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오늘>에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경선 전부터 조선일보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을 공개한 정순형 부산일보 논설위원이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오마이뉴스>의 인용보도 이후 여러 매체로부터 문의가 이어지자 정 위원은 애초 자신이 쓴 글의 취지를 넘어선 주변의 해석에 대해 다소 부담스러운 기색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위원은 3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당시 구상은 계속돼온 조선일보의 무조건적인 비판에 대한 최소한의 반발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3일자 인터넷판과 4일자 종이신문에 '"조선일보에 먼저 싸움 걸어야 비판기사 나와도 타격 적어"-노 대통령 경선 전부터 선제공격 계획'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정 위원 발언을 재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다른 언론에서는 이를 보도하지는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글을 쓰게 된 정 위원의 입장을 4일 오전 전화통화로 들어봤다. 정 위원은 86년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일보 기자로 입사해 정치·경제·사회부와 청와대 출입기자를 거쳐 정치부장을 지냈다.
다음은 정 위원과의 일문일답.
- '비판을 홍보로 삼는‥'이라는 노 대통령의 대언론 관계를 다룬 기사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을 쓰게 된 배경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정치와 언론이다. 숙명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이들의 관계는 연구 대상이라고 할 만큼 미묘하다. <미디어오늘>에서 17대 총선이 내년 4월로 다가온 것을 감안, '정치인과 언론'이란 연재를 기획하면서 원고를 청탁해 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택했다."
- 노 대통령의 대언론 관계 특징은 뭐라고 보나.
"노 대통령은 한마디로 정공법을 사용한다고 느꼈다. 여타 정치인들처럼 언론의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기자 앞이라도 하고 싶은 말을 참는 성격이 아니다. 기자들과 논쟁도 자주 했고,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가 보도됐을 땐 담당 기자에게 원색적으로 항의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때문에 말실수도 잦았고…."
-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전, 조선일보에 대한 선제 공격을 미리 계획했다고 밝힌 부문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인데...
"그 부문은 기사의 본류가 아닌데‥. 노 대통령은 당시 곳곳에서 그런 말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계속 비판 기사를 보도해온 데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앞으로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실제로 당시 노 후보는 조선일보의 인터뷰 제의를 거절했고 '조선일보는 기자는 경선 캠프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먼저 공격하겠다''조선일보가 또 노무현이를 때린다고 (독자들이)생각하도록 만들겠다'는 표현은 서민적인 용어를 즐겨 구사하는 대통령 특유의 화법 때문인 것 같다. 듣기에 따라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면 '조중동' 등 메이저 언론들은 왜 노 대통령의 '선제 공격설'을 먼저 보도하지 않았다고 보는가.
"기사꺼리가 안 된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특정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사석에서 한 말을, 그것도 행동도 안한 상태에서 기사화 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감정적인 기사로 비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조선일보와 노 대통령의 불편한 관계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가.
"노 대통령이 국정의 총책임자 입장에서 후보 시절에 섭섭했던 일을 잊고 국정에 협조해줄 것을 조선일보에 요청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감정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거나 견제하는 것은 본연의 사명이지만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국익도 고려해야 한다."
- 앞으로 '정치인과 언론'이라는 연재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등 유명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쓸 계획인데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많아서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