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아버님과 민정이, 병묵이는 제가 잘 돌볼게요.’
그 후 4년. 하기자(49, 아산시 용화동)씨는 남편에게 마음속으로 전한 약속을 잘 지켜가고 있다.
78세라는 연로한 나이에 수전증에 치매증상까지 보이는 시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쉽지는 않다. 때로는 힘들고 어렵지만 내색 없이 식사 수발은 물론, 병원 치료 등에도 지극 정성을 다하고 있는 하씨.
그런 하씨의 효심이 주위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 모르는 이웃이 없을 정도다. 이런 하씨의 효행을 타의 모범으로 삼고자 아산시는 지난 1일 아산시민대상 효행부문 수상자로 선정, 표창했다.
“치매증상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으셔서 크게 힘든 건 없어요. 다만 연로하신 데다 몸도 안 좋으신 데 자식을 먼저 보낸 안쓰러움에 술을 과하게 하시는 게 마음에 걸릴 뿐이에요.”
하씨는 현재 목욕탕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다. 많지 않은 급여로 시아버지의 병원비를 비롯해 생계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알뜰하게 꾸려 나가고 있다.
본래 쾌활하고 활달한 성격에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하씨. 항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어려운 현실에 지치지 않고 견뎌나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딸 김민정(25)씨는 별 탈없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며 하씨를 도와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아들 병묵(23)씨는 건장하게 자라 군생활을 하고 있다.
민정씨는 남편을 닮아 내성적인 성격에 얌전하고 겸손해 주위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해 하씨의 자랑거리다. 아울러 식구 중 유일한 말동무이기도 하다.
고된 일을 마치고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하씨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모녀간의 즐거운 대화.
“남편을 닮아서인지 사려가 깊어요. 항상 저를 위해주죠. 자식 걱정 안 하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자식이 속을 썩이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고 하던데….”
얼마 후 아들 병묵씨가 제대하면 가족간 더욱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하씨를 기쁘게 하는 또 한가지 낙.
“부모들은 자식들이 잘 사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즐겁게 하는 지 몰라요.” 그런 면에서 저는 자식복은 있는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하씨.
작은 매표소 창구를 통해 드러나 보이는 그런 하씨의 웃음이 클로즈업 되며 목욕탕을 들어서는 손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