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출신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삶과 항일투쟁에 관한 기록이 10권 분량의 시집으로 완성됐다.
<물의 노래> <철조망 조국> 등의 시집을 내놓으며 맑고 투명하면서도 올곧은 서정을 독자들에게 선보인 중견시인 이동순(53. 영남대 교수)이 최근 출간한 민족서사시 <홍범도>(국학자료원)는 분량의 방대함과 철저한 역사적 고증,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 해방 이후 한국의 대표적 서사시로 이야기되는 신동엽의 <금강>에 필적한다.
신동엽이 <금강>을 통해 동학농민운동의 역사를 부활시켰다면, 이동순의 <홍범도>는 1900년대 항일무장투쟁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시켰다.
20년 이상을 이 작업에 매달린 이동순은 자서(自序)를 통해 "잠자리에 누워서도 홍범도만을 생각했고, 벽에 그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영적대화를 시도했다"는 말로 홍범도에 미쳐 지낸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내 혼신의 힘과 능력을 쏟아 부어 홍범도 장군의 위대한 생애를 문학적으로 부활시키고 싶었다"는 출간의 변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동순에 의해 부활된 홍범도 장군은 어떤 사람일까? 1868년 평안북도 자성에서 태어난 홍범도는 사냥과 광산노동을 업으로 살아가던 평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1907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번져나간 항일의병봉기는 홍범도의 애국적 열정을 자극했고, 그해 11월에는 갑산지방 사냥꾼들의 총포를 회수하러온 일본군을 수차례의 유격적을 통해 섬멸한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에는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을 양성하며 본격적인 무장독립운동에 들어간 홍범도. 1920년에는 항일무장투쟁사에 길이 남을 봉오동전투를 수행함으로써 조선 민중들에게 그 이름을 알렸고, 청산리대첩에는 북로군정서 제1연대장으로 참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다. 대한독립군단과 고려혁명군관학교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후진양성에 힘쓰며 끝끝내 조국의 독립을 보려했으나 해방을 2년 앞둔 1943년에 병사했다.
일신의 안위와 개인적 영달을 멀리하고 대의명분을 세워 의로운 삶을 살다간 독립군 홍범도의 일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 시인의 끈질긴 노력과 정열이 탄생시킨 <홍범도>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 안의 비겁함과 싸우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유럽을 내 손 안에
- '레 바캉스'의 가이드북 시리즈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은 우리에게 먼 나라였다. 가끔 TV 화면에서나 보고 말로만 듣던.
하지만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파리와 런던, 로마와 베를린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20대 초반 학생들까지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 낯선 외국으로의 여행이란 여전히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용기와 함께 잘 만들어진 가이드북이다.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한 외국에서 어떻게 옮겨 다니고, 무엇을 먹으며, 뭘 봐야할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한 권의 가이드북은 그 어떤 것보다 유용한 여행의 동반자다. '레 바캉스'의 유럽 가이드북 시리즈는 유럽여행에 필요한 상식과 정보를 나라별로 담고 있다.
최근 출간된 <파리>와 <로마>는 개별도시에 대한 온갖 정보를 포괄하고 있다. 도시의 역사와 관광지, 여행에 필요한 서류와 현지 교통정보, 심지어 패션상식까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 그 여행의 친구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수학은 예술이다?
- 박부성의 <천재들의 수학노트>
복잡한 부호와 수(數), 그리고 어려운 공식을 다루는 학문인 수학. 그 수학으로 세상의 진리를 증명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박부성의 근작 <천재들의 수학노트>(향연)는 위 질문에 답한다. "그렇다. 수학은 예술이고, 수학자들은 예술가에 다름 아니다."
책은 수학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천재학자 아홉 명의 삶을 다루고 있다. "만물의 근원은 수"라는 피타고라스의 정의 이후 수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수학으로 삶의 근원을 규명하려한 사람들.
수학자이자 의사, 지독한 도박사이자 점성술사였던 '미치광이 천재' 카르다노와 군주정에 항의해 두 차례나 수감된 공화주의 수학자 갈루아 등 수학천재 9명의 삶은 너나없이 지난하다.
수학보다는 '사람'과 '열정'을 이야기하는 <천재들의 수학노트>. 저자는 책을 통해 "수학에 대한 그들의 아름다운 정열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책을 접한 서울대 수학교육과 조승제 교수는 "책에 담긴 많은 내용을 일일이 조사하고 확인하였을 필자의 노력이 놀랍다"는 말로 출간을 축하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미래는?
- <한국과 중국> 가을호
기업들의 중국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요즘. 그곳에 정착한 한국기업의 현재와 미래는 어떠할까?
'21세기 한국-중국간 올바른 관계정립에 이바지 한다'는 모토로 설립된 한중문화원이 발간하는 <한국과 중국> 가을호는 중국에 진출한 주요기업 CEO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눈 '중국 현지 방담'을 실어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잡지를 만든다'는 창간취지에 어울리게 위의 주제처럼 딱딱한 것 외에도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여러 글을 실었다.
고량주와 빼갈, 백주와 황주 등 중국술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은 '알고 마시는 중국술 20문20답'과 북경대 역사학과 왕원주 교수의 '산수가 수려한 나의 고향 상청' 자신들만의 전통을 의연히 지키고 있는 중국 원난성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 등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국작가 츠리의 '오고 또 오고, 가고 또 가고'도 흥미로운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