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3시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1000만 실향민의 애환과 슬픔이 가득찬 파주시 임진각 평화의 종각 앞마당.
삼삼오오 모여든 군중 사이로 한국 전통악기인 설장구와 북을 앞세운 보득솔(대표·박공숙) 소속 20여명의 풍물패들이 우리의 전통 가락을 앞세우며 등장한다.일반 문화공연장처럼 푹신한 의자도 무대도 없이 펼쳐지는 공연이다 보니 원을 그리고 앉으면 최고의 무대요 공연장이다.
노상서 펼쳐지는 한바탕 우리가락 공연이지만 내용 만큼은 오페라공연 이상이다. 흥겨운 풍악소리에 풍물패를 이끄는 출연자나 관객인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공연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찢어질듯한 현대 악기에 길들여진 외국인들도 처음 보는 쾡과리나 장구의 위력앞에 연거푸 '뷰티풀 뷰티풀'을 연호하며 함께 어깨춤을 춘다.
백발이 완연한 초로의 할아버지는 지척에 둔 고향땅을 못가는 시름도 잠시 잊고 함께 온 손자 손을 잡고 풍물패 장단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조사한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 10곳중 한곳인 임진각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파주여성 풍물단(대표·김선례)과 관내 10개 초·중·고 풍물패등 16개 풍물 단체가 자발적인 전통민속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3시 두차례 갖는 전통민속놀이 공연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호응속에 '임진각 짱'으로 불릴만큼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풍물패들은 율곡고 취타대연주를 비롯 사물놀이·금산리농요·옷다리농요·금산두레농악·길놀이·대동굿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매주 한바탕 신명난 놀이판을 펼친다.
민간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속에 펼쳐지는 전통민속 공연은 타지역 공연과는 달리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고 춤추는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주시 문화체육과 김윤정씨는 “잊혀져가는 민속공연을 통해 내국인에게는 옛 향수를, 외국인에게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선보인다는 자세로 내년에는 더 많은 풍물단체를 참여시켜 수준높은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