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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TV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은 KBS 길들이기용 정략이자 위헌적 발상이다."

오는 18일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심의될 예정인 가운데 언론학계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국방송학회(회장 김재범)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의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은 방송의 공정성을 빌미로 수신료 납부방식에 대한 법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즉흥적이고 편협한 태도"라며 "다수 야당의 책임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방송학회는 "한나라당이 수신료 납부방식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을 왜곡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국방송 구조 자체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학회는 한나라당에 "진정으로 공정한 방송을 원한다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전문가 집단이나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방송학회는 "헌법재판소가 공적인 특별부담금으로 판시한 수신료에 대해 '강제납부'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방송환경이 급격하게 상업화되는 추세에서 공영방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방송학회는 공영방송의 탄탄한 재원이 필수적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방송학회는 KBS측에도 "사회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권혁남) 역시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은 KBS 장악 기도로밖에 볼 수 없는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정보학회는 "지난해 대선 당시 집요한 색깔론으로 'MBC 길들이기'를 시도했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수신료 문제로 'KBS 흔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당리당략을 위해 수신료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공영역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또 언론정보학회는 "한나라당이 수신료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KBS마저 상업광고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방송 전체를 상업주의적 시장논리로 내몰고자 하는 '공영방송 학살기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정보학회는 "공영방송은 당리당략을 위한 대상이 될 수 없고, 여론호도용으로 이용돼서도 안된다고"고 강조했다.

다음은 방송학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한나라당은‘TV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을 철회하라!

한나라당은 2003년 11월 18일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에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한국방송학회는 한나라당의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근간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므로 강력히 반대한다.

한나라당이 TV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과 통합 부과하던 현재의 방식을 중단하고 분리 납부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명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KBS가 공정하지 못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KBS의 몇몇 프로그램을 문제삼으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영방송 수신료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을 빌미로 갑자기 수신료 납부방식에 대한 법조항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무시한 지나치게 즉흥적이며, 편협한 태도이다. 이는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다수야당의 책임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 수신료 납부방식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을 왜곡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국방송구조 자체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공정한 방송을 원한다면, 공영방송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드는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전문가집단이나 일반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올바른 논의구조를 통해서 방송발전에 도움이 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두 번째 명분은 KBS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납부케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수신료의 법적 성격을 ‘특별부담금’으로 판시함으로써 법률적 지위를 확보해 주었다. 즉 수신료는 특정 채널이나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영방송을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공적 부담금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채널·다매체의 발전으로 상업화가 급격하게 추진되고 있는 오늘의 방송환경에서 민족문화 보존과 국가 정체성 확보를 위한 ‘공공영역’으로서 공영방송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업적 경쟁이 가속되는 환경에서 공영방송은 사회구성원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공론의 장으로서, 능동적인 정치 참여자로서 의견을 나누는 경합의 장으로서, 파편화되고 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국민통합의 장으로서, 그리고 세계화의 시대에 국민문화와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영방송의 탄탄한 재원이 필수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편협한 정치적 발상으로 인해서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방송문화 전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한나라당은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KBS도 사회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2003년 11월 13일 사단법인 한국방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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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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