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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신당 의원들이 한글날인 9일 오전 국회에서 본회의장 의원명패를 한글명패로 교체해줄것을 요구하며 박관용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0월 9일 한글날, 한자로 표기된 국회 본회의장 명패를 한글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결국 좌절됐다.

통합신당 원내부대표단은 9일 오전 소속 의원의 이름이 한글로 새겨진 명패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했으나, 국회측이 "좀더 논의한 뒤에 결정하도록 하자"며 본회의장 문을 걸어잠가 결국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통합신당 의원들이 명패 교체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했으나 국회 사무처 직원이 청사관리상 어렵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통합신당 원내대표단과 사무처 직원 사이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성호 의원은 "국회 건물의 주인은 국회의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며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가겠다는데 왜 열어주지 않느냐"고 국회 의사국장에게 따졌다. 임종석 의원도 "국회 예산으로 어렵다고 해서 우리 예산으로 명패를 만들었다"며 의사국장을 향해 본회의장 개방을 요청했다.

국회 의사국장은 "국회의장님이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청사 관리 차원에서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고 막아섰다. 김영춘 의원이 의사국장에게 "합의가 될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시범적으로 하고 이후 다른 당이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거듭 본회의장 개방을 요구했으나, 의사국장은 난처함을 토로하며 잠시 자리를 피했다.

의사국장이 국회의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들 원내부대표단은 한글 명패 교체의 의미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영춘 의원은 "국회에 외국 인사들이 많이 오는데 우리나라의 얼굴이 한자 이름이면 되겠느냐"며 "한자 이름이 붙어있으면 우리들의 국적을 어떻게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성호 의원은 "국회 관련법이나 내규 어디에도 국회의원이 명패를 한자로 써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오히려 현행법은 한글을 먼저 쓰도록 하고 있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겨서 되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황을 보고받은 박관용 국회의장은 통합신당 부대표단을 의장집무실로 불러 면담을 갖고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박 의장은 "어제 4당 총무들을 불러 얘기를 했지만 김근태 대표를 제외한 다른 분들이 반대를 하더라"고 전하면서, 국회 운영위원회의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3당 총무들이 한글과 한자 명패가 병용되면 "얼룩덜룩해 보기가 좀 그렇다"는 이유로 한글명패 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벤트 정치, 한건정치 중단하라"
민주당 9일 논평 통해 비난

통합신당의 한글명패 교체 요구와 관련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벤트 정치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문제는 국회법상의 절차와 교섭단체 간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며 "소수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정신적 여당이라지만 창당도 되기 전에 독선과 오만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며 "신당은 한건주의 정치, 이벤트 정치, 튀는 정치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덕배 통합신당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한글명패 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오랜 관성일 것"이라고 꼬집으며 "신문도 한자를 한글로 쓰고 있고 그만큼 변화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반대의견을 낸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성호 의원은 "한자를 계속 쓰겠다면 쓰면되지 그렇게 비난할 이유가 어디있냐"고 불쾌해했고, 김영춘 의원은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해 하는 것인데 이를 왜 그렇게 보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박 의장은 "나는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하자는 것이지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한글 명패 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체 의사를 반영하는 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또 "한글 명패 교체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데 한글로 하자는 것이 다수안"이라며 한글·한자 병행 표기 등 절충안이 있으니 좀더 논의해 보자고 이들 원내대표단을 달랬다.

하지만 통합신당 원내대표단은 이미 15일 이상 각 당이 논의를 했지만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고 여야 3당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통합신당만이라도 명패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논리로 박 의장의 제안을 반박했다.

결국 통합신당 원내대표단이 일주일 정도의 논의를 더 거친 뒤 교체 여부를 확정짓자는 박관용 의장을 제안을 수용하면서 이날 면담은 마무리될 수 있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성호 의원은 "내 명패를 내 돈으로 한글 명패로 바꾸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 한글날인 9일 본회의장 의원명패를 한글명패로 교체해 줄 것을 박관용 국회 의장에게 요구했으나, 박 의장이 일주일뒤 결정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이 명패를 들고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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