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코스는 2박 3일 여정으로 지리산으로 가기로 되있었는데, 길 따라 가다보니 처음 발을 내딛는 길이 좋아 공주를 지나 계룡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계룡산으로 들어가는 도로 옆에 쭉 서있는 나무들은 바람에 휘날리며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도로 길을 따라 계룡산이 나타났습니다. 맑은 계곡물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 새 산 중턱까지 와 버렸습니다. 어디를 간다는 목표보다 내가 좋은 곳에 가면 그만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니 어린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트럭 뒤쪽에 앉아 길을 나서는 비구니스님들도 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들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십니다. 산에서 만나면 왠지 모두가 친한 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월드컵 이후 우리 국민은 모두가 한 가족이지만요.
다음날 일찍 지리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천은사에서 만난 아저씨를 차에 태워주고 노고단 중턱까지 올라갔습니다. 아저씨는 바람 따라 산 따라 가고 싶은 곳을 다니신다며 여행길을 상세히 알려주십니다. 천왕봉을 가장 빨리 가는 길(중산리-법계사)을 알려주시고, 좋은 여행이 되라며 덕담도 잊지 않으십니다.
노고단에서 화엄사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한 부부는 크게 노래를 부르며 걷습니다. 저도 흥에 겨워 콧노래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산길에선 자신도 모르게 노래가 나옵니다. 노래는 또 지루할 수 있는 여정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장시간 산길을 걸었지만, 자연과 노래와 벗해 즐거운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여행이란 것이 어디를 보았고, 어디를 갔으며 무엇을 했다란 것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무엇을 느꼈고, 무엇이 좋았고, 무엇을 함께했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비록 원래 일정처럼 지리산을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가을 산이 주는 즐거움을 흠뻑 느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