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날 비가 오는 것은 축복이다."
통합신당이 1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1층에서 개소식 및 현판식을 갖고 '당사 독립'을 공식 선언했다.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인사와 개혁당·신당연대 등 창당준비위에 참여할 인사 등 700여명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으나, 한나라·민주·자민련 의원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최근 여·야 간의 냉랭한 분위기를 실감케했다.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와 장기표 사회민주당 대표, 정부 쪽에서는 고건 총리가 축하 화환을 보내왔다.
비가 오는 중임에도 우산을 쓰지 않고 단상에 오른 김원기 주비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나는 오늘을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는 역사적인 첫걸음이자 우리 정당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뜻깊은 날이라고 확신한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과거처럼 절대권력을 가지고 당을 지배하는 사람이 뭉칫돈을 만들어 마련한 것이 아니라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십시일반의 정성으로 마련했다"고 강조하며 "사무실 규모 또한 크지 않아 민주당의 7분의 1에 불과하고 사무처 인원도 4분의 1인 5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록 사무실 규모는 작지만 우리는 지금 그 어떤 거대 정당의 출범보다도 가슴 벅찬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오늘 문을 연 이 사무실이 바로 새로운 정치가 태동하는 역사적 산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통합신당 소속 의원들은 우산을 쓰고 경청했다. 일부 의원은 다소 감격스러운 듯 김 위원장의 발언 중간중간 박수를 터뜨리기도 했다.
"여태까지 들었던 김근태 목소리 중 제일 크네"
국민일보 빌딩 4층 당사에서 열린 개소 축하 기념식에서도 이같은 '들뜬' 분위기는 계속됐다.
한국 오페라 남성 중창단의 기념 축가가 끝난 뒤 이어진 시루떡 절단식 행사. 김원기 주비위원장이 시루떡을 비닐이 씌워진 채로 자르려 하자 임채정 의원이 "비닐이 덮힌 반찬을 그래도 먹을 거냐"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김 위원장이 "그런 소리 하지 마,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어"라고 응수하자 좁은 복도를 가득메운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김근태 원내대표에게도 농담을 던지며 들뜬 분위기를 한껏 만끽했다. 건배사를 요청받은 김 대표가 "여러분이 통합신당의 주인"이라며 "기득권을 포기하고 통합신당에 참여하자"라고 건배를 제의하자, 김 위원장은 "여태까지 들었던 김근태 목소리 중에 제일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번 큰 웃음이 터졌다.
개소식 축하 기념식에 참석한 통합신당 의원들도 기대감에 잔뜩 부푼 듯 보였다. 이상수 의원은 개소식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출발은 용기이자 희망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장영달 의원은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분들이 모두 모인 듯 하다, 앞으로 자신있게 그 일을 펼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고 했고, 김근태 원내대표는 "오늘은 집들이를 하는 날이다, 비가 온 것은 우리가 더 힘내서 맑고 밝은 정치를 만들라는 하느님의 격려이고 축하라고 생각한다"며 신당의 성공을 기원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오후 4시께 김원기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은 당사 곳곳을 둘러보며 당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140평 남짓한 '기자 브리핑룸'을 찾은 김원기 위원장과 김근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건네며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우리 형편으로 기자실에 성의를 다했지만 앞으로 불편이 많은 듯 하다"면서 "여러분에게 당이 서비스하는 길은 공간보다도 성의있게 진행하는 내용을 잘 알려 드리는 것이 충실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총수입 12억5800만원-총지출 13억357만여원 | | | 5월 16일 신당추진모임 발족 이후 재정 공개 | | | | 이상수 통합신당 주비위원회 총무위원장은 1일 당사 개소식 및 현판식이 끝난 뒤 약속대로 재정상황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신당추진모임이 출범한 이후부터 1일 현재까지 총수입은 12억5800만원. 신당추진모임 기간 동안 참여의원들로부터 모금한 3억9800만원과 창당주비위 위원들이 농협에서 2000만원씩 대출받아 납부한 8억600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반면 총지출액은 13억357만여원으로 총수입액을 약간 초과했다. 이 의원은 신당추진모임 기간 동안인 5∼6월 각종 워크샵과 회의 개최비로 340만원, 7월 사무실 임대료 및 운영비 등을 포함해 1억3863만원, 8월 사무직원 급료 및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1억3995만원, 9월 사무실 관리 운영비 등으로 6683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주비위원회 발족 이후 지출한 금액은 ▲사무실 임대보증금 5921만여원 ▲인테리어 공사비 5039만여원(미지급) ▲전화 및 통신선 공사비 3500만원(미지급) ▲TV용 케이블 설치공사 330만원(미지급) ▲전기공사비 360만여원(미지급) ▲보안시스템 설치비 325만원(미지급)▲사무용 가구 구입비 7000만원(미지급) ▲PC 등 사무기기 구입비 1억9707만원(미지급) 등 총 9억5474만원이라고 이 의원을 말했다.
이 의원은 지출이 수입을 넘어선 것과 관련 "적자가 아니라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비용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적자라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