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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긍희 MBC 사장.
이긍희 MBC 사장. ⓒ 신미희
"가장 즐거운 일은 <대장금>의 약진이고, 가장 속상한 일은 DTV 추진이 지연되는 것이다."

이긍희 MBC 사장이 3일 올 한해를 정리한 소감이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오랜만에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 사장은 그간 경영과 프로그램의 변화, 내년 구상 등을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 가장 큰 성과로 역시 '대장금 신드롬'을 꼽았다. "큰 일 하나가 잘 되니 작은 근심들이 사라진다"는 표현으로 <대장금>의 기여도를 평한 이 사장은 "충주 <홍국영> 세트장 화재는 대장금 촬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드라마 <다모>도 빼놓지 않았다. 이 사장은 "<다모>는 사전 제작제 등 한국방송사에서 전환적인 드라마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장기적으로 사전 전작제로 가는 게 맞는데 '언제 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MBC는 이같은 몇몇 드라마의 선전 덕에 올해 '프로그램 수출 500만불'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 장충체육관에서 기념식을 치렀으며 지역사회 연계 일환으로 떡 1만개를 만들어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돌렸다.

이 사장은 또 뉴스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이니까 어디 가든 '시청률'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더라, 꼭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경쟁력'으로 부르라고 하더라(전체 웃음)"면서 "뉴스는 기반을 한번 잡으면 오래 가므로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MBC는 CM(광고방송)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며 "그래도 전문기자제를 도입하는 등 보도국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 효과가 나타나서 그런지 아침과 저녁 뉴스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유럽식 DTV 전송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MBC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또 MBC의 유럽식 지지를 둘러싼 항간의 추측은 "120% 음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KBS와 협의가 되면 '미국식 DTV를 사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자막방송 등 공조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다음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 올해 언론계의 광고사정이 좋지 않다. KBS는 올해 목표치보다 800억원이 미달될 것으로 전망하던데 MBC는 어떤가?
"MBC는 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목표치는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분전했다고 본다."

- 내년 주요 기획을 무엇으로 잡고 있는가.
"캐치프레이즈를 '희망한국'으로 잡았다. 또 연초 <이제는 경제다>와 총선 때 <선택 2004>, <가족의 힘>과 <우리땅 우리 식량을 생각한다>, <교육진단>, <특별기획-아시아>, <대하드라마 '영웅시대'>, <뮤직 페스티벌> 등을 주요 기획으로 잡고 있다. 내년 역시 선거도 있고 올림픽도 있고 해서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듯하다."

- <영웅시대>를 좀더 설명해달라.
"지난 번에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돌아가신 때와 겹쳐서 그런지 '현대가'를 다루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그렇지 않다. 우리 역사의 주요 인물을 다룰 예정이다."

- MBC의 어떤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가.
"취임 때 <느낌표>를 들었는데, 공영방송의 모범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재미있게 만들면서 공익성까지 담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저질,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쉽고 해서, 요즘에야 지망생이 늘었지만 예전에는 제작자들이 잘 하지 않으려 했다. 나도 <웃으면 복이와요>, <폭소대작전> 등을 만든 예능국 출신이다."

- 다른 방송사 중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우리 것도 보기 힘들어서…."

- MBC가 계속 비판받았던 게 고질직인 '늘리기 편성'이었는데.
"우격다짐으로 늘리는 것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 전개상 저절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과거 신문들이 소설을 많이 연재했는데, 인기가 굉장히 많아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했다. 그때도 인기 높으면 마구 늘리던데…."

- 연말마다 방송사별로 실시하는 연기대상에 잡음이 많았는데, 올해도 그대로 하는가. 세상 변화에 방송사가 둔감한 듯하다. 가수들이 연말 가요대상에 불참한다고 할 정도인데.
"그건 잘 모르는 사안이라 챙겨보도록 하겠다. 최근 MBC 영화제 시상식을 했는데 참가자들이 '공정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공정하게 심사하고 상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듯하다."

- 방송계 현안 중 하나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TV수신료 분리징수이다. 어떻게 보는가.
"공영성 확보도 재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그같은 주장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 DTV 전송방식에 대한 MBC의 입장은?
"우리는 유럽식으로 입장을 결정했다."

- MBC가 유럽식 전송방식을 앞장서는데 대한 외부 해석이 분분한데.
"△MBC가 준비가 덜 돼서 발목을 잡는다 △방송장비 교체 문제로 그런다 △이동하면서 TV를 왜 봐야 하느냐 등 여러가지 얘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MBC가 자사 사정 때문에 유럽식을 주창한다는 것은 120% 음해이다. 우리는 시청자에게 유리한 전송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 DTV추진위에서 '미국식 TV를 사면 손해볼 수 있다'는 자막방송을 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아는데.
"KBS와 공조하자는 안도 함께 냈다.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KBS와 협의가 될 경우 '자막방송이 안된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 지상파의 방송시간 연장에 대한 뉴미디업계의 반발도 크다.
"웬만한 나라에서 방송시간을 규제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방송사업자에게 맡기고 있다. 우리는 연장이 아닌 '종일방송'을 주장하고 있다. 낮시간대와 심야대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서비스하겠다는 것이지 재방 목적이 아니다."

- 그렇게 되면 지상파 틈새를 개척한 케이블 등의 타격이 크고 지상파 독과점이 심화될 우려도 있지 않은가.
"지상파의 종일방송은 '공익성 강화'를 위한 것이다. 일각에서 지상파의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어느 매체가 우리한테 '저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재방과 광고 등의 문제는 충분히 고려해서 할 것이다."

- MBC가 인터넷방송 '아이엠뉴스'를 새로 내놓았는데.
"애초 예정보다 일찍 오픈하게 됐다. MBC의 특화된 인터넷방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구체적인 구상은 준비가 더 필요하다."

- 올해 채용제도를 과감하게 바꿨는데 어떤가.
"성과가 컸다. 지난해 10여개 대학 출신자들이 합격했는데 42명을 선발한 올해의 경우 20여개 대학 출신이 뽑혔다. 일단 다변화를 이뤘다고 본다. 면접까지 학력과 지역 등 출신을 모르는 상태에서 전형을 했다. 가령 자기소개서의 '신촌의 독수리답게' 또는 '관악산 아래에서' 등 출신을 암시하는 문구는 싹 지웠다. 장기적으로 학력제한도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 채용제도의 변화에 따른 연수제도는?
"채용만 잘 하면 뭐 하겠는가. 똑같은 구조와 분위기에 넣어 놓으면 옛날만도 못하다. 이번에도 지금 필요한 사람이 아닌 미래 MBC에 필요한 사람을 뽑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연수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칠판과 필기도구를 없애고 몸으로 배우게 하려고 한다. 시민VJ도 있는 시대인데, 직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비디오카메라를 다룰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연수과정에서 과제 제출 등은 모두 메일로 주고받도록 하려고 한다."

- 이번에 개정된 방송강령은 기업제공 해외연수를 일절 거부하고 있는데, 그럼 자비로 할 계획인가.
"기업제공 해외연수는 그동안 연관성 문제도 있고, 내부 경쟁도 만만치 않아서 얘기가 많았다. 그래서 '자비로 연수를 하자'라고 의견을 모았다. 물론 공공기관이나 공익적인 재단이 지원하는 연수는 참가할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 MBC를 보면 공영방송인지 민영방송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MBC는 항상 공영방송이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가장 세게 공박하는 사람들은 노조이다. 노사협의회에 들어가면 노조에서 늘 '공영방송인 MBC가 이래서야 되겠는가'라고 얘기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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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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