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대체: 8일 오후 3시25분]
"재통합론 얘기는 우리당 흠집내기 의도 있는 것 같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은 8일 낮 <오마이뉴스>와의 동영상 생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다시 합치자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재통합론'을 거듭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날 오마이TV의 '긴급진단-위기의 열린우리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회를 맡은 유창선 <오마이뉴스> 논설위원으로부터 '민주당과의 재통합은 없다고 단언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두말하면 잔소리"라면서 "지금 이런 말이 나도는 것은 일부의 의도적인 흠집내기도 있는 것 같다. 민주당과 합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우리당-한나라당 3당 경쟁구도에서의 수도권 필패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 의원은 "왜 그렇게 패배주의적으로 생각하나, 한나라당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나"라면서 "현재 각 당의 지지율은 10%대이며 반수 이상은 심판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에 대해 "우리당 내에서도 대다수가 대통령 입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나는 당 대표 직선 이후에 입당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잘해야 우리당이 산다는 것보다 우리당이 먼저 잘 해야 노 대통령이 산다고 본다"면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신당다움을 회복하고 과시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총선 체제를 갖춘 다음에 여당을 자처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입당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인천상륙작전'에 비유하면서 이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불꽃튀는 논쟁과 토론을 벌일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흥행도 되고 해서 '아 열린우리당은 이런 사람이 모여 이런 정치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렵사리 이뤄진 정당이며 지금은 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더딘 것 같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과의 인터뷰는 <오마이뉴스> 광화문 스튜디오에서 8일 낮 12시40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신기남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늘(8일) 신문에 (열린우리당을)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발언한 것이 실렸다. 정대철 전 대표를 겨냥했다는 말도 보도가 되고 있는데.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권력투쟁 성격의 발언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확인해야 하겠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다. 정대철 전 대표와도 많은 얘기를 하고 있고, 친한 사이이다. 죽을 용기를 내서 발진한 것 아닌가. 기득권을 다 버리고 바꿔야 한다고 해서 (민주당을) 나온 사람들이다.
우리의 용기와 소신을 과소평가 하는 것 같다. 여론조사가 여럿 나온다. 거기 조금 불리하다 해서 실망하고 주저한다는 것은 극히 일부의 사람이 말하는 것을 마치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며, 문제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하던 분 중에서 의기가 떨어지는 분, 과거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은 돌아가면서 교류하는 것은 몰라도…. 외부에서 들어오신 분도 많아서 힘을 합쳐 하고 있는데 다시 돌아가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재통합이 없다고 단언해도 되나.
"흔히 하는 말로 두말하면 잔소리다. 빨리 신당다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 겨우 틀을 만든 것 아닌가. 엉뚱한 말을 갖고 불신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런 말이 나도는 것은 일부의 의도적인 흠집내기도 있는 것 같다."
- (민주당과의 재통합이 안될 경우) 수도권 필패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왜 그렇게 패배주의적으로 생각하나. 고작 그것밖에 생각 못했다는 말인가. 한나라당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나. 한나라당은 수구부패 세력이므로 시대의 초점에서 물러났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터줏대감인가, 난공불락인가. 이것이 올바른 길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과 우리당이 함께 (총선에) 나오면 한나라당에게 넘겨줄 것이라는 것은 우리 역사를 얕보고 잘못 예측한 것이다. 현재 각 당의 지지율은 10%대이며 반수 이상은 심판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전당대회 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입당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열린우리당에서도 대통령의 입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당이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당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이거나 연내, 아니면 지도부 직선 이후로 갈리고 있는데, 다들 이유가 있다. 나는 직선제 이후에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여러 가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재신임 문제가 처리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잘해야 우리당이 산다는 것보다 우리당이 먼저 잘해야 노 대통령이 산다고 본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신당다움을 회복하고 과시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총선 체제를 갖춘 다음에 여당을 자처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입당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 노 대통령 입당이 (우리당에) 득이 되는 것이 확실하나.
"노 대통령의 입당을 갖고 유·불리를 따지는 차원이 아니고, 명분과 실리를 일치시키는 차원이다. 우리당의 정체성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가 덜 된다고 전략적으로 따져서는 안된다."
- 우리당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나.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비유적 측면에서라면 몰라도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정당이다. 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우리당은 개혁세력의 연합군 성격을 갖고 있다. 민주개혁세력이 모두 모인 연합군이다. 더딘 것 같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 기대가 워낙 큰데 기대만큼 못하지 않느냐는 비판은 쓴 약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신당에 기대하는 국민의 마음을 잘 따르는 용기 있는 태도로 전진할 때 성공하리라 본다. 민심도 거기에 있다."
- 그동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미흡했고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는데.
