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관련된 것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한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우리당의 원외화에 제동을 걸고나서 관심이다. 김 대표는 최근 중앙당 의장 선출 방식을 놓고 논란을 벌일 때부터 지나친 원외정당화에 우려를 표시하며 문제제기를 하는 등 조심스럽게 원내기구의 위상제고에 신경을 써왔다.
김 대표의 원외화 제동 행보의 첫번째 성과는 대변인제 부활을 차단한 것. 대변인제가 부활되면 정쟁위주의 공방에 당무가 집중되면서 원내정책 사안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원내정당화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원내대표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물론이다.
애초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어차피 정치가 장외로 가는 선거국면으로 들어가는 이 시점에서 효과적인 정국 대응을 위해 홍보위원장을 대변인으로 겸직시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변인제 부활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당내 일각에서도 "야당과의 정쟁 과정 속에서 너무 손해가 많다"며 대변인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김근태 원내대표는 단호하게 'No' 사인을 보냈다. 1일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석상에서 김 대표는 "지금 정치개혁방안 중 눈에 띄는 것 하나가 대변인제를 폐지한 것"이라며 만일 (대변인을) 둬야 한다면 총선 선대위가 뜨면 그때 두자고 막아섰다.
때마침 정대철 상임고문도 본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변인제 부활은 중대한 문제인데, 사전에 협의를 거쳐서 부활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변인제 부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김 의장에 이의 제기를 했었다. 정 대표는 "대변인제 부활은 상당히 정당발전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결정된 것이냐"고 따지며 이를 공식화하려던 정동채 홍보위원장에 우회적인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결국 김원기 의장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김 대표의 주장은 관철될 수 있었다. 김 의장의 고집을 김 대표가 꺾은 셈이다. 아울러 대변인이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다만 총선에 임박해 홍보위원장과 대변인제를 겸하도록 한 방안을 물리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다. 김 대표는 수시로 "원내정책정당화의 핵심은 중앙당 슬림화와 지구당 폐지로 돈 정치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중앙당의 몸집 불리기를 비판해 왔다. 김 대표는 최근 중앙당 의장의 직·간선 논란으로 중앙당 강화방안이 모색될 움직임을 보이자 즉각 "우리당은 원내정책정당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중앙당은 최소화하거나 선거 때 활동하는 것"이라고 막아서기도 했다.
특히 일부 중앙당 인사가 원내의총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마치 당론인냥 기자들에게 공표하면, 곧장 "정책과 관련된 것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에서 뿐 아니라 국회에서의 원내정당화 관철 노력도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1일 오전 4당 원내총무 회담이 끝난 뒤 국회의장과 10분여간의 단독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국회 기자실 확대설치 방안을 요청했다. 저질 논평의 생산공장인 정당 대변인실을 무력화하고 원내정책의 원활한 홍보와 정책경쟁을 위해서는 이같은 시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 본청에 기자실을 설치하고 각당 기자실은 브리핑룸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하면서 "만약 국회의장이 그런 의사를 밝히면 내가 기자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또 "다른 당도 함께 대변인제를 폐지하려면 국회와 국회의장이 국회 기자실 설치를 주도하되 기자들에게 내리맡기는 식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며 구체적 실천방안까지 제안했다. 이에 박관용 국회의장은 "전적으로 생각이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대표의 원내정책정당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어떤 식으로 각 정당과 국회 내에서 자리매김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 허브향 풍기는 이색 시상식 | | | 2일 의원총회 우수 출석의원 시상식 | | | | 2일 오전 8시부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이색 시상식이 열려 화제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정당화 정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의원총회 우수 출석의원 시상식을 개최했다. 최근 지역구 활동으로 의원총회 불출석 의원들이 많아지자 고심하던 끝에 이같은 아이디어를 김 대표가 기획해 낸 것.
김 대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이후 지난 12월 1일까지 개최된 18회의 의원총회 가운데 1∼4회 결석한 14명의 의원들에게 조그마한 허브 화분을 '포상' 차원에서 선물했다. 단 한번 결석한 유시민·최용규·이부영·이해찬·배기선 의원과 3회 결석한 김부겸·김영춘·정세균 의원, 4회 결석한 김원기·김희선·남궁석·안영근·정대철·천정배 의원이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들이었다.
김 대표가 갑작스럽게 시상식 사실을 의원들에게 통보하자 출석률이 낮았던 일부 의원들은 "시상하려면 미리 예고를 좀 하지"라며 농담섞인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이같은 신선한 시도에 모처럼 웃음보를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허브 화분을 선물받은 한 중진의원은 "정치를 오래하다 보니 이런 선물도 받게 되는구만"이라며 무척 흡족해했다.
최우수출석의원 가운데 최고참 의원인 이부영 의원은 "앞으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활동으로 여의도 의사당에 이런 허브 냄새만 가득하도록 하자"며 동료의원들의 분발을 기대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