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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부안 성당 내에 위치한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부안대책위' 사무실에서 강인섭·전재희·오세훈 의원 등 '부안사태' 실태조사에 나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6명과 부안군민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22일 오후 3시 부안 성당 내에 위치한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부안대책위' 사무실에서 강인섭·전재희·오세훈 의원 등 '부안사태' 실태조사에 나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6명과 부안군민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우리나라는 법에 준해서 국가를 운영하는 법치국가 아닌가? 법치국가에서 군의회에서 유치반대를 결의한 내용을 왜 중앙정부에서 받아주질 않나?" - 최아무개(부안군)씨

"우린 '하이바'(헬멧)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헬멧과 점퍼를 내보이며) 그런데 경찰의 진압 때문에 시위에 이것을 쓰고 나갔다가 이렇게 눌렸다. 그때 입었던 점퍼는 칼로 찢긴 듯 쫙 찢어졌다. 부안 주민이 폭도라는데, 도대체 누가 폭도인가?" - 신아무개(부안군 격포면)씨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여기 책상에 앉아 글씨나 쓰려고 왔나? 당신들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일하면서 여기(부안)서는 국민들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걸 모르고 이제서야 왔나. 제발 시위 현장에 가봐라.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닌가. 법법법 하지 말고 현장에 와봐라." - 이아무개(부안군)씨


성토하는 군민도 울고, 듣는 군민도 울었다. 22일 오후 3시 부안 성당 내에 자리한 '핵폐기장 백지화·핵발전소 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이하 부안대책위)를 찾은 강인섭·전재희·오세훈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6명과 가진 부안군민 간담회는 순식간에 통곡소리로 넘쳐 났다.

처음에는 주민 한두 명이 경찰과 정부에 대한 성토를 하더니 그 이후부터 군민들은 눈물로 분노했다. 간담회 시작 무렵 50여명에 불과했던 군민들은 30분이 채 안돼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부안사태' 실태 조사에 나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군민들의 성토를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부안사태' 실태 조사에 나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군민들의 성토를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지난 7월 중순 임신 중인 몸으로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유산을 했던 주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방패에 척추뼈에 금이 가 허리 보호대를 착용한 채 참석한 노인… 이들의 사연은 기구했다.

설움에 복받친 주민들은 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시위 때 입은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 중임에도 간담회에 참석한 황아무개(64)씨는 "내가 오늘 칼을 들고 나와 이 자리에서 내 몸이라도 그으려고 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를 듣던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통곡소리도 들렸다.

황씨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도 거칠 것 없이 드러냈다. 황씨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부디 우리 군민의 마음을 헤아려 이 투쟁의 의미를 알아달라, 그리고 노무현 그 xx를 끝장내달라"고 소리쳤다. 객석에서 일제히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에 대한 군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게 하는 순간이었다.

내년 4월 총선 투표를 거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난 7월 반핵시위에서 군민 중 처음으로 삭발을 했던 정미옥씨는 "우리 군민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 돌아가서도 '부안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투표를 단체로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왜 이제야 오셨나, 국회의원들이 원망스럽다"

예순이 넘은 한 군민이 입원중임에도 불구하고 간담회를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부안사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예순이 넘은 한 군민이 입원중임에도 불구하고 간담회를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부안사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군민 김대식씨는 이제서야 부안을 찾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원망섞인 말을 내뱉었다.

"오늘 새벽 읍·면 대책위를 경찰이 압수수색 했다. 이것은 내가 지난 88년 농민운동을 시작한 이후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도대체 이 정부의 이름이 '참여정부' 맞나. 국회의원들에게도 묻고 싶다. 왜 이제야 오셨나? 부안 군민이 이렇게 부당한 일 겪는 동안 한 말씀이나 하셨었나. 이제서야 오는 국회의원이 원망스럽다."

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민들은 '옳소, 옳소'라며 맞장구를 쳤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을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주민들의 말을 듣던 국회 산자위 소속 강인섭 한나라당 의원은 "진작 여러분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직접 얘기를 들었어야 옳았다"며 "정부와 군민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에 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의원은 "여러분의 고통을 좀더 생생하게 알고 싶어 이제라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며 "오늘은 우리 의원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말을 듣고 당으로 돌아가 당의 의사결정 절차에 참고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도 침통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전 의원은 "여러분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다"며 "이제서야 현장을 찾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으니 조사내용을 당에 잘 전달해 여러분의 고통이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경찰과 주민 모두 더 이상 다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과 부안 군민과의 간담회는 약 1시간30분 동안 계속됐다. 애초 1시간으로 예정됐지만 그간 주민들이 마음 속에 담아놨던 말을 다 쏟아놓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간담회가 끝난 후 군민들은 성당 앞뜰로 나와 "핵폐기장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환송했다.

한편, 22일 오후 현재 부안읍내에는 '반핵 촛불집회' 일정을 알리는 방송차가 곳곳을 다니며 집회 계획을 알리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경찰이 모든 야간 집회를 막고 있지만 군민들도 부안대책위도 어떻게 해서든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후 5시가 다가오자 경찰도 서서히 거리로 나서고 있다. 촛불을 계속 들겠다는 주민과 이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경찰 사이의 긴장감이 또다시 부안을 휩싸고 있다.

한나라당 진상조사단, 부안군수·전북경찰청장 면담

강인섭·오세훈·전재희 의원 등 부안 문제 실태 파악을 위한 한나라당 의원 6명은 부안 주민과의 간담회 후에 부안 군청을 방문, 진상조사에 나섰다.

의원들은 오후 5시부터 군청 군수실에서 김종규 부안군수·김병준 전북지방경찰청장 등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서 의원들은 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이 제기한 경찰의 '과잉진압''음주 진압설' 등에 대해 질문했다.

김병준 전북경찰청장은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방패는 밀도록 교육할 뿐 들게 하지는 않는다"며 "일선 대원들 교육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음주진압설'에 대해서도 "도의원 입회 하에 지난 7일 이미 대원들을 상대로 음주측정을 했으나 사실 무근으로 나왔다"며 "술 마실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면담에서 김종규 군수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김 군수는 '몸이 괜찮으시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아직 치료가 덜 끝났다"고 답했을 뿐 주요 업무보고는 군청 기획실장에게 일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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