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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의약 거리 축제에 전시된 약재들
대전 한의약 거리 축제에 전시된 약재들 ⓒ 안병기
축제란 무엇일까.아니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일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일상이 지리멸렬할 때 사람들은 축제를 연다. 여럿이 한데 어울려서 한 판 자지러지게 신명을 펼치고나면 삶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 싶기 때문이다.

근래들어 각 지역 마다 벼라별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막상 찾아가보면 어느 축제나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축제의 명칭만 다를 뿐 차별성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최측의 요란한 선전만을 믿고 찾아갔다간 십중팔구 실망을 안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새마을 부녀회의 점심 식사  봉사 현장
새마을 부녀회의 점심 식사 봉사 현장 ⓒ 안병기
지금 대전 광역시 동구 한의약 거리에서는 10, 11일 양일간에 걸쳐서 제5회 한의약 거리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한의약 거리를 찾아간 것은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럼에도 한의약 거리는 동구 새마을 부녀회에서 제공하는 국수와 떡국을 먹기 위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부녀회 관계자는 오늘 점심에 국수와 떡국을 합쳐 2,000명 이상에게 식사가 제공되었을 것이라고 한다.곁에서 보기에도 국수를 삶아내고 담아내는 손길이 여간 분주한 것이 아니었다.

축제의 단골 손님 엿장수
축제의 단골 손님 엿장수 ⓒ 안병기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니 어느 축제나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 '신토불이'엿장수의 단독공연이 한창이었다. 어릴 적 동네 어귀에 엿장수가 들어오면 떨어진 고무신이나 구멍난 냄비 따위를 들고 달려가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똑 같은 고무신을 들고 갔는데도 엿판에서 엿을 떼주는 크기는 아이들 마다 달랐다. '엿장수 맘대로'란 말이 그래서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가훈 써주기
가훈 써주기 ⓒ 안병기

전통차 마시기.
전통차 마시기. ⓒ 안병기

네일 아트 행사장에서
네일 아트 행사장에서 ⓒ 안병기
가훈 써 주기 행사장과 전통차 마시기 행사장과 네일 아트장도 인파로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 였다.네일 아트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김화진 양(대전 보건대 1년)에게 물었다.

"학생,팔뚝에다 그림 그리는 것은 도대체 뭔 맛이래요?"
"자신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어어 좋잖아요?"

되레 반문이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다 있는 법이다.젊은이들의 자기 변신을 위한 작은 치장을 어찌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노래자랑
노래자랑 ⓒ 안병기
엿장수와 더불어 축제의 현장에서 빠트리면 안되는 한가지. 그것은 아마도 노래자랑이 아닐까 싶다. 무대 위에서 목청껏 뽕짝을 불러대는 아주머니의 주체할 수 없는 신명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껏 저 끼를 감추고 어찌 살았을까나.

하모니카를 부는 동동 구리무 장수
하모니카를 부는 동동 구리무 장수 ⓒ 안병기
노래자랑이 열리는 곳을 떠나 몇 걸음을 더 가니 동동 구리무 장수가 하모니카를 구성지게 불고 있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나 어렸을 때 시장에서 동동 구리무 장수가 지나가면 그 뒤로 아이들의 행렬이 죽 이어졌다. 큰 북을 짊어지고 가다가 이따금 발을 "쿵" 내리 밟으면 울리던 북소리는 얼마나 멋있었던지!

주달선(49)씨는 올해 10년 째 동동 구리무 장수를 하며 전국을 떠돌고 있다고 했다. 요새야 좋은 화장품이 쌔고 쌨지만 그 옛날 궁핍의 시절에야 동동구리무는 우리나라 여자들의 꿈이 아니었던가. 격세지감이란 이런 걸 두고 이름이렸다!

약식 전통혼례에서  신랑역으로 출연한 임영호 동구청장
약식 전통혼례에서 신랑역으로 출연한 임영호 동구청장 ⓒ 안병기
약령제 광경
약령제 광경 ⓒ 안병기
오후 2시.약령제와 약식 전통혼레가 동시에 열렸다. 약을 처음 만들었다는 약성 신농씨를 추모하고 동시에 한의약 거리의 번영을 기원하는 약령제가 대전 연정국악원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경건하게 진행 되었다.

그 시각 바로 옆에서는 약식으로 전통혼례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혼례식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을 보니 뜻밖에도 임영호 동구청장이 아닌가. 주민들이 파안대소하며 박수를 쳤다.

전국의 많은 축제와 대전 한의약 거리 축제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참여자가 단순한 구경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한방 무료진료, 금연침 맞기, 발맛사지, 네일아트 등의 행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므로써 그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일 것이다.

아무튼 대전 한의약 거리 축제가 밀려드는 수입 약재들로 부터 약초 재배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고 토종약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킴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켜내고자 하는 뜻깊은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인파로 북적거리는 한의약 거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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