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오늘의 정상 만복대에 올랐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추운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침나절에는 더위에는 시달리고, 한낮에는 추위에 떨어야 하는 8월의 만복대입니다. 정상에는 돌탑이 서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소망이 덤덤하게 쌓여 있습니다.
돌멩이 둘을 집었습니다. 하나는 파주마루의 백두대간 완주를 기원하며, 또 하나는 당신의 평안을 위하여 올립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의 주인공 양생처럼 당신을 가슴에 안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는 한 시간 남짓한 내리막길입니다. 조금씩 지쳐가던 아이들이 신작로처럼 이어지는 길에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빗속에서 웃고 떠들며 가다보니 어느새 정령치가 내려다보입니다.
환호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따갑습니다. 모두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산을 내려섭니다. 일일이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합니다.
이 뿌듯함, 성취의 기쁨.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당당하게 보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가장 솔직한 순간입니다. 바로 이 맛입니다. 이 맛 때문에 나는 산행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