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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언론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래 흔든다" | | | [인터뷰] 오보에 법적대응 나선 김형태 변호사 | | | |
| | ▲ 김형태 변호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송두율 교수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송 교수가 입국한 9월 22일 이후 지금까지 밝혀진 오보를 찾아 본격적인 '명예훼손소송'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송 교수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일부 언론에 사건 내용이 포착되면서 '여론몰이'로 악용된데 대해 철저히 따지고 진위여부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김형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이번 사례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상당한 오보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미리 공포함으로써 여론재판으로 이 사건을 몰고 간 책임은 언론에 있다. 조사당국이 확정하지도 않은 내용을 언론이 미리 말하는 것은 형법상 '피의사실 공포'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따른 사법처리도 가능한 것이다. 또 한국의 언론들은 이 사건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없고, 사변적이거나 지엽말단적인 것에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쓴다. 그러니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올 리 없다. 독자들의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언론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송 교수는 우리 언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그 분은 현재 한국언론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한국언론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얘기를 이상하게 왜곡해 놓으니 국내 언론에 대해 호감을 갖기 어렵지 않겠는가."
- '송교수 사건'이 당분간 계속될 텐데 기자들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면.
"제발 본질과 관련된 얘기를 썼으면 좋겠다. 한 쪽 얘기만 듣고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정론직필이라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반듯하게 얘기해서 독자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해주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현재 '송 교수 사건'은 사실상 검찰이나 국정원보다 언론이 끌고 가는 형국이다." / 장윤선 기자 | | | | | 송두율 교수를 둘러싼 색깔론 논쟁이 '신매카시즘' 공방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으로 치닫게 된 데는 송 교수의 '친북·용공' 혐의에 초점을 둔 이념공세 위주의 언론보도가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매체가 과도한 '팩트(사실) 지상주의'에 매몰돼 송 교수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언론계 내부의 자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팩트'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언론들이 이번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를 하는 등 오보가 대거 잇따르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팩트'에 목숨을 걸면서도 '팩트'가 틀린 이중적인 결과를 낳은 셈이다.
송 교수측은 이에 대해 "언론이 검찰 관계자 또는 국정원 관계자라는 익명을 이용해 마치 사실이 확인된 양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며 "사건의 진실과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으며, 사건 전체를 색깔론 시비로 몰아가 결국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송 교수측은 해당 언론사에 반론과 정정보도를 요청하는가 하면 아예 전담 변호인단을 구성, 악의적인 오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법적으로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보 대응 소송에는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천주교인권위원회에 소속된 100여 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최근 반론보도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문화일보>, <연합뉴스> 등이 '오보'를 잇따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중앙일보> 6일자 「공작원 녹취 틀자 송씨 자백」과 같은 신문 8일자 「저서엔 '후보위원 김철수' 표기」, <문화일보> 4일자 「"북서 후보위원 직접 통보 진술"」, <연합뉴스> 15일자 「송교수 '전향서' 제출」 등을 대표적인 오보로 꼽았다.
언론중재위원회는 17일 송 교수가 반론보도 신청한 문화 기사와 중앙 6일자 기사와 관련, 중앙에는 반론보도 중재결정을 내렸고 문화에 대한 결정은 당사자 협의를 위해 2차 심리로 연기됐다. 중앙 정치부장은 이의신청을 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 공안1부(부장검사 오세현)도 문화 기사가 나간 직후 보도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편집국장 앞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한 바 있다.
■ 송 교수, '후보위원 김철수'로 표기했는가
중앙은 지난 6일 1면 「공작원 녹취 틀자 송씨 자백」 기사를 통해 "'송두율 교수가 국정원으로부터 김철수란 이름으로 작성된 문건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팩스를 제시받고 공작원의 증언 녹취 테이프를 틀자 송 교수가 본인의 정체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송 교수측은 이에 대해 "실제로 송 교수가 국정원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팩스나 테이프를 제시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자백한 사실도 없다"며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 중앙은 8일자 4면 「저서엔 '후보위원 김철수 표기'」 기사에서 "송두율씨가 자신의 1995년 저서에서 김철수를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노동당 중앙위원으로 소개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특히 송씨가 김철수를 정치국 후보위원 등으로 자세히 분류해 놓은 것으로 드러나 자신이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송 교수측은 "실제 저서에 '후보위원 김철수'로 표기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김기남 이하부터 비로소 순수하게 '비서' 직책만을 수행하고 있어 김기남 이상을 '이상 정치국원'이라고 표한 것인데 이 내용에 대한 제목을 '후보위원 김철수 표기'라고 뽑아 독자들로 하여금 송 교수가 후보위원을 인정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송 교수가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 오른 적이 없음은 국정원조차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중앙은 송 교수가 북한 통일전선 대상으로 장의 의원 명단에 오른 사실만 갖고 마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정치국원으로서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가 하면 의무를 이행하는 등 지도적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주장하는 쪽의 입장만 편들었다"고 지적했다.