"(다른 정당들과) 다른 게 뭐냐고 물어보는데, 다른 게 많다. 기대 수준이 높아 미흡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100%는 안 되더라도 50∼60%는 다르다고 확신한다.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다르지 않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새 사람이 모여서 이끌고 있다. 과거 30년 동안 구태의연하게 해온 정치인들이 아니다. 파벌도 없다. 중앙위원이 모여서 토론하는 등 완전히 민주화돼 있고, 지구당위원장 자리도 없어졌다. 이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참여를 주도하고 있다. 정개협이 내건 안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하는 정당은 우리당뿐이다."
- 우리당 출마예정자인 이충렬씨는 지구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외 인사의 참여가 배제됐다고 지적하는데.
"완벽하게 개혁적으로 해야 하는데 못할 때 비난이 유난히 크다. 잣대가 확실히 엄격한 것이다. 우리가 설정한 이상이 있고 짧은 시간에 하려다 보니 이상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효율적인 면을 고려하다 보니 여론을 다 수렴되지 못하는 폐단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공천만은 완전한 국민경선 제도를 택했다. 이충렬씨 같은 경쟁자들은 그런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얻으면 기성의 현역 의원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 [네티즌 질문] 우리당이 여러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개혁세력을 빙자한 반개혁세력 인물들이 있다. 그런 인물들을 솎아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있는지.
"연합군이 모여서 세력을 형성하다 보면 이 사람 저 사람 해서 애초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생긴다. (우리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단시일 안에 구성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다. 재평가해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하고, 당에 자격심사위를 설치해 운영하려고 한다. 당내 인사도 있지만 명망 있는 외부인사를 초청해 그분들과 함께 공천 자격이 있는지 따져볼 것이다."
- 국민의 관심을 다시 모으려면 지도부 경선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 전망하나. 민주당 경선처럼 세대 간의 경쟁이나 역동적인 뭔가를 기대할 수 있나.
"불꽃튀는 논쟁과 토론을 벌일 것이다. 국민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흥행도 되고 해서 '아 열린우리당은 이런 사람이 모여 이런 정치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이 볼 때 우리당의 정체성을 거기서 확인하고 신뢰도 깊어지리라 본다. 지금 경선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나는 이를 '인천상륙작전'이라고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합류하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확실해지고 비전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본인이 직접 (지도부 경선에) 나설 생각은 없나.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고심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당의 쓰임새에 맞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나 말고도 훌륭한 인재가 많으니까 일렬로 서서 자기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
- (지도부 경선 흥행을 위해)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처럼 (우리당에) 그 이상의 대안은 있나.
"이번 민주당 경선은 추미애 의원이 홍일점이었다. 즉 기득권 세력의 도움을 받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나머지는 신선하거나 새로운 흐름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 지지를 받는 후보와 새로운 후보가 경쟁해 전자가 승리한 것이다. 우리당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여기 들어와 있는 정치인의 성향이 과거와는 완전히 틀리다. 당원 면면이 민주당원, 한나라당원과는 질적으로 틀리다. 민주당이 그 정도 변화의 싹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우리당 경선 과정이나 결과는 가히 괄목할 만할 것이다."
- 노 대통령이 '장관 징발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열린우리당의 주문을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징발이라는 표현은 좋지 않다. 강제성이 있다. 장관 자리 주는 것이 시혜를 베푼 식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현역 장관들을) 욕심 내는 것은 당연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 장관들이) 출마했으면 하나.
"개인적으로는 희망한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것이다. 강압적으로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구애 작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 [네티즌 질문] 내년 총선의 관건은 민초다. 일부에서는 정치인은 도둑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고 있다. 관건은 지식이 짧은 민초에게 어떻게 홍보할 것이며,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우리당의 전략이 뭔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건 우리당의 가장 큰 관심이고 걱정이다. 명확히 이렇게 하면 된다는 똑 부러지는 것이 있다면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진정을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지도부 경선이 좋은 계기라고 본다. 무엇보다 지도부 경선에서 정말 참신한 인물이 나와서 발빠르고 과감하게 개혁적으로 민심을 받아들이는 스타일을 선보임으로써, 더 좋은 것은 우리당 정체성에 맞는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인데 대해 불만을 표현한 것 등을 놓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이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것은 구태정치다. 김 전 대통령을 자꾸 찾아가 면담하고 유리하게 홍보하는 것도 다름 아닌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지역감정을 얻으려는 것 아닌가. 우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그런 식의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가 대변인으로 모셔봐 잘 안다.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심하는 분이다. 심지어 최 대표에 위로 전화를 하는 분이 아닌가. 정치적 이용을 허용하지 않고 싫어하는 분이다. 이 사람을 찾아가고 해서 일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해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홍보해서는 안된다."
