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을 따라 시원하게 뚫려 있는 31번 국도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도시인 울산과 문화도시 경주, 해맞이 고장 포항을 연결하는 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작고 정겨운 포구들과 바위섬들이 이어져 도무지 지루할 새가 없다.
가다가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더라도 눈이 시리게 푸른바다와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다. 아침 일찍이나 저녁 무렵 운좋게 출어(出漁)나 철어(撤漁)하는 고깃배와 그 뒤를 따르는 갈매기떼를 볼 때면 바다에 깔린 해의 그림자와 함께 바다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겨울에 먹어야 제맛인 먹거리도 있다. 31번 국도에서 만나는 구룡포(九龍浦)가 최대 생산지로 꼽히는 과메기는 꽁치가 주재료이며 밤새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었다가 낮에 녹고, 또 밤에 어는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진다.
겨울 구룡포에 가면 바닷바람이 잘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과메기 덕장이 들어서 있다. 덕장에 들어서면 비릿한 과메기 냄새가 풍겨온다. 처음 과메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이 비릿한 냄새 때문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속칭 '과메기 마니아'들 중에는 내장과 뼈를 제거하지 않은 통마리를 한번에 먹는 사람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는 무리인 싶다.
그렇지만, 머리와 내장, 뼈를 제거하고 한 마리를 반으로 갈라 껍질을 벗겨 먹는다면 일반인도 도전해 볼만 하다. 미역에 둘둘 말아 초장에 듬뿍 찍어 먹는 과메기의 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비릿한 냄새는 미역의 쌉싸름한 맛과 초장의 매운 맛에 가려 날아가 버리고 바닷바람에 잘 마른 꽁치의 꼬들꼬들한 육질을 씹는 느낌만 남았다. 실파, 김과 함께 싸먹어도 좋다. 등푸른 생선이 몸에 좋음은 이미 공인된 바 있으니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먹을거리임에 틀림없다.
직접 덕장에 가면 잘 마른 과메기 한두름(20마리)을 7000원에 살 수 있다. 껍질을 벗기기가 귀찮은 사람은 2천원 정도 더 주고 먹기좋게 다듬어 놓은 것을 사면 된다.
과메기는 꼬끝이 떨어져 나갈 만큼 추운 날에 먹어야 제대로된 맛을 알 수 있다 한다. 한파가 몰아치는 날, 소주 한잔과 함께 먹는 과메기의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말이다.
그네들의 말을 확인해볼 요량으로 코끝이 시리도록 추운 날, 독한 소주 한잔과 함께 과메기를 씹고 있노라니 바다와 함께 거친 삶을 일구어 가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의 삶이 가혹한 추위를 견뎌낸 과메기와 서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바다에는 특별한 빛깔이 있다. 이 중에서도 동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31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바다는 물론이요 특별한 맛도 느낄 수 있다. 겨울이 점점 깊어간다. 더 늦기 전에 특별한 빛깔과 맛을 찾아 떠나 보자.
| | | 국내최초 호미곶 등대 박물관 | | | |
| | | ▲ 호미곶 등대박물관 | |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위에 차고...’라는 노래를 기억하시는지. 등대지기라는 이 노래 대로라면 등대란 깜깜한 바다에서 홀로 불밝히고 있는 외로운 존재다. 하지만 등대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31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호미곶 등대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한반도가 토끼모양이 아니라 호랑이가 대륙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해 이 곳의 지명도 호미곶(虎尾串)이다. 이곳 등대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지어진 등대 테마 박물관이다.
기획전시관, 등대관, 해양수산관 등 크게 3개의 전시관과 야외전시장으로 이루어진 이 박물관은 등대에 관한 전시물들로 가득하다. 특히, 다양한 체험학습이 가능해 어린이들과 함께 관람하기에 매우 좋다. 입장료는 700원(18~65세), 겨울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등대박물관 옆에는 호미곶 해맞이 광장이 있다. 우리나라에 해맞이 명소가 몇군데 있는데 이곳만큼 잘 가꾸어진 곳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상생의 손’이라고 해 거대한 손 두개가 마주보고 있는 조각상은 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나라 돌아가는 형국이 흡사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밝혀줄 등대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 우동윤 | | | | |