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17일 오후 4시55분]
럼스펠드 미 국방부장관이 이라크 파병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가운데, '파병방침 원점 재검토'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거쳐 국회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27명과 3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파병반대 국민행동 공동대표단'은 17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압력에 의한 전투병 파병은 주권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파병방침 자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정한 열린우리당 의원도 11명이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국가중대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상의하기에 앞서 미국과 먼저 협의하고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미국의 양해를 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결정 원칙을 밝힌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3000명 규모의 비전투병 파병안은 국민보다 미국에게 먼저 제시되었고, 미국이 이에 반대하자 비전투명 파병론마저 흔들리고 있다"면서 "정부의 파병방안은 대통령이 파병원칙을 발표한 이후의 변화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을 대변하여 미국 측에 파병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영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평화의 욕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파병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파병압력 철회도 더불어 요구했다. 그는 특히 변화된 정세를 반영해 전투병 파병에 반대한다는 방안을 당론으로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은 "현재 이라크에서 싸움이 끝나지 않고있는데 재건부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침략전쟁에 파병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므로 파병한다면 국군은 국적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에 파병동의안이 넘어가기 전에 1단계인 정부단계에서 파병방침을 저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내년 총선에서 파병에 찬성한 의원에 대해서는 유권자차원에서 그 책임을 묻겠다"고 파병찬성 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정부측이 3000명 파병을 강행할 경우 의원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 "단 한명의 전투병 파병에도 반대한다. 혼성부대 파병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성명을 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결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는 혼성부대의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반대하는 의원들은 굉장히 늘어날 것이다. 비전투병 파병에 찬성한다는 열린우리당의 당론도 재검토돼야 한다."
정범구 의원(무소속) "서희·제마부대 파병 당시 67명이 반대했다. 오늘은 27명의 의원이 참여했는데, 의원 내부에서도 비전투병도 안 된다는 입장과 전후 복구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 갈려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많은 의원들이 지역에 내려가서 이번에 참여하지 못했다.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 우리의 입장에 동의하는 의원들에 대한 서명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파병 자체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투병 파병 반대라면 훨씬 많은 분이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
김영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은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다수가 비전투병 파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 당론으로 정하는 것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첫째 변화된 정세를 반영해 파병은 대단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전투병 파병은 안된다는 것, 셋째 파병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전투병 파병 반대는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파병 결정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다음은 이날 서명에 참여한 국회의원 명단이다.
김홍신·서상섭(이상 한나라당 2명)
김경재·김경천·김영환·김충조·김태식·박인상·배기운·설 훈·안상현·조성준·정철기·최재승·추미애(이상 민주당 13명)
김성호·김원웅·김태홍·김희선·유시민·이우재·이호웅·이창복·정장선·송석찬·송영길(이상 열린우리당 11명)
정범구(이상 무소속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