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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정국과 시민사회진영의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2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학술단체협의회·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렸다.
'재신임 정국과 시민사회진영의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2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학술단체협의회·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민단체는 보수언론의 물적·인적 카르텔에서 자유로운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을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보수언론의 집요한 '참여정부 때리기'가 지목되면서 진보진영의 대언론관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 당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불거진 '언론활용론'-'언론개혁론' 논쟁이 그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학술단체협의회는 2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재신임정국과 시민사회진영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나오고 있는 재신임 선언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 진보진영이 지금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와 언론'이란 발제에서 "보수언론이 시민사회를 활용해 자신들의 수구적인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면서 진보진영의 대언론관 재인식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 총장은 우선 특정 정파(수구 정치세력)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실조차 외면하면서 편파왜곡을 일삼는 보수언론을 '수구언론'으로 지칭한 뒤, 시민사회 활동가조차 수구언론이 주도한 담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구언론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이 자신들의 동맹 내지 제휴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수구세력에 직접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 정도로 진행될 때는 중립·부분적으로 우호적인 보도태도를 견지한다"면서 "그러나 자신들이 허용할 수 없는 일정한 수준으로 넘어가거나 수구세력의 이해와 충돌하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의 불법성을 왜곡해 강조하고 시민사회를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태도로 바뀐다"고 말했다.

"진보진영만이라도 대통령-언론 갈등의 본질, 헷갈리지 말자"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는 이같은 문제점은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보수언론의 독과점 등에 기인한 수구언론의 여론장악력에 있다고 분석했다. 87년 이후 사회적 권위의 공백을 틈타 고전적 개념의 언론자유 영역을 넘어 스스로 권력화한 언론이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주요 의제를 자기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언론자유=민주사회의 선결조건'이라는 고전적인 개념을 내걸어 자신을 방어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막강한 여론장악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권력을 활용해 '정·경·관' 등 전 영역에 걸쳐 인적 물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 '총선연대' 활동 왜곡을 비롯해 햇볕정책=대북 퍼주기론, 교사·교수 노조불가론, 시민단체 정치적 중립성론, 제왕적 대통령론 등이 수구언론 여론독과점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그는 "보수신문의 여론장악력에 의한 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집단이 얼마나 되는가"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수구언론의 교묘한 사실왜곡에 은연 중 마취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진보진영에게 '보수언론의 수구담론이 늘 우세했고, 주요 의제를 좌지우지해 결국 우리 사회 발전을 가로막았다'면서 책임을 회피해도 되는가"라고 거듭 물었다.

따라서 최 총장은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진보진영에서 보수언론의 수구적 담론에 맞설 진보담론을 만들어 의제설정의 장에서 정면으로 맞서자"고 제안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보수언론의 여론장악력에 지레 겁먹고 술좌석 안주감 정도로만 대응한 측면은 없는가"라며 진보진영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대통령 재신임 정국은 물론 그동안 지속된 언론과 대통령의 갈등에서도 진보진영의 대언론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적시했다. 한마디로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구조 속에서 최소한 진보진영만이라도 헷갈리지 말자'는 뜻이다.

그는 노무현 참여정부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갈등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지난해 대선 때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으나 △보수언론이 반대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보수언론, 특히 조선일보는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으나 연거푸 실패한 배경을 두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보수언론이 노 대통령을 반대하는 것은 진보진영 지지로 당선된 '노무현' 진보성에 대한 반대"라면서 "'노무현'의 진보성이 현실에서 '정책화' 돼 보수언론 등 수구세력에 대한 타격으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개인의 단점을 최대화시켜 국민 감정 속에 녹아들도록 하는 선정적인 보도태도에 현혹돼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최 총장은 시민사회 진영이 언론을 활용해서 얻을 '이익'과, 언론을 개혁해서 사회 전체가 얻을 '국익'을 고려할 때 "시민단체는 어느 쪽을 선택할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두 번의 대선 과정에서 보수언론의 여론독과점을 극복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은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라는 수구담론을 극복하고 진보담론을 선택했다"며 "이같은 사실은 시민사회 진영이 '제대로 노력하면' 보수언론의 여론독과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결과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단체들이 각자 선 자리에서 보수언론의 수구담론에 맞서 개혁 담론을 만들고, 담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논쟁해 여론형성의 역관계를 바꾸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보수세력의 능동화된 비판, 그들의 취약성 반영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신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보수언론 등 보수세력의 능동화된 비판은 오히려 그들의 취약성을 반영한 현상으로 해석했다.

조 교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집권시대를 상징하는 국민정부·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보수세력 스스로 탈권력화,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적극적인 비판과 자기표출을 하게 된 것"을 '보수세력의 능동화'로 표현했다.

그는 "국회내 보수세력의 적극적 저항이나 (보수세력 일부로서)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비판에 의한 참여정부 지지율 하락은 위기의 일부이기는 하나, 전부는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보수세력에 의한 비판과 그로 인한 일견 '사면초가적' 상황은 참여정부의 적극적인 자기정책을 통해서 돌파할 문제이지 그것 때문에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일면적인 인식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 실현하는 자유주의적 개혁정책과 그런 방향의 국정운영이 없다는 게 핵심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지지층(자유주의적인 개혁지지층)이 이탈하고 진보세력의 요구에 대한 응답 부재로 진보진영이 이탈하는 결과를 낳아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면서 "참여정부다운 새로운 전향적인 개혁정책과 국정운영의 쇄신을 통해 개혁적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재신임 자체와 관련, 그는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정치자금 투명화를 포함한 제도적인 정치개혁안을 여야가 대타협하는 방식으로 '합의' 철회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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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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