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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끼리 묻고 답하는 서비스, 지식 검색은 이제 일반명사처럼 돼버렸다. 지식 검색은 초창기에는 네티즌끼리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전문가 집단을 두고 이들이 일일이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엑스퍼트였는데 지금의 지식 검색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전문가 답변 서비스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2000년 10월 인터넷한겨레의 디비딕이라는 사이트가 오픈하게 되는데, 답변을 전문가 집단이 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네티즌의 힘은 대단했다. 기상천외한 질문들로 시작된 지적 탐험은 질문보다 더 재치 있고 또 전문적이기도 한 답변들을 만들어 냈다.

후에 유료화를 시도하면서 이용률이 많이 떨어졌고 엠파스가 인수하면서 디비딕이라는 이름은 지식거래소로 바뀌게 되었지만, 2000년부터 유료화가 시작된 2002년 9월까지 디비즌이라는 애칭으로 디비딕의 서비스를 아끼고 활용했던 많은 사용자들은 열성적으로 멋진 답변들을 탐구했던 추억이 있으리라. 엠파스의 지식거래소를 이용하다 보면 답변 중 ‘즐딕~’ 이라고 끝마치는 글들을 보게 되는데 디비딕 때의 자료라고 보면 된다.

초기의 질문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정말 평소에 궁금했지만 딱히 물어볼 곳이 없거나 무안 당할까 봐 포기 했었던 그런 질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사소하기는 하나 그래도 너무나 궁금했던 그런 것들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재미있게도 내 궁금증은 다른 이의 궁금증과도 꼭 닮아 있었다.

성탄절을 X-mas라고 할때 이 X의 의미는? 밤에 라면을 먹으면 얼굴이 왜 붓나요? 왜 예전에 첫 봉급을 타면 빨간 내복을? 길 가다가 만나는 도를 묻는 이들 대체 뭣하는 사람들인가요? 왜 58년 개띠 58년 개띠 하나요? 왜 캔 음료에는 가격표가 없을까요? 모나미 볼펜‘153' 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오렌지를 덮고 있는 하얀 물질이 뭐죠? 왜 자기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면 간지럽지가 않지요?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이 정말로 전기 소모하나? 나폴레옹의 사전은... 辭典? 事前? 死前? 군대에서 FM 대로 한다는 게 멉니까? (답 : 야전교범(Field Manual) )

애국가의 남산이 서울에 있는 남산이 아닌가요? 라는 질문이 올라가자마자 애국가의 남산은 앞산을 말하는 겁니다. 라는 간단 명료한 답변이 올라 왔고, '아이스바' 를 왜 '하드'라고 부르지요? 라는 궁금증은 1962년에 나온 삼강하드 때문입니다. 라는 답변을 한 20대의 디비즌에 의해 해결됐다. 도서관이나 서점의 경보기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에는 이건 비밀인데…라고 슬쩍 시작되는 너무나도 자세하고 적나라한 답변을 우리 모두 공공연히 나누게 되었다.

아이가 코딱지를 먹는데 어떡하죠? 라는 부모의 다급한 질문도 있었고, 영화 ‘친구’ 나 ‘공동경비구역 JSA’ 가 개봉한 직후에는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중 누가 더 빠를까? / JSA 요원이 되려면? 이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왜 종이컵에 맥주를 따르면 거품이 많이날까? 전화를 걸때 여보세요라고 말하는 이유? 예비군 훈련할때 행동이 달라지는 이유? 등과 같이 뭐 알아도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질문들도 많았지만 어쨌든 답변자들은 성실히도 답변을 해줬다.

‘엿먹어라’ 가 욕이 된 이유를 아는가. 여기에는 상급학교 진학 시험을 둘러싼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있다. 엿기름 외에 엿을 만드는 재료를 묻는 문제였다. 정답은 디아스타제였는데 보기 중 ‘무즙’ 또한 답이 된다는 것이 발단이었다. 학부모들은 실제로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당시 문교부 앞으로 가서 시위를 했다고 한다. ‘이 엿 먹어 봐라. 무즙으로 만든 엿이다!’

