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7일 아침, 우연히도 8년여 전에 찍어 뒀던 비디오 카메라 테이프를 보게 됐다. 몇 번 이사를 하면서 TV 서랍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비디오 카메라 테이프라, 영상이 제대로 나오기나 할까 하는 우려 속에 카메라와 TV의 연결을 시도했고, 서너 번의 연결 끝에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순간, 내 입에서는 '야!~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던 시간 속으로 들어간 느낌였다. 큰 아이가 다섯 살, 둘째 아이가 두 살 때 쯤에 찍었던 테이프였다.
화면 속에서는 지금의 아이들보다 키가 반 정도밖에 안되는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TV를 보면서 함께 장난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고물~고물~~'
이미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으로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의 움직임이 8년 전으로 훌쩍 돌아간 것이다. 가벼운 흥분을 느끼며,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웠다.
"얘들아! 여기 너희들 어릴 때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보거라."
"야! 저 때는 니네들 배도 안 나왔었어, 이 녀석들아!."
잠에서 덜 깬 아이들도 신기했는지, '저게 형이야, 아니야, 너야' 하면서 한참이나 재미있게 보기 시작했다.
'저 화면속에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8년이라는 시간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 기간동안 별 탈없이 커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아이 엄마 역시,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비디오 카메라 기종이 옛날 것이니, 기종이 없어지기 전에 비디오 테이프로 옮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아! 사람들이 그래서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구나, 기록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에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크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이제부터라도 다시 틈나는대로 아이들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첩속에서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것과,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서 생생한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며칠전은 우리 부부의 결혼 15주년 기념일였다. 결혼 15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15년을 살아 오면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또, 잃었다면 무엇을 잃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정작, 10주년때와는 다르게 기억에 남는 세리모니 가지려고 했던 15주년 결혼 기념일은, 큰 아이가 중간고사를 보는 날이어서 취소했고, 오히려 사소한 일 때문에 냉전 상태로 결혼기념일 저녁을 보냈다.
아침, 우리는 작지만 큰 행복을 맛보았다. 함께 살아있다는 것, 아이들이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저렇게 커 있다는 것,
'우리 애가 갑자기 작아졌어요’가 아니라 갑자기 커진 것처럼 느껴지게 했던 비디오 카메라 테이프는 우리에게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 15년 후, 결혼 30주년 기념일 때는 어떤 일로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그때, 큰 아이는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빠르면 손자 녀석도 안아 볼 수 있을테고.
15년이 또 지나, 그 자리에 지금 내가 있다면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무심한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오늘도 눈에 띠지 않게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