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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들이 나간 새는 집을 비우고
단풍나들이 나간 새는 집을 비우고 ⓒ 김강임
새장 속에는 가을단풍 나들이를 나간 새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길을 잊어 버렸을까? 아니면, 친구 따라 강남을 갔을까?' 우두커니 서서 새장 속을 들여다보지만 끝내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 가는 계절이 아쉬웠겠지.' 붉게 물든 세상에 취해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느라 조금은 늦어 질 수도 있겠지. 그러나 주인도 없이 텅 빈집을 지키고 있는 것은 미리 찾아온 겨울이다. 그렇지만 11월에 초대받은 겨울은 이직 손님처럼 낯설기만 하다.

11월. 아라비아 숫자는 무의미 하지만, 달력의 숫자는 기막히게 계절을 잘 알아차린다. 이렇게 계절이 빨리 지나갈 줄 알았으면, 가로수 낙엽 위에 가을 편지라도 써 둘 것을. 가을의 마지막인 10월의 끝은 왠지 아쉬움이 많다.

많은 것을 준비해 놓고도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던 학창시절 학예발표회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니, 그 아쉬움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야자수길을 따라... 사색하며 떠난 길
야자수길을 따라... 사색하며 떠난 길 ⓒ 김강임
10월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색하며 떠난 곳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뜻한 한림공원이다. 한림공원에는 가는 계절을 정리하며 사색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길 끝에 다시 길이 나 있듯이, 한림공원에서 만나는 첫 번째의 길은 야자수길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곧게 뻗은 야자수 길속에는 희망이 있다. 비록 바깥세상은 세파에 시달려 하나 둘 옷을 벗고 겨울을 준비하는데도, 야자수의 사계절은 오직 푸른색뿐이다.

자연석 , 그 자연의 품으로
자연석 , 그 자연의 품으로 ⓒ 김강임
한림공원에 희망이 있는 것은 거친 모래밭의 돌무더기와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그 위에 수천 트럭의 흙을 복토하여 야자수와 관상수 씨앗을 심고 가꾸었기 때문이다.

그 길은 다시 2천여종 2만여 그루의 꽃과 수목으로,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사색의 길로 뻗어 있다. 매몰되었던 협재동굴의 출구를 뚫었고, 모래속에 묻혀있던 쌍용동굴을 발굴하여, 동굴안의 모래들을 제거하여 협재동굴과 연결하는 모험은 곧 의지를 나타낸다.

더욱이 아열대 식물원과, 재암민속마을, 수석전시관, 제주 석분재원, 새가있는정원, 연못정원 등은 쉬어 갈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서 좋다.
구멍 술렁술렁 뚫린 돌집 앞에서
구멍 술렁술렁 뚫린 돌집 앞에서 ⓒ 김강임
그 중에서도 제주 돌을 소재로 구성한 테마공원은 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특히 돌로 지어진 집 앞에 서면 성냥갑 같은 빌딩 숲에서 사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술렁술렁 뚫린 돌 구멍은 곧 창문이다. 그 창문은 찢어져 있음에도 여유가 있다. 항상 삭막한 시멘트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돌로 만든 집은 어쩌면 사치일수도 있다. 물허벅을 진 여인의 허리는 항상 굽어있다. 옛날 물이 부족하던 시절을 상상해 보라. 물허벅을 지고 먼길에서 물을 날랐을 여인을 생각하니 갑자기 숙연해 진다.

장독대에는 된장과 고추장이 담겨져 있든 듯 하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정낭( 대문)과 돌 하르방. 그리고 돌로 만든 계단들은 숨가쁘게 달려온 사람들에게 잠시 여유를 준다.

수령깊은 분재에서 연륜이
수령깊은 분재에서 연륜이 ⓒ 김강임
분재원의 수령 깊은 나무에는 연륜이 묻어 있다. 10년부터 많게는 300년까지 살았을 곰솔나무와. 배룡나무. 모과나무. 괴불나무 같은 희귀한 수목을 바라보면 강인함이 느껴진다.

연자 방아에 초가가
연자 방아에 초가가 ⓒ 김강임
제주석 분재원의 길 끝에는 재암민속 마을로 떠나는 길이 나 있다. 연자방아 뒤에는 초가가 오는 계절을 반갑게 맞이한다.

" 저 어린이가 절구통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 저 어린이가 절구통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 김강임
벌써 절구통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떡방아를 찧는다. 이 어린이가 절구통의 아픔을 알수 있을까? 계수나무 속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현실 속에 살아가는 저 어린이에게 절구통의 의미는 무엇일까?

항상 수호신처럼 서 있는 돌하르방
항상 수호신처럼 서 있는 돌하르방 ⓒ 김강임
묵묵히 서 있는 돌하르방은 항상 우리를 보호해 주는 수호신이다. 자연재해와 온갖 재앙에도 인간의 나약함을 막아주는 돌하르방은 언제 보아도 믿음직스럽다.

겨울을 축하하는 연못정원 오케스트라
겨울을 축하하는 연못정원 오케스트라 ⓒ 김강임
연못정원에는 겨울을 축하하는 오케스트라 합주가 열렸다. 흐르는 폭포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개구리는 신이 나 있다. 나팔을 부는 개구리도 가는 계절이 아쉬운가 보다. 첼로를 연주하는 청개구리도 오늘만큼은 얌전하다.

가을 달력을 뜯어버리고 11월로 접어드니 다시 한해가 저무는 느낌이다. 이맘때가 되면 동물들도 겨울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월의 마지막 날을 가을의 끝으로 기억한다. 하루 사이에 짧아진 11월의 겨울 해는 갑자기 사람의 마음을 서두르게 만든다. 아직은 낯설을 겨울, 이 쯤해서 계절의 들뜬 마음을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11월에는 사색하며 길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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