오랜 체증이 내려가듯 네티즌의 주된 관심사들이 하나둘 해결되면서 디비딕은 하나의 지적 유희의 장이 돼 가고 있었다. 묻고 답하는 자체가 네티즌의 즐거운 오락이 된 것이다.

좋은 녹차를 사려면? 하고 물으면 ‘여기는 보성인데요…’ 라는 답변이 실렸고, 도둑도 직업인가? 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곧 이어 자기집에 복면하고 들어가 강도짓을 한 경우 어떻게 되나요? 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족발은 앞발이 맛있다?? 조선시대에도 떡볶이가 있었을까요? 비행기 내가 만들면 타고 다녀도 되나? 쥐났을 때 침 바르면 낫나요? 오케바리의 어원은? 왜 하필 '당나라' 군대라고 하는가? 야구선수는 왜 그리 자주 침을 뱉나요? 흑인(여자)들은 화운데이션이 까만색인가요? 새우깡에 새우는 몇 마리나 들어갈까? 밖에 털이 있는 옷은 뒤집어 입는 것이 따뜻하지 않을까요? 전원일기의 할머니는 대체 몇살입니까? 엄마 ,요구르트병 껍질은 풀로 붙였어?

어떤 오락에 익숙해지면 더 강하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된다.

똥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답변제목 : '똥침'의 위험성과 엽기성) 왜 배설물에서는 냄새가 나야만 할까요?

예전에 바퀴벌레에 대한 질문의 성실한 답변으로 화제를 모았던 세스코의 경우처럼 우문에 현답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사실 세상에 우문이란 없지만 말이다.

욕도 알고 써야...X발이 맞아요? X팔이 맞아요? (답변제목 : X팔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마.)
에너지 보존법칙이 있는데 왜 절약해야 되죠? (답변제목 : 열역학의 법칙 2가지) 다방에서 먹는 것보다 배달 커피가 더 싼 이유? (답변 : 인건비와 고정자산 비용 중 인건비가 더 싸기 때문입니다.) 옛날 성균관은 국립이었는데 왜 지금은 사립이죠. 언제 팔렸나요?

다방커피의 황금비율은 통상 2 : 2 : 2 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다방을 돌면서 조사한 디비즌이 있었기에 여기에 ‘인삼차’ 를 약간 첨가해야 진정한 최고의 다방커피가 탄생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게 되었다.

성기의 색깔은 왜 짙을까요? 왜 야한 장면을 보면 침이 꿀~꺽 넘어갈까요? 야한 장면을 보면 진짜로 코피가 나나요? (물론이다) 오랄 섹스는 나쁜 건가요? 이런 질문들은 따로 모아져 성인용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필자가 본 디비딕의 답변 중 최고를 꼽으라면, 출산할 때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요, 너무 두려워요. 라는 질문에 여자가 아닌 바에야 남자들이 어찌 알리오…라는 제목으로 장장 A4 용지 3장 분량으로 본인의 경험담을 극적으로 설명해 주었던 어느 여자분의 답변이었다. 출산에 임박하면서 출산 직후까지의 느낌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보여준 글이었는데, 이 글을 다 읽고 감동하여 눈물까지 흘렸다. 서툰 표현도 더러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가슴을 울렸다. 그 답변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 보통 부모들은 자식에게 사랑을 주고, 희생만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들에게서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본능은 이 세상을 진보시키고, 그 어떤 악으로부터 당당히 맞설 힘과 용기를 갖게 해 주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이란 무궁무진 하답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아이를 가지시길...

네티즌의 지적인 힘과 상상력은 그야말로 한계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배우는 즐거움보다 가르쳐 주는 기쁨이 크다고 했던가. 네티즌은 지식 검색이라는 기막힌 공간을 통해 서로를 가르치고 또 배우는, 두 곱절의 즐거움을 누린다. 네티즌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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