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신임 정국, 보수세력의 KBS 공세 등에서 조선·동아일보와 차별된 보도태도로 '조중동 폐지론'까지 제기시킨 중앙일보는 진정 변하고 있는가. 아니 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 최근 홍석현 회장이 중앙일보의 달라지고 있는 편집방향을 시사하는 입장을 잇따라 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보중앙> 27일자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광주협회 회원사 간담회에서 중앙일보 가치관을 '보수와 진보를 통합하는 신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9월 22일 창간 38주년 기념사에서 '열린 보수의 입장에 선 통합자'로 중앙일보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홍 회장은 이날 자사 목표를 '일류신문'으로 표현한 뒤 "초일류 신문이란 목소리가 크거나 색깔이 진한 신문이 아니라 독자와 광고주의 신뢰·사랑을 받고, 특히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리더들로부터 인정받아 사회와 국가의 터빈 역할을 하는 신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 회장은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신문에 일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비판받는 것처럼 신문도 비슷한 처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특히 일류신문의 가치관에 대해 나름의 지론을 펼쳤다. "지금 홍역을 앓고있는 가치관의 갈등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 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홍 회장은 "사회의 두 축으로 존재하게 될 보수와 진보 양자를 포용, 통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진정한 일류신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보다 앞서 홍 회장은 지난 9월 22일 창간 38주년 기념사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창조적 긴장으로 이끌어가는 새로운 미디어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당시 홍 회장은 "세계는 통합과 세계화를 위해 화합하고 그 길을 찾기 위한 논의에 열중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사회는 거꾸로 더욱 격심한 분열과 갈등, 파쟁과 짝짓기에만 골몰하는 흉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언론의 권력화를 배격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가치관과 비전을 제시하고,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는 열린 보수로서 통합자 기능을 중앙일보가 자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홍 회장은 "언론이 갈등을 덮는 가리개 역할을 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잠재된 갈등을 미리 파헤치고 전면화하여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힘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신문의 사실 보도와 탐사 기사들이 파괴적인 것으로 흐르지 않고 창조적 긴장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터빈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비전을 알려주는 출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 "무조건 권력 때리는 게 강한 신문 아니다" | | | 권영빈 편집인이 언급하는 <중앙> 제작방향 | | | | 권영빈 편집인은 21일 광고주협회 간담회에서 "무조건 세게 권력을 때리면 강한 신문이라고 믿는 것이 대중영합적 대중지"라면서 "중앙일보는 '지속적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가고 있다"고 제작방침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반하는 걸림돌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그동안 '친재벌, 반노동자'로 평가된 중앙일보의 보도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권 편집인은 "세계적으로도 고급지일수록 컬러 사용이 적다"며 일류지 이미지에 맞게 지면의 컬러 사용을 절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이달초 본사에 2대를 추가, 모두 6대의 최첨단 초고속 윤전기를 설치해 컬러36면 동시인쇄 시대를 열겠다고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중앙사보>는 '보수와 진보의 통합자'로서의 중앙일보 자세를 대변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시대를 논하다' 대담 시리즈를 꼽았다. 우리 문단의 보수와 진보를 각각 대표하는 작가인 이문열씨와 황석영씨의 대담(5회)을 연재 중인 '시대를 논하다'는 사회 통합자로서 중앙일보 입장과 맥이 닿아 있는 기획이라는 게 중앙일보의 자평이다.
중앙일보는 "보·혁으로 나뉘어진 우리 사회의 통합과 치유책을 시대 최고의 논객간 대화에서 찾아보자는 의도였다"면서 "균형된 시각을 가진 중앙일보만 해낼 수 있는 기획"이라는 타사 기자들의 반응도 전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