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의 '핵폐기장 반대 범부안군민 총궐기대회'(이하 총궐기대회) 시위 진압 도중 머리를 다쳤던 경찰대원이 19일 밤 김제의 모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군민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관련 '핵폐기장 백지화·핵발전소 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이하 부안대책위)측은 "폭력의 원인은 경찰이 제공했다"면서 "이날 주민 59명이 다쳤고, 대부분의 부상자가 고등학생과 노인"이라며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했다.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139 방범 순찰대 소속 박아무개(21) 상경이 시위 진압 도중 머리가 찢겨 19일 밤 11시경 부안읍내의 A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주민들과의 마찰을 우려한 병원 측이 치료에 난색을 표하고 다른 병원에서의 치료를 권유했다.
A병원 한 관계자는 "시위에 참여한 주민이 병원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돌발사고가 발생할까봐 섣불리 진료를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박 상경은 김제의 모 병원으로 다시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A 병원 앞에서 부안군민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날 A 병원 앞에 있던 부안군민들은 박 상경이 타고 있던 앰뷸런스의 문을 열고 안에 있던 박 상경 및 정아무개 경장 등 대원 4명에게 달려들어 이들을 때렸다"면서 "정 경장 등은 박 상경의 후송을 돕기 위해 앰뷸런스에 동승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사건으로 정 경장은 코뼈가 부러지고 최아무개 일경은 귀밑이 찢어졌으며 한아무개 수경도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며 "이들이 탔던 앰뷸런스도 유리창이 깨지는 등 적지 않게 파손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이같은 돌발 폭행 사건이 벌어지자 당시 김인경 공동대표·고영조 대변인 등 부안대책위 지도부 9명은 주민들을 진정시킨 후 박 상경 등 부상당한 경찰 4명을 A 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게 했다.
시위 진압 도중 머리 부상을 입었다가 주민들에게 다시 폭행을 당한 박 상경은 이날 머리 두 군데가 각각 2cm, 3cm씩 찢어져 이를 꿰맸고 오른쪽 턱에 타박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약 4시간 정도 응급치료를 받은 이들 경찰관들은 이튿날인 20일 새벽 2시30분께 김제의 모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 낮에는 다시 광주의 모 병원에 후송돼 현재 이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고영조 부안대책위 대변인은 "문제는 경찰의 무차별 폭력 진압"이라며 "지난 17일 시위에서 경찰이 주민을 끌고 다니거나 나이 어린 학생들을 심하게 밟고 때리는 등 폭력진압을 해 주민들의 분노가 쌓이고 쌓여 이것이 폭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는 부안군민 약 4000명이 참여했고, 경찰은 전남경찰청에서 파견된 9개 중대를 포함해 총 61개 중대 6500여명을 현장에 배치돼 시위 진압에 나섰었다.
한편 19일 부안군 부안읍 전역에 걸쳐 벌어진 총궐기대회로 경찰과 주민 8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안대책위에 따르면, 부안군청 앞 시위와 아담로 사거리 등에서 벌어진 경찰과의 몸싸움으로 주민 59명이 다쳤다. 이중 뇌출혈을 일으킨 김아무개(59)씨 등 중상자는 15명이다. 대책위 측은 "부상자 대부분은 고등학생과 노인"이라며 "중상을 입은 주민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던 지난 17일 촛불집회 때는 주민 4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부안시위 진압과정에서 경찰 쪽 부상자도 30명 가까이 발생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20일 "시위 진압에 나섰던 대원 6500명 중 27∼28명의 경찰이 주민과의 몸싸움으로 부상을 입었고 이중 중상자는 8명 정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