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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밀턴, 아레오파지티카, 나남출판
존 밀턴, 아레오파지티카, 나남출판
언론의 자유를 최초로 논한 <아레오파지티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존 밀턴은 실낙원(paradise lost)라는 장편서사시를 쓴 유명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언론의 고전적 자유주의를 논한 연설을 썼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는 영국 의회가 1643년 인쇄, 출판에 대한 허가명령을 내리자 이에 반발하여 "허가없는 출판의 자유를 위한 잉글랜드 의회에 대한 연설"을 발표한다. 그 연설의 제목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아레오파지타카(Areopagitica)다. 이 제목의 어원은 '법정'이란 뜻을 가진 아레오파고스(Areopagus)에 '론'이란 카(ca)가 붙여진 것이다.(역자 주) 그가 이 제목을 취한 것은, 의회가 제정한 이 허가 명령의 시비를 논하는 것이 그의 연설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아레오파지티카(Arepagitica)의 전문이, 2부에서는 역자의 밀턴의 언론사상에 대한 논문이 실려있다.

존 밀턴은 의회가 제정한 출판에 관한 허가제가 중세에서 유래한 악법이라고 말한다. 중세시대의 종교재판에서 나온 것을 영국의 고위성직자와 장로파 장로들이 채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영국의회의 의견과 생각을 신뢰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그는 허가 명령의 부당성에 대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통상 무엇을 의미하며 그리고 무슨 책이든 읽는다는 것은 이로운 것인가 아니면 해로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피력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모세나 다니엘, 바울 등 지식이 풍부했던 사람들은 모두 여러 가지 다양한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며, 그 책이 좋든 나쁘든 훌륭한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천사를 가장한 악마가 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는 출판물의 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데 "진리는 자유롭고 자율적일 때가 특별하게 정해진 논리나 사고의 방법에 묶여 있을 때보다 더 빨리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고 말한다. 인쇄를 규제해서 시정을 보려고 한다면, 즐거움을 주는 여흥이나 오락도 모두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저술하고 그것을 출판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은혜와 자연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허가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책을 검열하는 사람들의 자질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책에 대해 판별을 하거나, 검열을 할 때, 책을 저술하는 사람만큼의 노고를 치르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검열 자체는 '아무런 선도 낳지 않으며, 학문과 학자들에게 좌절과 모욕을 가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나에게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호소한다.

그는 인간의 절제를 통한 자유와 이성을 믿었으며 그것을 존중했다. 그래서 누가 나서서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책 이곳저곳을 지적하기보다는 공론의 장에서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이 진리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을 하도록 하라. 누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불리하게 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연설문은 고도의 비유와 은유를 통해 표현되어 있다.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고 성경의 내용이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저자의 주장이 풍부한 예시와 비유로 말미암아, 독자로 하여금 그의 의견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시인이었던 만큼 시작에 쓰이는 수사법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연설문을 따라가다 보면, 출판의 자유를 통해, 언론의 자유, 인간의 자유를 추구하기 위한 그의 고뇌와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출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존 밀턴과 같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에 의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레오파지티카

존 밀턴, 나남출판(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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