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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4월말부터 간선도로를 모두 막고 무차별적으로 실시하는 '일제음주운전단속'을 임시검문 형태의 '선별단속' 방식으로 바꿔 야간 도로풍경을 변화시켜 놓았다. 하지만 제도변경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자칫 음주단속이 약화돼 음주운전 행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단속방법의 변경 후 음주단속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는 것을 보면 그러한 여파를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음이다.

안산경찰서는 현재 음주단속을 하는 것과 관련해 대로나 소로, 주택가와 골목길 등 차량이 운행할 수 있는 모든 도로에서 주·야간을 구별하지 않고 소위 '홍길동식' 음주단속과 투망식 음주단속을 병행실시 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강력한 단속을 벌여나가고 있다.

△단속백태＝'저 승용차가 갑자기 전조등을 끄고 가는데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저 차는 창문을 다 내리고 음악도 크게 틀었는데 술 마신 것 아냐?'

지난 3일 안산경찰서 교통지도계소속 경찰들은 고잔역 인근 편도 4차로 도로.교통경찰관이 눈을 번뜩이며 '수상한 차'를 골라내느라 여념이 없다.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의심스런 차량 운전자에겐 어김없이 정지신호를 보낸 뒤 "실례합니다. 음주단속 중입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음주감지기를 들이댔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경찰 요구에 순순히 따랐다. 추운데 수고한다고 격려 한마디를 던지기도 한다. 일부 운전자는 "음주운전이 완화됐다면서 왜 멀쩡한 나만 측정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맥주 한 잔만 했다거나 고위층을 잘 안다며 한번 봐줄 것을 애원하는 경미한 음주운전자도 더러 있다.

경찰은 이날 고잔역과 중앙역일대 약 2간 동안 수백대의 차를 세워 측정했으나 혈중 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운전면허 정지대상과 0.1% 이상인 취소대상을 무려 10여명을 적발했다.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관계자는 검문장소를 옮기면서 "예전에는 중앙역 인근의 경우 유흥가가 밀집해 있어 이 일대에서 일제단속을 하면 하룻밤에 수십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며 "단속방법이 바뀐 후 난폭운전이 아니면 표가 나지 않아 음주용의차를 골라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지만 실적보다는 사고예방에 의미를 두고 근무한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사고 실태=안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경기도내 전체교통사고 발생건수 4만2232건 중 음주운전교통사고는 5000여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2%에 이르고 특히 10월 542건, 11월513건, 12월 511건으로 연말 3개월간 발생한 음주운전교통사고가 31%를 차지할 정도로 연말 음주운전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특히 안산경찰서 관내에서의 음주사고율은 9.7%로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월별 전체사고는 5월을 정점으로 감소한 반면 10월부터 12월 사이의 음주사고는 가장 높고 오후 8시부터 새벽4시까지의 음주교통사고는 전체 음주사고 392건 중 241건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작용＝그러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운전자가 음주단속이 크게 완화되거나 대로에서의 단속이 폐지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 최근 그물망식 일제단속의 공포에서 벗어나 "선별단속에만 안 걸리면 된다"거나 "설마 걸리겠나"하는 생각에 가벼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집중 단속하는 이면로를 피해 간선로에서 음주운전을 일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게다가 22시∼24시 사이에 전체의 17.3%인 68건이 발생했고, 20시∼04시까지 8시간동안 전체 음주사고의 61.5%인 241건이 발생했으며 오전 12시 이후부터 점차 증가해 22∼24시에 정점을 이룬 후 점차 감소하는 보이는 경향을 보이는 게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단속방법이 바뀐 올 상반기 안산지역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늘어나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해이해졌음을 잘 보여준다.

△논란＝선별단속 시행은 경찰청이 지난 4월 24일 강압적인 음주단속에 따른 교통체증 및 시민불편을 완화하고 운전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단속방식을 변경한 데 따른 것.

경찰은 대로에서 모든 차를 세워 검문하는 대신 수시로 음주운전 예상지역 등 임의지점에서 낌새가 있는 차량을 찍거나 이면도로를 막아 음주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차 △급제동·급가속 차량 △교통신호에 늦게 반응하는 차 △앞차와 너무 가깝게 가는 경우 등 23개 항목의 선별단속 지침서를 일선 교통경찰관들에게 배포했다.

일부 시민들은 제도변경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자칫 음주단속이 약화돼 음주운전 행위를 부추기고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 음주운전 사고가 급증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한다. 음주운전은 운전자는 물론 남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살인행위와 다름없어 철저한 단속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안산경찰서 박복선 경비교통과장은 "단속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라, 유흥가 출입로나 이면로를 차단해 밀착 단속을 펴고 있어 실질적인 단속강도는 종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점＝경기경찰청은 운전자 민원 방지와 단속강화를 위해 각 경찰서에 선별단속지침을 확실히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또 112로 음주운전 신고를 받는 즉시 현장 출동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음주측정기를 지급해 외근경찰관 음주단속도 가능토록 했다.

경찰청은 선별단속을 정착시키기 위해 음주운전자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시민신고제 도입문제를 검토하는 등 국민불편은 줄이면서도 음주운전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첨단 단속기법을 연구·개발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운전자의 의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며 벌금형 위주인 현행 음주운전 처벌의 강화는 물론 음주차량 선별능력에 대한 제고와 함께 경찰이 보다 효과적으로 단속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과학적인 단속장비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안산경찰서 교통지도계 정진승 계장은 "큰 도로에 경찰관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단속이 폐지된 건 아니고, 교통 흐름에 지장없는 선에서 선별단속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무엇보다 대형사고를 낳는 '달리는 흉기'인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는 사회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