이면서 동시에 그나마도 작은 여당을 둘로 쪼개면서까지 명분없는 신당을 추진하며 한국 정치를 어지럽힌데 대한 국회에서의 정치적 심판의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맹목적 지지자들은 쉽사리 상대를 원망하고 비난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진지하고 겸허하게 자신들을 돌아보는 것이 올바른 도리일 것이다.
이제 칼럼은 대한민국의 최대 권력 기관은 다수 야당이라고 하면서, 조중동에게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을 공격하라는 주문을 하기까지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최대 권력 기관은 국회 다수 야당이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당도 포함된다. 한쪽은 자신들에게 대통령 선거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 힘없는 대통령에 대한 복수로, 한쪽은 자신들을 변변한 보상도 없이 버린 데 대한 복수로 서로가 의기투합하고 있다. 목표는 '식물 대통령' 만들기다. 그래서 '이대로'를 구가하기 위함일 것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조중동'은 이제 진정한 대한민국의 권력을 향해 비판의 칼끝을 겨누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권력 기관이 다수 야당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이 좌절감에서 비롯된 자포자기적인 푸념은 될 수 있을지언정, 논리적으로 새삼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권력구조에서는 아무리 소수여당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거대야당도 수구언론도 재벌도 현직 대통령의 권력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구언론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아직도 노 대통령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까지 공격하라고 요구하는 막가파식의 일탈에 대해서는 다만, 노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좌절감이 얼마나 큰 가 하는 지를 보여준다고 하는 것으로 필자의 소회를 대신한다.
더 나아가 칼럼은 슬쩍 김민석 전 의원을 거론하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한묶음으로 싸잡아 비난하려는 의도를 더욱 노골화한다.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에 곧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김민석 전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큰 인물이다. 현재의 상황이 어째 작년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씨의 품에 안길 때와 상황이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노무현 후보에게 반기를 들고 다른 당으로 옮겼던 김민석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미 정치적 생명이 끝났던 인물이다. 그러한 김민석을 오늘날 다시 살려주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내걸었던 선거공약과 국민들에게 수시로 언명했던 바대로 국내적으로는 개혁과 대외적으로는 자주외교를 착실히 추진해나가고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켜준 민주당을 분열시키지 않았더라면, 대선이 끝난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시기에 김민석의 김자도 나올 수가 없었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민석의 정계복귀가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은 노 대통령의 계속된 실정과 국정의 난맥상으로 인한 지지도 하락, 그리고 집권여당의 분열-분당이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칼럼의 필자를 비롯한 맹목적인 노무현 지지자들은 김민석의 복귀 움직임에 빈정거리는 냉소를 보내며 허망한 자위를 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만든 노 대통령에게 책임과 원망을 돌리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일 것이다.
"이상한..." 칼럼은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바닥을 쳐야 상승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제껏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꾼 것은 국민들이었다.
부디 바닥을 치고 상승하길 바란다. 물론 이미지나 감성에 호소하는 헛된 바람몰이 같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국민을 위하는 올바른 정책과 훌륭한 직무수행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상한..." 칼럼의 필자를 비롯한 맹목적인 노무현 지지자들은 국민을 운위하면서도, 정작 그들만이 국민을 모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취임후 6개월 만에 기록한 지지도가 이전 대통령들의 퇴임전 6개월의 그것과 같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이 이미 그렇게 떠나가고 있는데도 권력에 취해 그리고 현재의 권력을 지지하는 안온함과 편안함에 취해 오래전부터 발밑이 무너져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깨닫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노 대통령과 일부의 맹목적 지지자들인 것이다.
또한 "이상한..." 칼럼이 주장하고 있듯이, 노 대통령과 맹목적인 지지자들은 작년 대선시기의 지지도 부침에 대한 향수에 기대어 현재 그들이 처한 난국과 지지도 하락이 곧 반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노 대통령과 맹목적 지지자들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다행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 노무현에 대한 평가가 장래의 가능성과 기대에 대한 것이었다면,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현실에 대한 것이다. 물론 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같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작년까지는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에 준하는 정치인 혹은 대통령후보였지만 지금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그가 처한 상황이나 입지가 전혀 달라져있다.
비판자나 제안자로서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와, 현실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권력자이며 집행자로서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 성격과 본질이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작년 대통령 후보 노무현의 지지도가 급락했다가 다시 살아나서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올해 대통령 노무현의 그것도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라는 바 희망일 수는 있어도 현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노대통령의 불행이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의 불행이다. 더 나아가서는 노무현이 현직 대통령이고 맹목적 지지자들 역시 국민들의 일부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이상한..."칼럼의 필자 뿐만이 아니라, 칼럼진 대부분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없고 지지 일색이다. <오마이뉴스>가 고정 칼럼진을 편성한 이래, 필자는 <오마이뉴스> 고정칼럼진의 글 중에서 노 대통령의 잘못된 직무수행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읽어 본 적이 없다. 노 대통령과 현 정부는 완벽해서 비판할 것이 없었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계속해서 하락하기만 해온, 노 대통령에 대한 기록적으로 낮은 국민 지지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이제 겨우 생긴지 몇년에 불과한 신생 언론사다. 그러한 언론사가 벌써부터 권력에 밀착하여 편향된 논조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도 개탄스러운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미 개혁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오마이뉴스>는 설립자 개인의 것도, 종사자들의 것도 아니다. <오마이뉴스>는 네티즌과 독자 그리고 개혁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의 것이다. 비록 사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을지언정, 설립자를 비롯한 직원들은 <오마이뉴스>라는 언론기관의 관리를 국민들로부터 잠시 위임받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오마이뉴스>는 문명의 새로운 이기인 인터넷에 기반한 새로운 언론매체로서 짧은 기간에 한국의 언론환경에서 경이로운 성취를 이뤄냈고, 또한 외국에서까지 그 새로운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성원과 주목에 보답하는 길이 무엇이겠는가? 시류에 영합하거나 권력에 밀착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언론 본연의 정도를 걷는 것이다.
정권은 5년이지만, <오마이뉴스>는 50년 이상 가야하지 않겠는가? <오마이뉴스>는 권력과 독립하여, 시시비비를 엄정히 가리며 정도를 걷는 언론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