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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양철북
"파리는 나면서부터 부모한테 버려진 채 평생 친구도 가족도 집도 없이 혼자 산다. 항상 벌, 거미, 참새 등의 위협을 받지만 남을 위협하는 일은 없고, 먹이라고는 사회의 폐기물에 지나지 않는다. 파리의 생태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잔인하지 않으며 극히 조촐한, 말하자면 서민의 생활과 같다."

쓰레기 처리장 주변의 학교에 신임으로 발령을 받은 고다니 선생님은 곱게 자라 사범대학을 졸업한 신참내기이다. 그녀가 이 학교로 발령을 받고 겪게 되는 사건들은 일반적인 다른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초등학교 1학년의 담임을 맡으면서 알게 된 한 아이, 데쓰조는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 갑작스런 난폭한 행동으로 고다니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든다. 어느 날 후미지라는 아이가 가지고 온 개구리의 몸을 갈기갈기 찢고 그의 얼굴을 할퀴면서 데쓰조의 행동은 고다니 선생님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 특이한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선생님은 데쓰조가 사는 마을을 찾아간다. 그곳은 바로 온갖 쓰레기가 모여 있고, 그 쓰레기를 분리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살고 있는 쓰레기 처리장이다.

데쓰조의 집을 찾아간 선생님은 그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외로운 아이이며, 파리를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데쓰조가 친구의 개구리를 죽이고 그를 할퀸 이유는 바로 그가 아끼는 파리를 개구리가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파리를 연구하는 일은 좋지만 파리의 생태가 지저분한 것들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고다니 선생님은 걱정을 한다. 그렇다고 외로운 데쓰조로부터 파리를 뺏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파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파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면서 파리가 그렇게 더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은 파리를 통해서 데쓰조를 교육하기로 계획한다. 우선은 파리 종류를 파악하고 그 이름을 가르치면서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다.

파리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데쓰조는 선생님의 지도를 잘 따른 덕분에 파리 이름을 통해 글자를 배운다. 그리고 선생님 또한 쓰레기 처리장에 사는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파리 박사라는 별명이 붙게 된 데쓰조는 주변 햄 공장에 파리가 들끓는 원인을 밝혀내면서 주목을 받는다. 쓰레기 처리장의 자폐 증세가 있는 한 아이였던 데쓰조가 특정 분야의 박사님이 된 것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 한 명 한 명이 장애아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누구나 지능이 뒤떨어진 아이의 교육을 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자기 학급에 그런 아이가 있으면 올해는 운이 나쁘다고 태연하게 말들 하지요."

사실 한 학급을 담당하는 선생님으로서 이런 저런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모두 이해하고 보살피는 일이란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일을 위해 노력하는 한 신임 교사의 소박한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조명해 준다.

책의 절정과 결말부는 쓰레기 처리장이 이전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통학 거리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현재의 학교를 그냥 다니고 싶어하는데, 구청에서는 쓰레기 처리반원들의 집을 다시 또 이전하는 처리장 옆으로 옮기려 한다.

선생님들과 아이들, 쓰레기 처리장의 주민들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결의문은 그들의 생활권을 보장하고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현재의 자리에 주택을 건설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많은 반대에 부딪히지만 그들의 노력은 굽힘이 없다.

결국 결의문에 대해 구청 측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하는 것으로 책의 내용은 끝을 맺는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첫 장편 소설인 이 책은 국제 안데르센 상을 받을 정도로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소외된 어린이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보여 준다. 각각의 무지개 빛 개성을 가진 아이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대할 때에 우리의 미래 또한 다양성이 인정되는 밝은 모습일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양철북(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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