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의 '민주당 연합공천론' 제기를 계기로 파국으로 치닫던 통합신당주비위원회와 개혁신당추진위원회 간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국민경선방식과 창당 추진방식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을 노정하고 있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기·이상수·이해찬 등 통합신당쪽 대표 3인과 박명광·고은광순·이부영 등 개혁신당추진위 대표 3인은 9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대표단 회의를 열어 통합신당 발기인 발대식 공동 참여 등을 포함한 향후 창당 일정 등을 논의했다.
양쪽은 매주 수요일 정례 대표단회의를 개최하고 아울러 기획·홍보·조직 등 기능별 실무기획단을 구성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날 회동에서 개혁신당추진위원회쪽은 정세인식, 창당 절차,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발언 등 이견 조정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쟁점 사항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박명광 신당연대 대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추진위에서 생각했던 바와 조금 방향이 엇나가는 엇박자의 발언들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협의채널이 작동되지 않아서 상당기간 양측의 화학적 결합, 물리적 결합이 쉽게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기존 정당의 분당이나 국회의원 탈당과 합당이라는 형식보다는 개혁을 원하고 통합을 원하는 모든 세력들이 단일대오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 쪽은 발언이 와전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양쪽간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경선방식과 정세에 대한 인식에 있어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신당측이 부작용을 이유로 완전 개방형 국민참여경선 방식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같은 갈등을 더욱 불거졌다.
개혁신당 쪽은 차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정치지망생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쪽이 국민참여경선이 어떤 방식으로 가닥을 잡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통합신당 쪽은 경선불복, 유권자 동원행위 등을 막기 위해 공론조사와 국민참여경선을 혼합한 혼합형 경선제도를 선호하고 있는 반면, 개혁신당 측은 관리위원장제도를 기반으로 한 완전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해찬 통합신당 창당기획단장은 "만약 지구당위원장을 바로 선출하고 그 위원장에게 공직후보 출마자격을 부여하게 될 경우 돈으로 매집·매수하는 쌍끌이가 시작되고 그렇게 되면 구정치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며 완전개방형 경선제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개혁신당 쪽은 이같은 움직임을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태도라고 이해하고, 상향식 공천제 도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한 통합신당이 전국정당화를 기치로 출발했음에도 여전히 호남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갈등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신당 쪽이 호남민심잡기의 일환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당사에 걸어놓는 등 호남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화근이 됐다.
박명광 대표는 이날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합신당의 DJ와 호남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해 "그런 부분이 계속 협의돼야 할 문제"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창당 뒤 지도부 선출 방식와 관련해서도 양쪽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통합신당은 애초부터 중앙당 의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당 의장은 간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에 개혁신당 쪽이 발끈한 것.
이같은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양쪽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며 창당 준비위원회 발족식까지는 허니문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국면이 가까워 질수록 정치신인과 정치프로 간의 기싸움은 보다 치열해 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도체제와 경선방식을 확정하는 시점에 가서는 그간 묵혀뒀던 앙금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개연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 통합신당 출마 희망 9인 "의원들 기득권 포기하라" | | | 이충렬 전 노 후보 외교특보 · 이명식 전 민주당 당보주간 등 참여 | | | | 이충렬 전 노무현 후보 외교특보와 이명식 전 민주당 당보주간 등 통합신당으로 출마를 희망하는 정치신인 9명은 9일 통합신당 소속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아울러 통합신당 참여를 선언한 7명의 민주당 전국구 의원들도 조속히 탈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통합신당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 정당에서 지구당 위원장을 하셨던 분들은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치신인, 외부영입인산들과 백지상태에서 경쟁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국민경선제보다 더 중요한 정치발전은 없다"고 강조하며 "동시에 돈선거, 조직선거, 부적격자에 대한 규제방안 등 보완사항도 철저히 준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군사독재정권에 적극적으로 협력했거나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분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선별수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역의원 숫자늘리기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총선기호 2번을 지상목표로 삼지 말자"며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이므로 정치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과 민생 아젠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참여자 명단이다.
고남석·노영민·문병호·백계문(참여시대 동작포럼 이사장)·우원식(전 환경관리공단 이사)·이명식(전 민주당 당보주간)·이충렬(전 노무현 후보 외교특보)·조성두(대전추진본부장)·최윤(춘천시 추진위 대표) / 이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