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 마다
별이 뜬다
한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이정록 詩 <줄탁> 全文)
하여간에 나는 올해 참 많이도 '히비작거리고' 돌아다녔다. "청노새 안장 위에 옆전 열닷냥" 실어주던 이 누구 하나 없었건만 한양 천리를 쥐방구리 드나들듯 드나들었으며 급기야 남해 땅에까지 끼대가서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의 유언을 지키는 것이 이제는 결코 정보통신부 소관 업무가 아니라 자치단체 고유사무로 이관 되었음을 실감한 바도 있었다.
벌써 연말이 다가온다. 이제는 나도 쓰잘데기 없이 쏘다니는 일로부터 돌아와 이 한해를 깔끔하게 갈무리하는데 전념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돌아오는 형식이야 "누님처럼" 돌아오던 "암탉처럼" 돌아와 좌정하던 하등 논쟁거리가 될 일이 아닐 것이다.
누가 뭐래든 난 남들이 모두 뛸 때 나 혼자서라도 "NO"라고 할 수 있는 "나"가 좋다. 그런데 뛰긴 누가 뛰냐고? 망둥이도 뛰고 꼴뚜기도 뛰고,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뛰고, 제비 몰러 나간 사람들도 뛰고.
창망분주한 연말일수록 좀 더 깊숙히 침잠하여 진지하게 내 자신에 대한 줄탁을 시작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