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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 노순택
이제껏 고추나 옥수수를 조금씩 심어 팔아봤지만 이번처럼 내가 농사 지은 것을 가지고 직접 가락시장까지 가서 경매에 참여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무튼 기쁜 마음으로 가락시장에 배추를 싣고 들어갔다.

경매는 밤 11시부터였다.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가 경매에 참여했다. 낙찰가 70만 원을 받았다. 돈은 며칠 뒤 통장으로 입금을 시켜주고, 배추를 싣고 간 차주에게만 운반비를 그날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내 배추를 싣고 간 차주는 15만 원을 그날 받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운반비를 중간 상인이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받은 배추값에서 먼저 떼어 준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서울에서나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홍천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사려면 한 포기에 25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그런데 내가 판 것은 1000원도 안 되니, 그동안 들어간 품삯이나 비료값 그리고 운반비를 빼면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은 포기당 100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싣고 간 배추가 800포기 정도가 되니, 얼른 계산을 해봐도 나는 무언가에 속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배추 값이 안 좋을 때면 농부들이 밭에서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 이해할 수 없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내 배추를 산 중간 상인이 배추를 싣고 간 차를 빼주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내 차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가락시장에 들어온, 아니 우리나라의 모든 도매 시장이 다 그렇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소매 상인에게 배추가 다 팔릴 때까지 차가 붙잡혀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배추나 무를 싣고 도매시장으로 가서 경매에 참여하는 차량의 운반비가 비싼 것이었다.

ⓒ 노순택
어쨌거나 내 배추는 새벽 5시경에 다 팔렸고, 차를 뺄 수 있었다. 그것도 배추가 좋아서 얼른 팔렸다며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차주는 차에서 잠깐 잠을 청하고 난 후 그 상태로 다시 홍천으로 내려갔다.

나는 서울에 온 김에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고 가려고 서울에 남았다. 그런데 이틀, 사흘 아니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도 나는 다시 홍천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통장에 입금되어 있는 돈을 몇 번 더 확인하고 계산을 해 봐도 내가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라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 상인들은 돈 한 푼 안 들이고(소매인들에게는 농사꾼이 싣고 간 차에서 현금을 받고 팔고, 농사 지은 사람에게는 이틀 후에 통장으로 입금을 시킴) 장사를 하는데, 농사 짓는 사람은 몇 달 동안 고생해서 키운 물건을 가락시장에 가져오면 소매인들에게 다 팔 때까지 차도 빼주지 않는다.

게다가 차가 붙잡혀 있는 동안의 대기료까지 농사 지은 사람이 다 내야되는 것을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억울하다는 생각만 자꾸 들어서 분하기까지 하다.

정말 누구를 위하여 내가 농사를 지어야 한단 말인가?

결론은 내가 지은 농산물은 내가 직접 판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농사꾼이어야 하는가, 장사꾼이어야 하는가. 이것도 답이 아니고 저것도 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답을 얻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아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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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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