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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광림동 삼복기사식당
여수시 광림동 삼복기사식당 ⓒ 양주승
싼게 비지떡이라고 밥 한공기에 국 한그릇, 김치 한 접시를 적당히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먼저 삼복기사식당의 2300원짜리 식단을 살펴보자. 백반, 북어국 , 생선양념구이, 멸치볶음, 열무김치, 양념게장, 버섯무침, 무우생채, 부추김치, 쇠고기장조림, 두부조림, 콩나물무침, 파전, 풋고추, 상추 등 백반을 제외한 반찬이 무려 15가지 이상이다. 게다가 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구수한 누릉지 한그릇이 추가로 나온다.

15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오는 2천3백원짜리 식단
15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오는 2천3백원짜리 식단 ⓒ 양주승
전남 여수시 광림동 고속버스터미날 옆에서 진남체육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삼복식당, 방울이식당, 화양식당, 깍두기식당 등 크고 작은 약 30여개의 기사식당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 여름휴가를 남해안에서 즐기기 위해 여수에 갔다가 우연히 이 기사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새벽에 여수터미날에 도착했을 때 해장국을 먹으려고 무작정 들어간 곳이 바로 삼복식당이다. 이른 새벽이라 식당안 손님들은 운전기사들과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는 일용건설 인부들의 가득차 있었다. 해장국을 주문하려고 했지만 옆 테이블에 올려진 도톰한 양념생선구이가 너무 맛있게 보여 백반을 주문하였다.

식사가 끝나면 구수한 누릉지가 곁들인 숭늉이 나온다
식사가 끝나면 구수한 누릉지가 곁들인 숭늉이 나온다 ⓒ 양주승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중간 중간 반찬이 상에 더 올라왔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또 구수한 누릉지 한그릇이 더 나오지 않는가? 나는 속으로 이 식사 값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였다.

식사 값을 물어보니 2500원이란다. 2500원을 계산하였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100원짜리 동전 2개를 다시 내주는 것이 아닌가?
“이건 무슨 돈이죠?”
“아저씨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묵으라고 드리는 겁니다”
식당에 오는 모든 손님에게 200원을 거슬러 준다고 한다. 결국 식사값은 2300원인 셈이다.

그날 아침 나는 주인 아주머니를 붙잡고 취재를 하고 싶었지만 아침 식당이 너무 혼잡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식당을 나섰고 지난 10월, 지방 여행길에 다시 삼복식당을 찾아가 주인 아주머니 우부자(61)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삼복기사식당 주인 우부자(61세)
삼복기사식당 주인 우부자(61세) ⓒ 양주승
“아주머니 이렇게 질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남는 것이 있습니까?”
“암요. 그래도 남는 것이 있응께 장사를 하지 손해보고는 못하지요. 근디, 이 장사는 밥그럭 장삽니다. 하루 5백그럭은 팔아야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들 월급주고 쬐깐 남아서 묵고 사는디. 지금 경기는 IMF때 보다 더 살기가 어려운지 기사들도 밥을 안묵으로 와요.“
“어려우면 밥 값을 올리지 그럽니까?”
“아이고 그런말 흐지 마시요. 이 밥값을 2300원 받은지 10년이 넘었당께요. 몇번이고 밥깝쓸 올릴라고 했는디. 갈수록 나라행팬이 어려워징께 못올리고 있서요. 지금은요. IMF때 보다 더 장사가 안돼요. 심들다 심들다해도 하루에 5백그럭 이상은 팔았는디 지금은 반으로 뚝 떨어져 3백그럭 팔기도 힘들당께요.“
주인 우부자씨의 한숨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짠해진다.

“기사양반들도 요새는 점심값 아낄라고 집에 가서 밥을 묵고 옵니다,
사납금 입금도 어려운디 2300원짜리 밥 사묵는 것도 맘에 걸린다고 합디다.“
근처 식당들도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은 집이 몇군데 있고, 팔려고 내 놓은 식당도 있다고 한다.

예전에 주방에서 5명의 아주머니가 일을 했는데 지금은 3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기사들과 일용직 건설인부들을 상대로 밥장사를 하다보니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밥값도 없이 식사를 주문하는 사람은 얼굴만 봐도 한눈에 알아 차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분에게 식사를 제공할때는 살며시 귀에 말로 ‘아저씨 식사하시고 조용히 그냥 나가세요’라는 말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더러 행색이 너무 초라해서 주위 손님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오면 따로 마련된 홀에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웃을 생각하는 우부자씨의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겨울이 그렇게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 양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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