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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결의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15일 결의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결의대회
결의대회 ⓒ 오마이뉴스 이승욱

세원테크 노조원 고 이현중씨가 사망한지 두 달여 가까이 흐르고 있지만 유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 되고있다.

특히 최근들어 유족과 노조로 구성된 대책위와 회사측 사이에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사태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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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 참석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을 치켜들고 있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을 치켜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15일 오후 4시20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는 '세원자본에 의한 고 이현중 동지 사망대책위' 주최로 세원테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전국노동자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금속연맹 전재환 수석부위원장, 금속노조 김창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산하단체 대표자들과 확대간부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10여년을 일해온 노동자가 노사문제로 부상해 사망했지만 회사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회사는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노조탄압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재환 수석부위원장도 "이 동지(고 이현중씨)가 죽은지 50여일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고인은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동지의 죽음을 외면하고 노조 탄압을 자행하는 세원그룹과 싸움을 해 고인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조성호 위원장도 "오늘따라 이 동지의 해맑은 웃음이 더욱 생각나는 날"이라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세원테크 사태와 관련해 최근 구속된 세원테크 노조 부위원장의 부인인 정화영(40)씨가 나와 편지글을 읽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내가 처음 현중씨를 보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까만 모자에 안경을 쓰고 쑥쓰러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웃던 그 모습이…. 그런데 지금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쓸쓸히 결려 있는 영정을 보면서 49재가 넘어선 오늘까지도 저승길을 하루라도 빨리 떠나보내지 못한 죄스러움에 눈물이 핑돕니다. 현중씨가 언제쯤 편안히 저승길을 떠날 수 있을런지…."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노조탄압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만장과 고 이현중씨의 영정 사진을 선두로 국채보상공원에서 중알로터리·서문시장으로 이어지는 2.8Km 구간을 거리행진했다.

세원테크 사태, 왜 해결 안되나?

ⓒ 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 2002년 7월 세원테크 노조원이었던 이현중씨가 노조 파업 도중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상악도암을 발견하고 투병 중 사망한 것이 지난 8월 26일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흘러가고 있지만 사태해결은 좀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 와중에 세원테크 본사가 있는 세원정공(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유족과 노조원 등 60여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연행됐다. 또 최근에는 이씨의 매형이 분신을 기도하는 등 사태 해결 보다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갈등의 원인에는 이씨의 죽음을 둘러싼 유족과 회사측간의 인식차이 때문이다.

회사측은 "이씨가 죽은 것은 암 때문이지 회사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씨가 죽은 것에 대해 안타깝지만 그것을 회사의 책임이라고 몰고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회사측은 "유족들과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연계돼있다면 의도가 의심스럽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유족과 노조측은 "이씨가 노사 협상 결렬 후 파업 도중 회사가 정문에 설치한 철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려다 회사측 관계자가 절단한 철제 덩어리에 두개골 함몰 부상을 입어 투병 중이었다"면서 "그 와중에 부상부위에 상악도암 발견됐는데 이씨의 죽음과 회사가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유족 측은 특히 "전문가들의 의견들로 봤을 때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상학도암이 생기지도, 그리고 암이 생겼다 하더라도 치료가 가능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고개를 숙인채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15일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고개를 숙인채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또한 유족 측은 회사측의 '노조 배제 후 대화'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태가 터진 후 회사측이 노조를 배제하라고 해 노조의 양해를 얻어 유족들만 대화에 나서려고 했는데, 그 때는 오히려 회사측이 대화를 기피했다"면서 "회사측은 전혀 대화할 의지가 없을 뿐더러 유족들을 노조와 떨어뜨려 놓고 힘을 빼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보상 문제 뿐만 아니라 유족들은 회사내 노제와 이씨의 부상원인이 된 정문 바리케이드 철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난항을 거듭했고, 결국 지난달 중순부터는 일체의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 휩싸인 채 이씨의 주검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대구 칠곡카톨릭병원 영안실에 두 달여 가까이 방치돼 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유족과 회사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민들이 길가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시민들이 길가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특히 유족들은 두 달 가까이 끌어오면서 회사와 경찰측의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인 대응에 더욱 분개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찰이 공정한 일처리보다는 회사측에 치우쳐 있고 오히려 유족들을 폭행, 연행하는 만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강우성(37)씨는 "개가 죽어도 이렇게 대우하지는 않는데 경찰과 회사가 한통속이 돼 유족들을 이렇게 쓰레기 대하듯 할 수 있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는 "얼마전까지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기대했지만 이제는 이 싸움이 언제까지 가더라도 견뎌낼 것"이라면서 "현중이의 죽음에 대해 회사측은 유족들에게만 사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를 인간 이하로 내모는 세원그룹 측이 전 노동자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금속연맹 그리고 민주노총 등은 이번 사태가 세원그룹 측의 '민주노조 죽이기'에 기인한 사안으로 판단해 총력투쟁한다는 계획이다.

금속연맹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세원그룹 측의 무자비한 노조 죽이기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10월말까지 대화에 힘을 쏟겠지만, 만약 이때까지도 회사측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취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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