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학태, 송춘례 부부의 결혼식 기념 사진.
김학태, 송춘례 부부의 결혼식 기념 사진. ⓒ 박성규
김학태(48·아산시 방축동)씨는 5년여 동안 가슴앓이를 해왔다. 그러나 지난 14일(금)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며 김씨를 괴롭게 했던 멍에가 지워졌다.

“서로 어려운 형편으로 내색하지 못하며 가슴 속으로만 뭍고 있던 간절함을 떨쳐버릴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아산시가 주최하고, 아산시 여성단체협의회가 후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아산지부가 주관한 ‘2003 아산시 합동결혼식’이 열린 남산웨딩홀(신정동)에 발을 딛은 김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입이 함지박만 해졌다. 드디어 송춘례(60)씨와 부부가 된 것이다.

‘나는 언제 면사포 쓰나…’, 김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송씨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런 송씨의 모습을 보는 김씨의 눈에도 이슬이 따라 맺혔다.

한번 결혼에 실패한 김씨가 아내 송씨를 만난 것은 5년 전. 전 부인과 불화로 이혼한 김씨는 ‘사람 좋기로 소문난 친구가 혼자 사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친구의 소개로 송씨를 만났다.

서로의 처지가 비슷한 두 사람은 금방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감정의 싹도 틔울 수 있었다. 보통 부부보다 많은 나이 차이는 이들에게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저를 믿고 따라 준 아내를 위해 그리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경제적 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배관 기술자인 김씨는 엘지건설에 입사, 곧바로 해외 근무를 떠났다. 3년여간 고생한 김씨의 주머니에는 수천만원의 돈이 모였다. 이제 조그마한 가게라도 차려 오손도손 살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꿈도 잠시, 김씨가 단 한 번 정에 이끌린 실수로 이같은 꿈은 무참히 깨졌다. ‘잠시만 쓴다’며 돈을 빌려간 절친한 친구가 부도를 내고 도망간 것이다.

이후 김씨는 일당용역으로, 부인 송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남매 학비에 상당한 지출이 불가피했던 현실로 인해 그 힘듦과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러기를 2년여 아직 뭐 하나 나아진 것은 없지만 이날 면사포가 그동안 꺼진 줄 알았던 이들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줬다.

“지금은 잠시 힘들지만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모처럼 마음 속에 있던 짐을 덜고 나니 홀가분합니다. 면사포가 이런 용기와 희망을 줄 지 미처 몰랐습니다. 미안한 마음만 덜 줄 알았는데….”

가정형편으로 좋은 곳은 못 갔지만 가까운 아산온천에서 2박 3일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김씨 부부. 어려울 때 서로를 의지하며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감을 피력한다.

“이런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