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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맞을 소리인가?
직장에 다니는 24살 아들이 요즘 여자에 푹 빠져 있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너의 부족한 점을 올바로 지적해줄 수 있고 결점을 커버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그런 여자이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서울에 갔을 때 녀석이 책상 앞에 올려 놓은 그 여자 사진을 보고 귀엽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하고 내려온 것 같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에게 '정말로 그 여자가 마음에 들면 일년 정도 동거를 해보고 그 여자가 정말 너의 진정한 반쪽이라고 결론이 나거든 결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는 것에 대해서 물었다.
집 사람은 "여자 가진 부모는 절대 찬성하기 힘든 제안이고 심하게 말하면 정신나간 소리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것처럼 말할지 모르지만, 정작 본인의 문제가 되면 매우 보수적이고 완고해지는 게 우리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서울에 유학 보낸 딸을 둔 어느 분의 경우 매일 저녁 딸 아이의 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나는 남자는 최소한 1년 이상, 여자의 경우는 3년까지 같이 동거를 해본 후 정말 자신의 반쪽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그때 결혼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생각이다.
적어도 결혼 초창기에 이혼 법정에 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할 상황이라면, 동거를 제아무리 오래 하고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을 하겠지만, 이혼율을 줄이는 데 영향은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내가 아들만 둘 가진 부모라서 그렇게 '쉽게' 말하는지 몰라도 딸가진 부모의 입장은 결코 나와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아내의 반론이다. 그러면서 아내는 "그런 의견은 지금뿐 아니라 과거에도 많이 제기되어 왔으나 지지를 못받았다"면서, "만약에 그런 풍조가 많이 확대되어 앞으로 20~30년이 지나고 나면 그런 동거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혼전 동거라는 것이 여자에게만 일방적인 상처로 남을까. 과연 남자는 결혼 전에 순결을 지켰냐고 여자에게만 강요할 수 있을까?
과연 순결이라는 것이 그리도 대단한 의미를 가질만한 것일까? 아니 적어도 결혼 조건에 순결 따위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가진 나로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내가 아들만 둔 애비라서 소위 배부른 흥정을 한다라고 핀잔을 주던 후배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귀하가 결혼을 앞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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