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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후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진술하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쳐다보고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후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진술하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쳐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간의 '진실게임'이 법정 밖에서도 계속됐다.

28일 오후 이 전 회장이 권 전 고문을 고 정몽헌 회장과 김영완씨와 함께 만나 권씨로부터 2000년 총선자금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서울 S호텔에 대한 현장 검증이 실시됐다.

이익치씨가 참고인으로 나온 이날 현장검증은 시종일관 권씨와 이씨의 엇갈린 진술이 계속 이어졌고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섬 없는 '진실게임'을 벌였다.

'흡연석에 앉았다'는 이씨 주장에 권씨, '난 금연석만 앉는다'

먼저 호텔로비에서 '이곳 호텔 커피숍에서 정회장과 함께 이씨를 만난적이 없다'고 포문을 연 권씨는 두 번째 현장검증 장소인 호텔 커피숍으로 이동해 그 곳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이씨를 만났다.

커피숍에서 주로 앉는 자리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항상 금연석에만 앉는다고 주장한 권씨는 이씨가 2000년 1월 말 당시 권씨를 비롯한 4인이 커피숍 중앙에 마련된 흡연석에 앉았다는 주장을 이어가자 "이 사람 벌써 거짓말이다"라며 자신은 결코 흡연석에 앉지 않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변호인단도 "권 피고인은 담배연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흡연석에 앉질 않고 지배인도 금연석인 양 측면 자리를 권한다"며 이씨를 몰아세우자 지켜보고 있던 권씨는 이씨를 가리키며 특유의 사투리로 "이 사람 얼굴 노래진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현장 검증에서는 호텔 로비와 커피숍에 설치된 '폐쇄회로티브이'(CCTV)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변호인 측은 호텔로비와 커피숍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러한 공개된 장소에서는 보안이 유지되지 않아 권 피고인이 정회장을 상대로 은밀한 부탁을 할만한 장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2000년 당시 정회장이 권고문을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만났다는 사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 권씨가 이씨와 정회장을 만난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검사측은 이에 대해 커피숍 지배인으로부터 "커피숍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다만 올 여름 온도감지기를 설치했을 뿐"이라는 진술을 얻어내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당시 상황을 재현해 보이고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당시 상황을 재현해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승강기에 타는 것 보고 인사까지 했다' vs '원래 계단만 이용한다'

현장검증 마지막 장소인 호텔 3층 일식당과 2층 중식당에서도 권씨와 이씨의 엇갈린 주장은 계속됐다. 2층 중식당은 이날 법정에서 증언한 식당 직원이 권씨가 '1주일에 서너 차례 1인당 20-30만원의 고급 식사를 즐겼다'고 밝힌 곳이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함께 식사를 마친 후 권씨를 3층 식당까지 운행되는 승강기까지 배웅하고 권씨가 승강기에 올라타고 나서 인사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씨는 "자신은 원래 승강기를 타지 않고 (승강기 바로 옆에 있는)계단을 이용해 왔다"며 이씨의 주장은 '또 거짓말'이라고 강변했다.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국정감사장과 법정에서 계속된 진실공방을 벌여온 권씨는 이씨를 겨냥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검증을 위해 경찰호송차로 S호텔에 도착한 권 전 고문은 오랫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었으며 기자들에게 "염려말라,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또 평소에 S호텔 커피숍과 식당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진 권씨는 커피숍과 식당 웨이터와 지배인들에게 "오랫만이다. 수고많다"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황한식 서울지법 형사3단독 부장판사와 검사, 변호인단이 함께 자리해 90여분 동안 관련 사실확인과 진실공방을 벌였으며 30여 명의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 호텔로비와 커피숍이 혼잡을 빚기도 했다.

현재 서울지법에서는 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현대비자금' 사건 공판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익치씨는 법정에서 '2000년 1월말 김영완씨로부터 권씨가 부른다는 말을 듣고 고 정회장과 S호텔에 갔고 권씨는 총선자금을 요구했다'며 '이에 권씨에게 3000만 달러와 200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던 권 전 고문이 이번 '진실게임'에서는 과연 승리할 수 있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당시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당시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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