■ 송 교수, 94년 북측으로부터 '김철수'라고 통보받았나
문화는 4일자 1면 「"북서 후보위원 직접 통보 진술"」에서 "송 교수가 검찰에서 1994년 당시 북한 측으로부터 자신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진술해 10월 2일 기자회견 내용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교수측은 "후보위원으로 임명된 적도 없고, 검찰에서도 이같이 진술해 기사회견 내용을 번복한 바 없다"며 허위라고 반박했다.
즉 북한이 송 교수를 높이 예우한 것을 놓고 송 교수가 후보위원으로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고 확대 과장하는 국정원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근거없는 허위보도에 불과하다는 답변이다.
■ 송 교수, '전향서' 제출했나
송 교수 측은 연합뉴스 15일자 「송교수 '전향서' 제출」도 대표적인 오보로 지적했다. 15일 오전 11시께 출고된 이 기사는 여러 언론사에서 받아 인터넷에 띄우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태 변호사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연합 기자와 통화한 것은 맞는데 '전향서'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을 정리해 문건으로 제출한 것일 뿐"이라면서 "그때 연합 기자에게 '도대체 전향서가 뭐냐,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더니 아무런 대답도 않고 그냥 기사가 나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연합은 김형태 변호사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의 항의가 잇따르자 해당 기사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에서 일단 내린 뒤 이후 보강 기사를 출고했다. 그러나 검색 데이터베이스에는 논란이 된 기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연합 기자는 "해석의 여지가 다르다"면서 오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변호사가 그런 뜻으로 분명히 얘기했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민감한 부분도 있고, 김 변호사가 직접 '전향서'라고 언급한 부분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에 인터넷 메인 화면에서 기사를 내리고 종합 기사를 다시 올렸다"고 말했다.
송 교수 관련보도가 법적 공방으로까지 치닫는데 대해 일부 기자들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반응이다. '팩트 중심주의'를 넘어선 언론의 지나친 '팩트 지상주의'와 국정원·한나라당 등에서 흘러나온 미확인 정보가 결합돼 너무 앞서나갔다는 지적이다.
귀국부터 지금까지 송 교수를 전담하고 있는 일간지의 한 기자는 "그동안 알려진 사실과 수사과정에 나온 사실의 일치 여부가 매우 중요한 뉴스임은 분명하나, 너무 '팩트'에 집중하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대서특필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조사결과가 검찰에 넘어가기도 전에 정형근 의원이 국회에서 미리 발표하는가 하면, 이미 일부 언론에 포착돼서 그대로 기사화한 경우도 많았다는 것. 그는 "또 처음부터 송 교수의 친북·용공 혐의에 초점을 두고 취재하는 일부 언론의 선정성도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의 한 기자도 "송 교수의 귀국으로 이적성 규정범위 등 그동안 냉전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지금 시대에 새롭게 구성할 사회가치·잣대 등이 모색되길 기대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한국언론은 '게임 당사자'"
한편, 이같은 한국언론의 문제점은 독일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송 교수 사안을 심도있게 다룬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지난 13일 '두 코리아 사이에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우리 사회 언론을 '게임의 중재자'가 아니라 '게임의 당사자'로 묘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태호씨는 <미디어오늘> 15일자에 기고한 '독일 언론에 비친 송두율 교수'를 통해 프랑크푸르터 룬트사우의 기사를 소개했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지난 13일 "김대중·노무현 두 전·현직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 독일 교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남한사회 전반에 있는 민주적인 좌파들을 겨누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조선일보>와 <코리아타임스> 같은 보수적인 신문들의 논평이 정부 내에 북한의 첩자들이 침투해 있는지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 송 교수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낸 KBS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우파 신문들에 의해서 의제로 설정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때문에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으로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고 그 대신에 그를 추방하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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