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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들은 낮에는 서로 떨어져 놀지만 밤이 되면 옹기종기 한 곳에 모여서 잔다
메기들은 낮에는 서로 떨어져 놀지만 밤이 되면 옹기종기 한 곳에 모여서 잔다 ⓒ 김훈욱
물고기들은 세상 무슨 걱정이 있나 싶게 졸거나 서로 장난을 하다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있으면 재빨리 숨거나 어떤 놈은 장난스레 다가오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일처럼 보였다.

연못의 물고기들은 항상 평온했고 바쁜 것이 없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물고기들은 정말 무엇을 먹고 살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주기적으로 수족관 가게에서 파는 먹이를 사다 주면 작은 물고기들은 반갑게 먹었지만 큰 고기는 큰 체구를 유지하려면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은데도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항상 의문이었다.

연못에는 작은 피라미와 메기, 그리고 덩치 큰 가물치가 있는데 먹이를 주면 가물치는 먹이에는 전연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파라미는 먹으려고 해도 메기들이 무서워 도망 다니느라 함부로 먹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작은 물고기는 큰 물고기의 접근을 경계하면서 목숨을 걸고 먹이를 찾는다.
작은 물고기는 큰 물고기의 접근을 경계하면서 목숨을 걸고 먹이를 찾는다. ⓒ 김훈욱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온하게 보이지만 물 속에서는 힘있는 고기와 힘없는 고기가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물치와 메기는 서로 몸을 부비며 놀고 덩치 큰 가물치의 배 밑에는 항상 메기가 들어가 함께 헤엄치며 정답게 지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새로운 메기를 잡아 연못에 풀어 놓던 어느 날이었다. 메기 몇 마리를 잡아다 연못에 풀어놓자 처음 접하는 환경에 어리둥절한 메기가 멈칫하는 사이 평소에는 조용하게 헤엄치며 놀던 가물치가 번개같이 움직이더니 순간적으로 메기 한 마리를 통 채 삼켜 버리는 것이었다. 가물치가 평소 먹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가물치의 공격에 꼬리가 잘린 메기. 이런 모습으로 한 달 이상을 살았다.
가물치의 공격에 꼬리가 잘린 메기. 이런 모습으로 한 달 이상을 살았다. ⓒ 김훈욱
사람들이 가끔씩 고기를 잡아다 넣기 때문에 그 수가 줄어드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가물치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는 전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며칠에 한번씩 메기를 잡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외관상으로는 아주 평온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 속에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생존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우선 제일 약한 피라미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않고 큰 고기들이 다가 오는 것을 물이 움직이는 것을 통하여 전방위로 감지하고 떼지어 피해 다니고 있었다.

어쩌다 무리와 떨어진 피라미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며 보기에도 안타깝게 위험을 감수하며 무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피라미 보다는 훨씬 덩치가 큰 메기들은 평상시는 대장인 가물치와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물치는 배부를 때만 메기와 친하게 지내고 배가 고프면 안면몰수하고 메기를 잡아먹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 놈들은 비슷한 힘을 가진 고기끼리 나눠 가지는 일도 없었다.

영역 싸움에서 지고 구조된 고기. 꼬리가 반쯤 잘리는 부상을 입었다.
영역 싸움에서 지고 구조된 고기. 꼬리가 반쯤 잘리는 부상을 입었다. ⓒ 김훈욱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생김새가 가물치와 비슷한 큰 고기를 넣었더니 이 놈들은 만나면 싸우기 시작했다. 하도 생사를 걸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보다 못해 똑 같은 영토를 가지고 잘 지내라는 뜻으로 연못의 한가운데 돌을 쌓아 서로 갈라 놓았지만 평소에는 동작이 굼뜬 놈들이 놀랍게도 이 경계를 훌쩍 뛰어 넘어 다니며 싸움을 계속했다.

결국 늦게 잡아 온 큰 고기가 힘에 밀려 꼬리가 반쯤 잘리는 큰 부상을 입었고,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 긴급하게 별도의 수족관을 마련하여 그 안에 넣고 치료를 하면서 긴 싸움은 끝이 났다.

대장이 된 물고기. 이 물고기는 중간을 가로지른 담장도 뛰어넘고 다닌다.
대장이 된 물고기. 이 물고기는 중간을 가로지른 담장도 뛰어넘고 다닌다. ⓒ 김훈욱
그런데 연못 속에 사는 물고기들은 시간 맞춰 먹이를 충분히 주는데도 무엇이 부족하여 목숨을 걸고 싸움을 할까? 물고기 세상도 남 잘되는 것 보지 못하고 내 것이 충분함에도 남보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욕심은 인간세상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중간에 갈라놓은 담장이 있지만 결국 한 마리가 퇴장당하면서 평온을 찾았다.
중간에 갈라놓은 담장이 있지만 결국 한 마리가 퇴장당하면서 평온을 찾았다. ⓒ 김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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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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