- [네티즌 질문] 2차 영입자 발표했는데, 충주지역에서는 자민련 공천에서 떨어지고, 지난해 한나라당 시장 후보 공천에 떨어지고 '세풍'과 관련이 있는 분을 영입했다. 이에 우리당에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뭔가.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고, 확인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고관대작 출신이고 경력이 화려하다고 해도 우리당과 정체성이 맞지 않는데 영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본다. 현역 의원 중심도 반대한다. 새 시대의 당선 가능성은 기득권 가진 사람이라 해서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검증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공천이다, 공천 과정에서 자격심사를 할 때 엄중하게 걸러야 한다고 본다. 원외 인사를 많이 넣어서 심사하려고 하고 있고 심사요건을 설정하려고 한다. 짧은 시간에 하려다 보니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해 달라. 여러분들이 바로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 [네티즌 질문]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당과 민주당의 표가 분산돼 한나라당에게 참패했을 때 그것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이 있다. 한나라당에게 패배했을 때 이것이야말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하는 측면에서 통합론을 얘기한다.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판단의 차이다. 새로운 시대 기운으로 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르고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지역구도로 가면 의회 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수구세력의 의회 독점이 계속된다고 예측한 것이다.
그렇게 예측해 이 (정치)구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또 그것이 올바르다. 어느 예측이 맞느냐는 일언지하에 말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예측하고 판단한다. 모르겠다. 내년 총선을 겪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것 때문에 진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에 엄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될 까 안 될까,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머무르기 보다 될 것으로 보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것이 바르지 않나 생각한다."
[1신 기사 대체: 7일 밤 10시30분]
신기남 "민주당으로 다시 갈 사람은 가라"
신당 창당 과정에서 모난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침묵을 지켜왔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 영입인사 논란 등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열린우리당 일부 중진급 의원들이 은근슬쩍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다시 들먹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공공연히 "하루 빨리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합 불가피론을 확산시키고 있고, 이에 일부 지역구 사정이 어려운 수도권 의원들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통합론은 당내에서 마치 대세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이 안 될 경우 내년 선거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해 당내에 적지않은 통합론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렇게 가다간 천신정에 의해 주도된 정치 실험이 불과 3개월만에 실패를 인정하는 우스운 꼴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의 '비판 엔진'을 재가동시키게 한 셈이다.
침묵하던 '천신정', 위기의식 속 비판 엔진 가동
천신정 가운데 가장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선 쪽은 신기남 의원. 신 의원은 통합론자의 주장 이면에는 정치개혁이라는 명분과 대의보다 '금배지를 한 번 더 달아보겠다'는 기득권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7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몇몇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민주당과의 재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 등 통합론자를 향해 "신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는 "우리의 용기를 너무 몰라도 모르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우리들의 용기를 이것밖에 평가 안 한 것이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어 그는 통합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신 의원은 "고작 그 생각으로 분당했나, 억지로 끌려온 건가, 자기가 어디로 가는 것이 유리한가를 보고 눈을 돌리다가 온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이 쪽에서 자신이 없다면 다시 (민주당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 너무 막나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민주당에서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여기(열린우리당)로 오면 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다시 (민주당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왜 통합을 하나, 왜 전체가 과거로 가자는 것인가, 어불성설"이라고 통합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창당 모토인 정치개혁과 새정치질서 창출에 몰두할 생각은 하지 않고 '금배지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당내 의원들에게 끌려가다간 총선 필패가 불 보듯 뻔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신 의원이 지닌 위기 의식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지금 총선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내년 1월 11일 지도부 경선을 총선 승리를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 의장에 출마할 사람들의 면면이 지금부터 드러나기 시작해야 하며 조만간 선거운동에도 돌입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만 한 달 동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당 의장 선거를 통한 바람몰이를 주문했다.
하지만 본인의 당 의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라고 전제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당을 살리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총선 올인에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의장 선거의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출마하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서지 않겠다는 것.
"민주당이 DJ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신 의원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민주당 지지성 발언에 '낙담'하고 있는 당내 의원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DJ에 대한 집착은 곧 호남표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호남과 영남을 분리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따른 민주당 지지성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이 호남표를 지배하고 DJ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나도 DJ가 계실 때 대변인을 해서 잘 아는데, DJ는 자신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모욕으로 여긴다"며 일부의 DJ 민주당 지지설을 반박했다.
신 의원은 "(DJ) 본인께서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아야겠다, 어느 편에도 이용당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고 그것이 YS와 다른 점"이라고 소개한 뒤 "언론에 활용하기 위해 심지어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고, 그게 나오면 또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신 의원은 특히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양반을 찾아가서 붙잡고 나와서… 이는 호남표를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호남표를 가지고 경쟁하자는 것도 구태정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호남표를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천신정 모두 호남사람인데 애정이 없겠느냐"고 털어놓으면서도 "(호남표에 집착하려는) 우리당도 우리당 답지 못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당 지도부로부터 '대안없는 비판세력', '정치경험이 없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천신정이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계기로 다시 '책임있는 개혁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의깊게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