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들머리에는 15일 저녁 8시부터 이주노동자와 연대단체 회원 200여명이 모여 철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는 또 다시 미등록노동자 문제를 강제 추방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며 "그간 수없이 실시했던 단속과 강제추방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위해 땀 흘려온 노동자들을 내쫓고 새로운 인력을 들여오겠다는 정부의 비열한 '토사구팽' 정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강제추방정책의 즉각 철회와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 등을 요구했다.
이주노동자 농성 전국화
소공동 성공회 서울대성당에는 17일 아침부터 버마,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50여 명이 모여 철야 농성에 돌입했고,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 60여명이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마석에서는 방글라데시, 필리핀 출신 노동자 100여 명이 16일부터 '샬롬의 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도 대구와 전주, 창원 등지에서도 농성을 벌이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등 농성 투쟁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17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강제추방 분쇄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쟁취 결의대회'에서 평등노조 이주지부 샤멀 타파 지부장은 "우리도 인간이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일하면서 노동3권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여러분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노동자로 당당하게 나섰다"고 격려하며 "강제 추방을 막기 위해 한국 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조업만 당분간 제외한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음에도 법무부는 17일 "중소 제조업 종사자는 당분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미봉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버마 출신 뚜라 성공회대성당 농성단 대표는 "한국 정부는 고용주가 우리를 더 잘 이용해 먹도록 배려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우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재근 사무차장도 "일선 단속반은 '제조업 종사자라 하더라도 공장에서 일할 때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출퇴근시 길거리 단속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라고 우기면서 계속 잡아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단속 대상인 3년 이상 체류자 12만4천여명 중 겨우 19%인 2만3천여명만이 출국 시한 전에 자진 출국했다. 정부 집계만으로도 최소 1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추방 위협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